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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파네스 희극전집 1 ㅣ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아리스토파네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0년 11월
평점 :
B.C.414년 공연된 작품으로 31세의 아리스토파네스가 극본을 쓰고 칼리스트라토스가 연출했다.
주전파인 아테네의 클레온과 스파르타의 브라시다스가 죽고 나자 평화가 찾아왔다. B.C.421년 전쟁에 지친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니키아스 강화'라는 이름의 50년 간의 동맹 조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들의 조약에 불만을 품은 다른 국가들은 국지전을 계속했고 결국 그들도 욕심을 다스리지 못한 채 다시금 전쟁의 수령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다.
다시 시작된 전쟁은 더욱 잔인해졌다. B.C.416년 '멜로스 회담'으로 유명한 멜로스 섬의 최후가 대표적이다. 아테네의 굴욕적인 항복 요구에 동의하지 않은 멜로스는 당당하게 저항했으나 패배하고 만다. 멜로스의 성인 남자들은 모두 살해되고 부녀자들은 노예로 팔렸다. 텅 빈 멜로스에는 아테네 사람들이 옮겨가서 살았다.
새로 시작된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고 아테네의 지도부는 시칠리아 원정이라는 강수를 꺼냈다.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섬은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식민지로 주요 식량 공급지였다. 이 곳을 점령하면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리라 믿었다. B.C.415년 아테네 함대는 시칠리아 섬의 시라쿠사를 점령하기 위한 출정에 나섰다.
작품의 배경인 B.C.414년은 펠레폰네소스 전쟁 18년째로 시칠리아 원정이 한창이었다.
두 주인공 페이세타이로스(Peisetairos, 친구를 설득하는자)와 에우엘피데스(Euelpides, 낙천가)는 전쟁이 그치지 않는 아테네의 현실에 환멸을 느낀다. 그들은 후투티 새로 변한 뒤 하늘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테레우스-트라케왕 테레우스는 생전에 프로크네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잘 살았으나 처제인 필로멜레를 겁탈한 후 혀까지 자른다. 그 사실을 안 프로크네는 테세우스아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이튀스를 죽여 그에게 먹인다. 이 사실을 안 테세우스가 그녀들을 죽이려 하자 제우스는 테우스는 후투티로, 프로크네는 밤꾀꼬리로, 필로멜레는 제비로 변신시킨다. 그들은 불행한 과거를 잊고 행복하게 잘살고 있다.-를 찾아간다.
후투티를 만난 그들은 아테네 말고 살기 좋은 곳을 추천받지만 영 내키지 않는다. 이 때 페이세타이로스가 아이디어를 낸다. 하늘나라는 신들의 영토이고 땅은 인간들의 영토라면, 그 사이는 새들의 공간이 아니겠는가. 여기에다 새들의 나라를 세우고 인간들이 신들에게 제사를 지낼 때 피우는 연기를 가로채 신과 인간을 동시에 지배하자는 것이다. 새들은 자기들을 구워먹던 두 인간에게 적대적이지만 그들이 신들보다 먼저 태어났으며 원래 세상의 주인이었다는 감언이설에 설득되고 만다. 드디어 '구름뻐꾹나라'가 만들어졌다. 페이세타이로스가 아르콘에 즉위해 본격적으로 정책을 펴나가자 시인, 예언자, 측량기사, 감찰관, 법령장수 등이 한몫 잡으려 찾아오지만 쫓겨난다. 그 때 경비를 서던 어치가 날개 달린 신을 잡았다고 말한다.
잡힌 이리스 여신은 인간들이 바친 제물을 받아 신들에게 전하러 가는 길이다. 잡힌 것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처벌로 불사신인 신을 사형에 처한다고 하니 헛웃음만 난다. 페이세타이로스의 푸대접에 단단히 화가 난 이리스 여신은 복수를 다짐하며 떠난다. 때마침 인간들에게 보냈던 전령이 반가운 소식을 가져왔다. 인간들이 기존의 신 대신에 새로운 신, 즉 새들을 섬기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인간들은 새에 미쳐 매사에 새들이 하는 짓을 흉내내고 있다.
'구름뻐꾹나라'가 새로운 신들의 나라가 되자 그 곳에서 살고자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불효자, 시인 키네시아스, 밀고자 등이 찾아오지만 그들은 인간의 나라에서만큼 새들의 나라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어수선한 가운데 프로메테우스가 외투를 뒤집어쓰고 나타난다.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그는 더이상 인간들이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지 않자 굶주리고 있으며 곧 사절을 보내올 것이라고 말한다. 페이세타이로스에게 제우스의 딸과 혼인하기 전에는 절대로 강화조약을 맺지말라고 권한다.
신들의 사절인 포세이돈, 헤라클레스, 트리발로스가 그를 찾아오고 그들은 굶주림에 지쳐 페이세타이로스의 요구를 모두 들어준다. 마침내 새들의 축복 속에 페이세타이로스는 제우스 딸과 결혼해 최고신이 된다. 신들에 제사를 지내도 얻지 못하던 평화를 그만이 얻었다.
이 작품은 '이솝의 일생'에 나오는 '리쿠르고스왕의 수수께끼'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이솝은 바빌론의 리쿠르고스 왕에게 잡혀왔다. 이솝이 현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그는 라이벌인 이집트의 넥타네보스 왕이 보낸 수수께끼를 풀게 한다.
"하늘에도, 땅에도 닿지 않는 탑을 세울 수 있는가?"
이솝은 네 마리의 독수리 등에 아이들을 태우고서 그 아이들에게 천의 네 귀퉁이를 잡고 날아오르게 하여 탑을 세우는 방식으로 수수께끼를 푼다.
이솝처럼 페이세타이로스도 새들에게 그들의 나라를 지을 것을 명령한다.
"하늘과 대지 사이의 이 모든 대기 주위에다
큼직한 구운 벽들로 성벽을 두르시오. 바뷜론처럼 말이오." - 551~552행
P.S. 아이소포스(이솝)는 다른 곳에서도 언급된다.
"언젠가 델포이인들이 아이소포스를...." - 아리스토파네스, 벌, 1448행
(델포이인들이 아이소포스를 모함해서 죽였다는 아이소포스가 어떻게 해서 죽게 됐는지 증언해주는 가장 오래된 문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