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시스트라테에 이어 B.C.411년 공연된 작품으로 34세의 아리스토파네스가 연출했다.
B.C.415년 시칠리아 원정에 나선 아테네는 지도부의 무능함 때문에 B.C.413년 시라쿠사군에 참패한다. 아테네 제국의 참패 소식에 힘입어 이오니아 지방의 식민지들은 반란을 일으킨다. 페르시아 제국은 스파르타군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면서도, 속으로는 그리스 제국의 몰락을 꾀하고 있었다. 아테네 본토에서는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 B.C.412년 쿠데타를 통해 과두정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과두정은 다음해 붕괴되었다. 과두정만 붕괴된 것이 아니라 아테네 제국도 붕괴하고 있었다.
테스모포리아 축제(Thesmophoria)는 곡식과 농업의 신인 데메테르 테스모포로스(Demeter thesmophros : 입법자 데메테르)를 기리는 축제로 지금의 10월경 아테나이에서 사흘간 계속되었다. 기혼여성들만 참가할 수 있으며 사흘 중 가운데인 두 번째 날에는 모두 단식을 했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날도 두 번째 날이다.
축제에 모인 여인들은 비극에서 여인들을 폄하했다는 이유로 비극작가 에우리피데스(B.C.485?~405?)를 처벌하려 한다. 74살의 노인 에우리피데스는 처벌받는게 두려워 인척과 함께 후배 비극작가인 아가톤(B.C.445?~399?)을 찾아간다. 빼어난 미남인 그가 여장을 하고 축제에 참가해 에우리피데스를 처벌하지 않도록 여인들을 설득해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다. 아가톤은 에우리피데스의 <알케스티스>를 인용하며 단칼에 거절한다.
"너는 햇빛을 보고 좋아하면서 이 아비는 안 그럴거라 여기느냐?" - 193행
그래서 인척이 대신 나선다. 수염을 깎고 음모를 거슬리고 드레스와 브래지어까지 착용하고 여인들 소굴로 찾아간다. 여인들은 한창 에우리피데스를 성토중이다. 전장에서 방패를 버리고 달아났던 겁쟁이 클레이뉘모스의 아내 미카가 열변을 통한다.
"그자가 우리를 화냥년, 남자에 환장한 것들,
모주망태, 배신자, 수다쟁이, 건전하지 못한 것들,
남자들의 큰 재앙이라 부르며 우리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은 곳이 있던가요?" - 391~394행
남편이 다섯 아이를 남기고 죽어 도금양 가지로 화관을 만들어 파는 크리튈라는 비극작가들이 사람들을 신이 없다고 믿게 만들어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투덜댄다. 이 떄 인척이 나서 여자 목소리로 말한다.
"왜 우리는 그자에게 자꾸 그런 죄를 덮어씌우며
노발대발하는 거죠? 그자는 우리가 범하는 천 가지
잘못 가운데 두세 가지만 언급했을 뿐인데 말예요." - 473~475행
마침 여자 같은 남자인 클레이스테네스가 여인들에게 에우리피데스가 첩자를 여인들 사이에 보냈다고 알린다. 인척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여인들에 발각되어 수모를 당한다. 옷을 벗기자 숨겨둔 남근이 드러난다.
"이쪽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어요. 거참, 색깔 한번 좋네." - 643행
(희극배우들은 커다란 남근을 단 의상을 입었는데 남근 끝부분에는 흔히 빨간 색칠을 하곤 했다.)
인척은 에우리피데스에게 구조를 요청한다. 에우리피데스의 <팔라메데스>에 착안해 나무판자에 글자를 새겨 던져보지만 묵묵부답이다. 이번에는 에우리피데스의 <헬레네>-에우리피데스는 이 작품으로 B.C.412년 디오뉘소스 제에서 우승했다.-를 흉내내자 에우리피데스가 메넬라오스로 변장하고 등장하지만 구출에는 실패한다.
그 사이 여자 같은 남자 클레이스테네스의 신고를 받은 당국자가 스퀴타이 출신 궁수와 함께 인척을 잡으러 온다. 인척은 널빤지에 묶이자 탄식하며 도움을 호소한다. 에코 여신이 나타났지만 궁수에게 쫓겨난다. 에우리피데스도 안드로메다를 구출하러 온 페르세우스처럼 날개 달린 신발을 신고 나타나나 여전히 역부족이다.
에우리피데스는 여인들에게 그간 그들을 폄하했던 것을 사과하고 평화협정을 제안한다. 여인들이 받아들이고 에우리피데스는 마지막 방법으로 피리부는 소년 테레돈과 무희 엘라피온을 동행한다. 음악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무희가 현란한 몸짓으로 유혹하자 스퀴타이족 출신 궁수는 홀딱 넘어가고 만다. 스퀴타이족 궁수가 무희를 데리고 나간 사이 에우리피데스도 인척과 함께 도망간다. 여인을 그렇게 욕하던 그였지만 결국 여인의 도움으로 인척을 구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아리스토파네스의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정치적인 비판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하지만 계속되는 전쟁으로 인한 여인들의 불만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뤼시스트라테'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작품은 픽션이지만 유사한 일이 실제로 있었다. 로마 시대 여자들만 참석할 수 있는 축제에 한 남자가 변장해 들어왔다.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를 찾아 헤매다 그만 잡히고 말았다. 그와 그가 사랑한 여인의 염문설이 재빠르게 퍼졌나갔다. 그녀를 아내로 둔 남자는 소문에 타격을 받을까 두려워 그녀와 헤어졌다. 변장한 남자는 클로디우스였고, 그가 사랑한 여인은 폼페이아였으며, 그녀와 헤어진 남편은 카이사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