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조호진/신미희 기자]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이 최근 한 기독교 행사의 봉헌식에서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골자의 봉헌서를 직접 낭독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이번 행사는 기독교TV를 비롯, 행사에 참여한 대형교회의 자체 방송을 통해 방영됐다. 봉헌이란 교회에서 신자들이 미사·성사 집행·전례, 또는 심신 행위와 관련해 자발적으로 바치는 일종의 예물을 뜻하는 말이다.
서울 소망교회 장로인 이 시장은 평소 종교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개인 자격이 아닌 서울시장 명의로 대규모 종교 행사에 참석, 직접 '서울 봉헌'을 공표한 것은 직위 남용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이 시장은 '서울의 부흥을 꿈꾸는 청년연합'이 지난 5월 30일 밤 9시부터 31일 새벽 4시까지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주최한 '청년·학생 연합기도회'에 참석해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서울을 하나님께 드리는 봉헌서'를 직접 낭독했다.
이 시장은 봉헌서를 통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거룩한 도시이며, 서울의 시민들은 하나님의 백성"이라며 "서울의 회복과 부흥을 꿈꾸고 기도하는 서울 기독청년들의 마음과 정성을 담아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다짐했다.
이번 봉헌서는 '서울특별시장 이명박 장로 외 서울의 부흥을 꿈꾸며 기도하는 서울 기독청년 일동'이란 명의로 작성됐다. 특히 이 시장의 직함인 서울특별시장을 별도로 적시, 개인 차원의 참여가 아님을 한눈에 알 수 있으며 봉헌서 표지에는 서울시 공식 휘장까지 새겨 있다.
교계, 2007년에는 대한민국을 봉헌할 계획도 선포
'Again 1907 in Seoul-서울에서 예루살렘까지'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교파를 초월, 서울지역 대형교회와 청년선교단체 등에 소속된 1만여명의 청년들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룬 종교집회이다.
주요 참가단체는 광림·충신·온누리·여의도순복음·왕성·사랑의 교회 등 서울시내 100여개 교회와 예수선교단·순회선교단·한국대학생선교회(CCC)·청년목회자연합(Young 2080) 등 20여개 청년선교단체 등이다.
특히 수도 서울의 영적 회복을 기치로 내건 이번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기독 청년들은 이 나라의 도덕적 위상을 바로세우고 영적 회복과 부흥을 위해 우리의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서울 기독청년 선언문'도 채택·발표했다.
한편 '서울의 부흥을 꿈꾸는 청년연합'은 올해 행사를 통해 서울의 영적 회복뿐 아니라 세계 대부흥을 일으키는 도화선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따라서 '서울의 부흥을 꿈꾸는 청년연합'은 내년, 후년에도 이같은 행사를 치르는 데 이어 2007년에는 대한민국을 하나님께 봉헌하는 전국적 행사를 개최하겠다고 선포했다. 2007년은 17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해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대형교회의 이같은 행사가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둔 이명박 서울시장의 정치적 행보와 맞물린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특히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이 시장의 봉헌서 낭독과 관련, 개인의 종교행위를 넘어 다른 분야의 종교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적절한 처신으로 비판하고 있다.
또 아무리 상징적인 표현이라 할지라도 서울시장이 서울시를 '봉헌한다'는 특정 종교행사에 선언자로 직접 나섰다는 것은 공직자 윤리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대형교회들의 경우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듯 자체 홈페이지에 걸었던 이번 집회 동영상을 폐쇄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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