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코스로 삽교호에 있는 함상공원과 안면도의 해수욕장, 염전을 돌아보기로 계획을 세우고 일찍 자리에 누웠다. 그러나 날씨도 무덥고 마음이 설레어서 쉽게 잠들지 못하고 12시나 되어서야 잠들 수 있었다.
8월 3일 6시.
졸린 눈을 비비며 서해안 고속도로를 향해 출발했다. 다행히 고속도로가 막히지 않아서 7시쯤에는 서해대교 중간에 있는 오션파크 휴게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휴게소는 사람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2000년에 완공한 7.3km의 거대한 규모의 서해대교에 감탄할 따름이었다. 서해대교 위에서 정차하는 것은 금지 되어있어서 휴게소에서 서해대교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에 만족해야 했다.
휴게소에서 가져온 관광지도에 따라 1차 목적지인 삽교호 함상공원에 쉽게 갈 수 있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송악IC에서 내려서 함상공원에 갔다. 그 곳에 도착하니 8시쯤 되었는데 함상공원은 9시가 넘어서 문을 연다고 했다. 우리는 바닷가 주변 산책로를 거닐다가 벤치에서 준비해온 김밥과 음료수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함상공원에 들어가니 입구에 수륙양용장갑차와 전투기도 올라가 볼 수 있었다. 바다에는 두 대의 배가 있었는데 더 큰 상륙함으로 입장했다. 상륙함을 전시관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상륙함의 본래 이름은 화산함이었다고 한다. ↑ 멀리서 본 함상공원 해군전시관에는 해군의 소개와 연평해전의 모형이 있었고 우리 민족의 자랑인 거북선과 장보고 대사의 활약상도 입체적으로 관람 할 수 있었다. 해병대 전시관에는 해병대의 발전 과정과 한국전, 월남전에서의 활약상을 볼 수 있었는데 베트콩의 신기한 땅굴과 그곳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부대가 바로 해병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자부심을 느낄만한 고된 훈련 장비들도 구경하였다. 군장은 무게가
40kg이나 된다고 하는데 나는 들 수도 없었다.
구축함의 본래 이름은 전주함인데 체험관으로 꾸며져 있었다. 본래 용도 그대로 꾸며져 있어서 해군들의 선상 생활을 알 수 있었다. 조타실에서 방향키도↑ 전주함의 함포 돌려보고 앞쪽에는 함포를 조준해 볼 수도 있었다. 동생과 함께, 한사람은 상하를 맞추고 한사람은 좌우를 맞춰 조준을 해야 되는
데 둘이 호흡이 잘 맞아야지만
가능한 일이었다. 3D 입체 상영 영화는 시간이 맞지 않아 다음을 기약하고 함상공원을 떠나 왔다.
10시 30분쯤 다시 서해안 고속도로를 올라와 다음 목적지인 안면도를 향했다. 오른쪽으로 펼쳐진 넓은 서산 간척지의 논들을 볼 수 있었고 천수만에는 마침 물이 빠져 넓은 갯벌 위에 간간히 새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점점 차가 밀리기 시작하여 해수욕장이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안면읍으로 가서 점심거리와 두통약을 사서 꽃지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꽃지 해수욕장은 입구부터 차도 밀리고 사람도 북적거렸다. 준비해간 밥과 과일로 점심을 먹고 본격적으로 바다에 뛰어들었다. 생각보다 많지 않은 사람들로 재미있게 놀 수 있었다. 아는 사람이 없어서 동생과 둘이 놀았는데 사촌동생들이랑 같이 왔으면 좋았을 뻔했다. 나는 동생과 함께 튜브를 타고 놀았다. 수영을 배우긴 했는데 실제로 바닷가에서는 해보지 않아서 쉽지가 않았다. 엄마가 얕은 물에서 노는 나에게 땅 짚고 헤엄친다고 놀리기도 했지만 나는 즐겁기만 했다. 3시간 정도 물 속에 있었는데 피부가 빨갛게 되었다. 화상을 염려하시는 엄마가 잠시 휴식을 하자고 하셨다.

염전을 돌아보기로 하고 해수욕장을 빠져나왔다. 길을 잘못 들어서 헤매다가 겨우 두산염전에 도착했다. 염전이 넓게 펼쳐져 있었는데 한쪽 끝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은 논처럼 되어있었는데, 작업을 하는 곳에는 하얀 소금이 쌓여 ↑ 두산 염전 있었다. 나도 해보고 싶었지만 직접 하지는 못하고 사진만 찍고 돌아서야 했다.
다음은 안면암으로 향했다. 비포장도로를 덜덜덜 거리면서 올라갔다. 안면암에 가는 이유는 뒤쪽에 있는 부교를 건너서 섬에 가보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이 보름이 가까워서 물이 평소보다 많이 차서 부교는
끊어져 있었다.
사진만 몇 장 찍고 아쉬움을 ↑ 갈 수 없는 부교 뒤로한 채 돌아서야 했다. 안면암을 나와서 일몰을 보러 왜목마을에 가려고 했는데 차가 너무 많이 막혀서 다시 안면도로 돌아왔다. 안면해수욕장에 7시 조금 지나 도착하니 막 일몰이 시작되고 있었다.
일기예보에서 얻은 정보로는 7시 50분쯤이 해지는 시각이었 으나, 바다라서 안개 때문인지 수평선 훨씬 위쪽에서 일몰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 감동적이지는 않았지만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7시 30분쯤엔 해가 완전히 져버렸고 바닷물이 차갑게 느껴졌다. 한기 때문에 더 이상 물 속에 있을 수가 없었다. 저녁 바닷바람은 상쾌하고 시원했다. 여기서 일주일만 살면 여름이 그냥 지나갈 것 같았다.
내년을 기약하고 커다란 미련을 남겨둔 채 바닷가를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참을성과의 싸움이었다. 아빠는 차가 꽉 막혀서 답답한데다 피곤과 졸음을 쫓으며 운전하시느라 애쓰셨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휴게소에서 쉬기도 하며 5시간만인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하루 동안의 짧고 아쉬운 여행이었지만 즐거운 하루였다. 미리 일정을 계획한 덕분에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었고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었다.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와 놀이는 새로운 기운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