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곰의 목도리 이야기
길리언 힐 글 그림, 김미경 옮김 / 진세림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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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할아버지의 목도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꼬마 곰에게 할아버지 곰이 목도리 짜는 방법을 알려 주어 자기만의 인생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하는지 설명한 그림동화책이다.
 이 책의 그림은 자연스러운 색감의 수채화인데 글의 내용과 걸맞게 온화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이끌어 내고 있다. 할아버지 곰의 목도리 그림은 책의 제목과 함께 시작되어 마지막장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지며 책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때로는 밝은 색으로 때로는 어두운 색으로 짜여지고 솜털같이 부드럽거나 반짝이는 특별한 부분도 있는 다양한 인생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다. 각 장마다 밝은 색과 어두운 색, 차가운 색과 따뜻한 색을 적절히 배치하여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를 내면서도 들뜨지 않고 안정감있는 그림이 되었다.
  목도리를 할아버지 곰의 몸으로, 길이를 나이로 표현하고, 인생의 선택과정을 실 색깔의 선택으로 표현하여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인생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은유적으로 표현함으로서 철학적인 접근에까지 성공하였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글자의 모양과 크기, 색깔, 배열을 달리하여 어린이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하고 할아버지 곰과 꼬마 곰의 대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쉬우면서도 사고력을 요구한다.
 물려받은 날실을 기본으로 꿀색이나 사과색을 택하든 슬프거나 우울할 때 회색을 택하든 색실을 고르는 것은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할아버지 곰은 말하고 있다.  때로는 실수도 하게 되는데 겁내지 말고 바꾸면 된다고 충고한다. 그게 다 더 좋은 목도리를 짜기 위한 것이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가는 목도리는 훌륭하게 될 거라고.
 유치원 과정을 끝내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1학년 어린이들이 읽으면 적당하다고 본다. 목도리로 표현된 인생에 대하여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나이이다. 꼬마 곰이 즐겁게 색실을 고르며 앞으로 만들어 나갈 목도리를 상상하는 것처럼 이 시기의 어린이들도 나름대로 장래희망을 생각하며 꿈을 키우기 시작 할 나이인 것이다.
 인생은 스스로 선택에 의하여 이루어지며 할아버지 곰의 아름다운 목도리도 그 색깔만큼의 빛과 어두움, 추위와 따뜻함이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행복은 혼자 힘으로 만들어 가야하고 스스로 책임 져야 한다'는 메세지를 전달한다. 살다보면 행복한 날도 있고 속상한 날도 있는 게 인생이라고. 손자를 위해 베틀을 만들어주는 할아버지 곰처럼 어린이들이 아름다운 목도리를 엮어 갈 수 있도록 튼튼한 베틀을 만들어주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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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누리 2004-06-12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3학년인 우리 아들에게도 읽혀주고 싶네요. 아이는 눈에 보이는 걸 더 믿습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감정이라는 것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어 일부러 창작동화나 동생의 동화책도 읽히곤 합니다. 책을 머리로만 읽고 가슴으로 읽지 못 하는 것은 잘 안 고쳐지네요. 리뷰 고맙게 읽고 갑니다.

바람꽃 2004-06-13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자체는 그림책 같은 분위기랍니다. 하지만 심오한 뜻을 담고 있지요.

 
또 다시 숲속으로 내 친구는 그림책
매리 홀 엣츠 지음 / 한림출판사 / 1997년 3월
평점 :
절판


요즈음의 책들은 너무나 화려하다. 복잡하고 빡빡하게 돌아가는 사회만큼이나  책들도 완벽을 추구하며 만들어진다. 그래서인지 모처럼 편안하고 여유로운 혹은 만만한 느낌을 갖게 해준 소중한 책이다.
`나무 숲 속'에 이은 작품인 이 책은 흑백의 그림과 이야기가 조화를 이루어 편안함을 주는 작품이다. 고깔을 쓴 남자아이가 나팔을 들고 다시 숲 속으로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호기심을 안고 들어간 숲 속에서 장기 자랑이 펼쳐진다. 코끼리, 하마, 원숭이 뱀, 작은 생쥐 등 모두모여 아이의 사회로 장기자랑을 한다. 목이 긴 기린이 목을 길게 뻗는 것도 장기요, 사자가 큰 소리로 으르렁거리는 것도 장기이며, 하마가 입을 크게 벌리는 것도 장기이다. 모두들 나이 많은 코끼리에게서 아주 잘했다는 칭찬을 받는다. 아이는 물구나무서기를 보여 주었는데 코로 땅콩을 집으려다 실수로 웃어 버렸다. 동물들은 아이의 웃음을 보고 감탄한다. 그 웃음에 일등상을 주었다. 칭찬도 받고 신나게 행진도 했다. 아빠가 부르는 소리에 동물들은 모두 사라지고 아이는 아빠에게 자랑을 한다. 동물들이 자기처럼 웃을 수 없어 무척 부러워하더라고.
 오직 인간만이 웃을 수 있다고 한다. 더구나 아이의 순진한 웃음은 아빠도, 우리 모두가 부러워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 사실을 모른다. 이 책을 보고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것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으면 좋겠다. 자신의 장기를 뽐내는 동물들을 보며 동물의 특징을 알고 발표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는데도 도움이 될 것 이다.
 판화기법을 이용하여 만든 이책의 그림은 똑같은 것 같으면서도 앉은 자세나 표정이 조금씩 달라서 비교해 보는 재미를 선사해준다.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부드럽고 섬세한 그림들이 이야기의 느낌을 잘 전달해 주고 있다.
 도시에서 자라나는 요즘 아이들은 숲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아이들이 이 책을 보면서 숲도 떠올려 보고  어디선가 보았던 동물들을 상상 속에서나마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키도 덩치도 다르지만 코끼리의 등에 타고 앵무새의 안내를 받으며 행진하는 즐거운 꿈을 꿀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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