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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 - 이기는 설득을 완성하는 힘
제이 하인리히 지음, 하윤숙 옮김 / 8.0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누군가를 설득한다는 것, 사람이 어울려 살다보면 반드시 부딪혀야 하는 중요한 문제일것입니다. 흔히 설득은 대단한 논리를 앞세우고 정확한 사실을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사실 그정도에 머물렀습니다. 누군가하고 말싸움해서 이기면 그것이 다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진정한 설득이 무엇인지를 좀 알게 되더군요. 단순 논리학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수사학적 기술이 더 많이 필요함을 이야기해준다. 수사학, 낯선 학문인데 알고보면 간단하다. 그리스/로마시대의 위대한 연설가들의 화법을 떠올리면 되는 것이다. 논리는 기본이고, 과장법, 대조법, 반어법, 감탄법 등을 총망라하는 학문이다.
저자가 말하는 설득이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서로가 윈윈하는 듯하면서도 본질상의 목표를 이루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논리나 수사학, 왠지 어려울것같은 내용이 의외로 쉽게 서술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다. 그것은 저자가 벌써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끝까지 읽을수밖에 없는 설득의 힘으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주제를 쉬운 일상적인 예화로 가득하게 설명한다. 그러다보니, 설득의 힘이란것이 그리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책에서 강조하는 3가지가 있다.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 이 개념만 잘 이해하면 된다. 책 전반에 걸쳐 설명되는 이러한 개념들을 확실하게 잡고 넘어가면, 상당히 두꺼운 책 내용이어도 술술 읽혀질수 있다. 나머지 대부분의 내용은 자잘한 설득의 기술들이기 때문이다. 논쟁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접근하기위해 미래시제를 사용하라든지, 상대방의 호감을 얻기위해 상대와 동화되도록 하라, 분위기를 전환하라, 상대의 논리허점을 찾아라, 기회의 순간을 포착하라.. 등등 여러가지 공격과 방어의 설득의 기술들이 많은데, 이정도가 내 기억에 남아있다.
오바마를 평하기를 링컨만큼이나 훌륭한 연설가라고 한다. 그의 별볼일없는 이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설은 사람을 마음을 휘어잡고 감동시키며, 스스로 행동에 옮기게끔하는 능력이 담겨있다. 오바마의 연설에 사용된 문구들을 예로 들면서, 설득의 기본에 대해서 잘 풀어놓은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키케로의 5단계 설득규범이 연설 곳곳에 녹아있음을 알수 있다. 책을 다 읽고나서 드는 생각은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같은 의미라도 어떻게 배열하는가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기억력이다. 언제 어디서나 설득의 힘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이 모든 것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TV속에서 봤던 기억의 달인처럼 머릿속에 기억의 집을 짓고, 그 안에 차곡차곡 필요한 내용을 정리해두고 필요할때마다 꺼내서 정리하는 능력, 그런 기억 능력을 갖고 있을때 진정한 설득의 완성이 될거라 생각된다. 멋진 책이다. 두껍다고 미리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