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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는 택시
김창환 지음 / 자연과인문 / 2009년 11월
평점 :
낭만 택시 기사, 김창환의 글모음이다. 비슷한 이름의 가수와 헷갈리기도 하겠지만, 그 보다 더 맛깔나는 글솜씨가 읽는이로 하여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어느새 가슴한쪽이 아려오기도 한다. 대기업연구원으로도 근무했고, 개인사업도 여러가지 하다가 지금은 통영에서 택시기사를 하고 있는 저자, 저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sksms4705 )에서도 여전히 최근의 글도 읽어볼수 있다.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야기, 그 속에 얽힌 삶의 애환들과 소소한 기쁨들을 맛볼 수있는 책이다.
책의 첫부분에 나오는 에피소드였던가, 저자가 역마살이라고도 표현했지만, 이것저것 해보던 사업이 모두 망하고 택시기사로 처음 운행을 나선날, 그날 저녁 그의 부인이 전하는 말이 마음을 울린다. " 내 소중한 신랑이 이제는 택시 기사가 되어 버렸네" "..." 어려울때도 함께 곁에서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명 행복한 사람이리라, 행복해지기위해서 행복하다고 외쳐댄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또 지치기도 하겠지만, 사랑하는 가족의 믿음만큼 든든한것이 또 있을까? 택시기사로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 그 네들의 인생이야기,어쩌면 저자보다도 험난한 삶을 살았을 사람들, 이런 저런 에피소드들이 모여 한권의 책이 되었다. 프롤로그에서 말했던가, 자신의 기록을 망해온 기록이라고 했다. 그치만 진정 꿈을 현실에 옮길줄 아는 용기있는 자만이 망할 자격이 있다고. 그의 용기의 기록이면서, 그의 감성의 기록이다. 때론 친구에게 이야기하듯이 풀어놓기도 하고, 때로 편지를 쓰듯이 글을 풀어놓는다. 입가에 빙긋 웃음을 짓다가도 눈가에 눈망울이 맺히는 서글플도 있다. 바다로 가는 길목에 택시를 세우고 바다를 바라보는 낭만기사의 모습이 왠지 멋있게 다가온다. 그안에는 내가 알지못하는 수많은 모습들이 감춰져 있겠지만.
칠순이 다되어가시는 나의 아버지도 아직까지 시골에서 택시를 운전하고 계신다. 농사만 지으시다 읍내로 나오셔서는 처음에는 트럭운전기사이셨고, 회사택시 기사를 수년간 하시다가 드디어 개인택시를 운전하게 되던날은 우리 가족모두가 기뻐했던 생각이 난다. 아버지가 트럭운전을 하실때도 시간이 나면 우리 형제와 함께 일터로 가셨고, 택시운전하실때도 마찬가지셨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갈수 있는것도 아버지께서 개인택시를 하셨기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택시운전이 그렇게 힘든일인지 잘 모르고 살아온듯하다. 아버님께서는 꾸준히 산행을 하셨지만, 몇년전부터 무릎이 저리다고 하시는데도 크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택시기사의 고단함이 절로 전해져온다. 수십년간 우리 아버님은 가족을 위해 그렇게 애쓰셨는데, 그 마음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었을까? 거친 도시의 택시기사가 아니고 작은 시골의 택시기사이시기 때문에 저자가 느끼는 고독과 황량함과는 거리가 있겠지만, 그래도 하루종일 좁은 택시안에서 근무하셨을 아버지를 생각해보니, 저자의 넋두리가 그냥 넋두리가 아니라 한마디한마디가 가슴에 꽂히는듯 하다. 지금은 비록 택시로 돈벌이하시기보다는 자가용 대신으로 활용하고 계시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년말에 시골에 가면, 아버지랑 어릴적 이야기로 밤을 세워도 좋을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버지의 젊을적 꿈은 무엇이었을까? 아버지가 가장 기쁘셨을때는 언제였을까?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면서 어떤 마음이 드실까? 마흔이 넘어가는 아들에게 혹여 아직 들려주지 못하신 말씀은 없으실까, 오늘 왠지 아버님 생각이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