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에 불타서 리뷰를 열심히 쓰던 기간은 겨우 한 달 남짓.
내가 하는 짓이 다 그렇긴 하지만, 회사가 너무 바쁘기도 했다.
언젠가는 감상문을 쓰리라 생각만 하면 죽어도 못쓸 것 같아, 성의 없게라도 그동안 읽은 책들에 대해 쓴다.
내가 원래 읽고 싶은 책은 '다시찾은 브라이즈헤드' 인데, 번역된 책이 없어 에벌린 워 책 중에 유일하게 번역된 이 책이라도 읽자 싶어서 읽었다.
빅토리아 시대에 남자들은 이혼을 할 때도, 내가 바람피운 거 마냥 속여서 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난 역사에 대해 잘 모르지만 대체로 영국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 다소 우스꽝스럽게 살았던 거 같다. 푸하하하. 쓸데없는 엄격진지근엄한 모습 있자면 진짜 같잖다. 에벌린 워가 그런 모습을 대놓고 풍자하는데 꽤 재밌었다.
읽다 보면 브랜다 때문에 짜증이 막 치미는데, 자기 아들이 말에서 떨어져 죽었는데 카드 놀이 하고 있는 토니 라스트도 그다지 정상은 아니다. 그리고 밑도 끝도 없이 저택에 집착하는 거 어쩔 거임... 하지만, 토니 라스트의 말년 삶은 너무나 충격과 공포였다. 작가양반! 거 너무 잔인한 거 아니오?
페이지가 엄청 빨리 넘어가는 책이었고, 이 책을 보니 '다시찾은 브라이즈헤드' 도 재밌을 거 같은데, 출간 소식은 들리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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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서점에서 완전 새 책이 2천 원 이길래, 중학생 시절 추억도 떠올림 겸 사서 읽었다.
뜬금없이 터지는 포인트가 꽤 있었다. 특히 '딩크 포슨' 이라고 이름 계속 잘못 부르는 거 별거 아닌데 웃겼다 ㅋㅋㅋㅋㅋㅋ
거창하게 삶의 진리, 의미, 구원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심오한 소설들은 아니지만 재밌었다.
내가 소설을 읽으며 감탄할 때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쩔 수 없이 찌질하고 째째한 인간의 모습을 기막히게 묘사할 때인데, 오 헨리표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다들 착해서 조금 아쉽긴 했다.
미국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 지 알 것 같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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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메튜 베리 좀 변태 같다.
웬디가 남자 동생들과 몇 살차이도 안 나는데 엄마처럼 바느질해주고 밥 차리고 하는 모습... 내가 여자라 그런가 읽다가 계속 짜증 났다.
그리고 예전에 셜록홈즈 읽으면서도 느낀건데, 그 시대 영국 사람들은 백인 외 다른 인종은 원숭이와 사람의 중간쯤 되는 존재로 규정하고,절대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인종차별적인 내용이 너무 많이 나와서, 읽으면서 몇 번이나 정신이 아득해졌다.
읽는데 진짜 힘들었다. 재미 더럽게 없었다... ㅜㅜㅜ
'피터팬' 읽다 보면 '왕자와 거지' 가 얼마나 대단한 책인지 사무치게 깨닫게 된다.
중고로 샀는데도 책값 아까웠다. 표지만 예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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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책이었다. 이보다 더 섬세할 순 없는 문장들.
나는 강원도 깡시골에서 태어나서, 거기서 7살까지 살았는데 하루 종일 나가서 엄마가 내 이름을 부르며 찾아 다닐 때까지 절대 집에 들어오지 않는 어린이였다.
어느 뜨거운 여름날, 다섯 살쯤의 나는 맨드라미가 피어있는 화단에서 채송화를 구경하다가, 채송화 씨를 따서 흙에 뿌렸고, 별안간 곱게 핀 채송화 꽃을 꺾어서 돌로 막 짓이겨버렸다. 별 것도 아니었던 그날, 그때 목덜미에 꽂히던 뜨거운 태양빛이 가끔 어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다.
책을 읽으며, 시골에서 항상 혼자였던 그래서 때로는 작은 심술을 부리기도 했던 내 유년시절이 떠올라서 자꾸 눈물이 핑 돌았다.
모든 시절 얘기가 다 훌륭했지만, 개인적 경험 때문인지, 유년시절 이야기가 제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