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한글판) 더클래식 세계문학 37
오스카 와일드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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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좋아하는 동화책이 너덜너덜해지고 모든 문장을 다 외울때까지 마르고 닳도록 읽는 어린이였다. 그렇게 내가 좋아했던 동화 중에는 '오스카 와일드' 의  '행복한 왕자' 도 있었다. 아직도 그 동화의 삽화가 생생히 기억날 정도다. 어렸을 때 '행복한 왕자'를 좋아했던 어린이였고, '스미스' 의 모리세이가 오스카 와일드의 광팬이란 걸 어디서 들어서, '행복한 왕자' 외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을 하나도 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언젠간 그의 작품을 읽어야지 생각하고 있던 중 구입한 e-book 단말기 테스트 겸 단돈 천원에 이 책을 e-book 으로 구입하여 읽었다.

  다 읽은 후 결론은? 너무너무 별로였다...... e-book 으로만 산 게 천만 다행이다. 

  왜 그렇게 별로였는지 말하라면 첫번째로 말하고 싶은 건 이 책의 주인공 중 하나인 헨리가 진심으로 재수가 없다는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가 헨리는 다른 사람들이 보는 자신의 모습이고, 바질은 실제 자기의 모습,  도리언은 자기가 되길 바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는데, 이 말이 사실이라면 생전 오스카 와일드는 참으로 정나미 떨어지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헨리 이 사람은 인생의 모든 것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 헨리는 대단한 통찰력으로 인생의 진리에 대해 멋진 말을 수도 없이 하며 유머 넘치는 사람으로 그려지지만, 나에겐 오히려 이런 모습이 꼰대같이 느껴졌다. (몇 개 문장은 좀 멋지긴 하지만) 자기가 대체 뭔데 인생에 대해 그리 쉽게 단정지을 수 있단 말인가. 어휴 정말 재수없고 오만방자한 인물이다.

  그리고, 난 소설에서 작가나 주인공의 고급스러운 취향을 열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소설에서는 도리언이 만지는 가구는 네덜란드에서 온 거고 작은 상자는 일본에서 가져온 거고, 뭐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무슨 도리언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값진 물건들에 대한 묘사가 시도때도 없이 나온다. 헨리가 도리언에게 준 프랑스 책에 쓰여진 전세계의 사치품들과 진귀한 풍습들이 쭉 쓰여진 11장을 읽을 땐,  대체 이건 뭔가 싶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도리언 그레이가 살인을 저지를 정도로 타락한 이유도 터무니 없고, 해설에는 이 소설이 겉모습만 중시하는 것을 경계하자는 교훈이 있는 소설이라는데 글쎄 나에겐 '다른 거 다 필요없다, 젊고 예쁜 게 최고다.' 라는 것 외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텅빈 소설이었다.

  나는 빅토리아 시대에 영국에서 쓰여진 소설이 가끔 과대평가되고 있단 생각을 가끔 했는데, 이 소설이 딱 그런 사례인 것 같다. 이런 소설에도 '유미주의'란 말을 붙여서 대단한 양 평가해주다니 너무 우스꽝스럽단 생각이 들었다.

  알프레드 경과의 동성애 사건으로 오스카 와일드의 말년은 참 딱했고, 그의 희곡과 단편소설은 꽤 훌륭한 편에 속한다지만, 당분간은 오스카 와일드 책은 안 읽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모리세이의 취향에도 실망했다면 너무 박한 평가일까.


아래는 헨리의 말 중, 좀 멋지다 생각한 것들.


P.S  e-book 으로만 산 거라 정확한 페이지를 표시하지 못해 e-book 으로 703 페이지 중 몇 페이지 인지 표시했다.

"도리언, 결혼은 절대 하지 말아요. 남자들은 지쳐서 결혼하고 여자들은 호기심으로 결혼을 하죠. 여자든 남자든 결국에는 모두 실망해요."

-p.151/703

"도리언, 건드리고 싶은 것만이 신성한 것예요. 왜 그리 화를 내는 건가요? 언젠가는 그녀는 당신의 것이 될테지요. 인간이란 사랑할 때 처음에는 언제나 자신을 속이는 법이에요. 그리고 사랑이 끝날 때는 상대방을 속이고 말이죠. 그걸 바로 로맨스라고 부르는 거예요. 어쨌든 당신은 그녀와 알고 지내는 거죠?"

-p.167/703

"바질, 자네가 그렇게 얘기하면 도리언은 틀림없이 그 여자와 결혼을 하고야 말 거야. 분명히 그러고도 남을 친구야. 인간이 철저히 바보짓을 할 때는 항상 고귀한 동기가 있거든."

-P.23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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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7-10-10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작품 좋은 줄 도무지 모르겠더라고요. 빅토리아 시대 영국 문학 과대평가 말씀도 공감합니다.

케이 2017-10-11 09:4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정말 이 작품 너무 별로였습니다. 이 책 바로 전에 읽은 작품이 ‘지루한 이야기‘ 라 더더욱 재미없게 느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