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 드디어 '악령' 을 다 읽었는데, 이 소설 나에겐 너무나 어려웠다. 물론 다른 도선생님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재밌긴 엄청 재밌지만, 음... 심오해도 너무 심오하고,복잡하고, 등장인물들은 왜이렇게 많은지!
도선생님이 단편소설에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셨지만, '악령' 속 2부 맨 끝 이야기인 '스따브로긴의 고백' 은 앞 뒤 아무것도 안 읽고 이 소단원만 읽어도 그 자체로 완벽한 단편소설이라 감탄해버렸다.
물론 스따브로긴이 기이한 행동을 일삼는 젊고 잘생긴 남자 귀족이고, 찌혼은 수도승이라는 정도의 사전 지식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자기 파괴적 기행을 일삼는 스따브로긴에 별다른 감정이 없었는데 그 짧은 고백 이야기 하나로 단번에 인물에 조금은 이해가 가고 나중엔 그가 좀 딱하기까지 했다.
실물 책은 열린책들 버전으로 사놓고, 아무리 읽어도 번역이 맘에 들지 않아 다시 동서문화사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PDF 로 된 e-book이라 읽는데 눈이 빠지는 줄 알았다.(난 일반 전자책도 폰트 110% 로 하고 본단 말이야)
열린책들에서는 세권으로 나눠 출판한 책을 동서문화사에서는 패기있게 단 한권으로 출판한 것이 감명깊어, 이 책을 서점에 갈 때마다 검색해 보았지만, 그 어느 서점에서도 실물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솔직히 전체 소설의 절반 정도만 제대로 이해했기 때문에 언젠가 내공이 쌓이면 다시 읽어보려고는 하지만, '스따브로긴의 고백' 은 시시때때로 자주 읽어볼 것 같다.
+ 페이퍼 다쓰고 갑자기 또 떠오른 게 있어서 황급히 돌아와서 추가해서 쓴다. 시종일관 어두침침한 '악령' 속 한줄기 빛과 같은 인물은 '까라마지노프' 다. 명성과 부를 가진 유력한 소설가인 '까라마지노프'는 나같이 무식한 사람이 읽어도 빼박 '투르게네프' 인데, 이 '까라마지노프'를 묘사하는 모든 부분이 진심 배꼽빠진다. ㅋㅋ
실제 투르게네프가 어땠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도스토예프스키가 '악령'을 쓸 무렵, 어지간히도 꼴보기 싫었던 모양이다.
P.S 회사에서도 일이 손에 안잡혀, 그럴 때마다 올해 읽은 책에 대해 시시콜콜한 거라도 적기로 다짐했는데 아마도 몇 번 쓰다 말 것 같다. 다른 알라디너처럼 엄격진지근엄하게 완성된 독후감을 쓰리라 몇 년전 다짐했지만 무리데쓰. 내 능력만큼만이라도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