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블로그 이웃 김욱 작가님에게 선뜻 책을 달라고 메일을 보냈다.

 

이유인즉, 첫째, 책을 공짜로 받는다는 것(나이가 드니 공짜로 책을 받는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지적 소유물을 공짜로 낼름 받다니, 다 읽고 책값을 보내드려야 하나? 보내드리면 받으실까? ...그런 생각들!),

 

둘째, 책을 읽고 반드시 리뷰를 써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다. 공짜로 받았으니 제대로 리뷰를 적어야하지 않겠는가! 이전에 작가 무심 이병욱님의 단편소설집 두 권을 받아서 리뷰를 적은 기억이 있는데, 나에겐 좋은 경험이었다. 단편소설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나중에 춘천에 방문할 일이 있으면 막국수를 사주시겠다고 전화통화까지 했더랬다.

 

과연, 김욱 작가님의 신간을 읽고 내가 얼만큼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일단,

 

 





1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 책은 <무작정 시작하는 글쓰기>의 제목처럼, 저자가 혼자서 글을 쓰고 좌충우돌 출판사를 컨택해서 책을 출판하는 것까지의 과정을 꼭지별로 기술하고 있다. 부제처럼 '예비작가를 위한 책쓰기 가이드 A to Z'라는 말이 정확한 설명이다. 작가는 40세에 책을 첫 출판했고, 최근에 블로그의 글을 보면, 8개월 동안 5권의 책을 출간하셨다고 한다. 이게 과연 가능한가?ㅜㅜ

 

저자의 이력에서 그 강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 김욱은 YTN 기자생활을 하셨던 분이다. , 세상은 불공평하다! 기자를 하셨으니, 이 정도 글을 쓰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든다. 그런 열패감은 잠시 뒤로하고, 독자로선 저자가 기자출신이란 프로필이 더 신뢰감을 갖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프로필만 그렇지, 저자는 굉장히 쉽고 편안한 문체로 기자 냄새(?)가 나지 않게 글을 적고 있다.

 

 

일단, 편하다! 무지 읽기 쉽고 편한다!

 

 




2 닥치고 쓰라!


"생각하는 순간, 글쓰기는 이미 물 건너 갔다!"(107p)

 

, 글을 우리에게 무조건 쓰라고 말한다. 생각보다 먼저 쓰라고 권한다. 프리라이팅(free writing)이란 기법인데, 뭐랄까? 가수면상태? 블로그 이웃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나도 몇개월동안 매일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렇게 글을 쓰고자 노력했고 글을 써왔다. 중요한 것은, 너무 잘 쓰고자 하면 힘이 들어가고 그러면 글이 안 나아간다. 테니스를 배워보면 알겠지만, 힘이 들어가면 공이 제대로 안 간다. 축구도, 야구도...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인 것처럼, 글쓰기도 물 흘러가듯이 그냥 손가락 움직이는 대로 치면 된다는 저자의 논리이다. 저자의 핵심은 '닥치고 쓰면 된다!'

 

 






3 글의 퇴고 과정에서 글쓰기는 더 성장한다

 

'닥치고 쓰기만 하면 글이 제대로 되냐?'

필력에 따라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 하나, 글쓰기에는 '퇴고'가 있다는 사실이다. 글을 일단 적고 수정하고, 시간term을 두고 퇴고의 과정을 거치면 거기서 글쓰기가 더 성장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적게는 3, 많게는 5번에 걸쳐 퇴고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보통 일상에서 글쓰는 이들이야 퇴고를 많이 하겠는가 마는, 만약 책을 출판하고자 한다면, 이런 퇴고의 과정이 필요하다. 더 이상 고칠 것이 없을 시점에 다다랐을 때,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면 된다는 팁도 전한다.

 

"문장력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쓴 문장을 여러 번 퇴고하는 것"이라고 말한 기시 유스케의 말을 들어

 

'퇴고 계획을 세워 꾸준히 퇴고하는 습관을 갖자. 글쓰기는 베껴 쓰기 보다 이미 쓴 글을 퇴고할 때 실력이 부쩍 향상된다'(163p)

 

 

'혹자는 "글은 쓰면 쓸수록 는다"라고 하는데 실제 내 글쓰기 실력이 향상될 때는 퇴고할 때이다.'(183p)

 

 






4 매일 한결같이, 그러나 오버하지 않게

 

보통 한 권의 책에는 50개의 꼭지 정도가 필요한데, 저자는 하루에 2꼭지 정도 쓰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글이 잘 쓰질 때도 있고, 잘 쓰여지지 않을 때도 있지만, 과욕은 금물이라고 한다. 작가의 블로그에서 자주 알람이 나에게 전해져온다. 짧은 문장들을 간결하게 적은 글이 매일 매일 올라온다. 그것은 모든 작가가 다 그런지는 모르지만, 김욱 작가의 한결같음에서 오는 알림음이다.

 

조엘 핸더슨이 많은 저작물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는 '매일 한 페이지씩 쓴다'는 것이었는데, 김욱 작가도 동일하다. <헤밍웨이의 말>에 보면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매일 오전 시간을 집필하는 시간으로 항상 꾸준하게 썼다. 전업작가였기에 그러했겠지, 하지만, 모든 글은 영감이 충만할 때 필 받아서 한꺼번에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날마다 꾸준히 써야 한다는 이야기는 모두가 하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특별히 저자는 전업작가가 아니다. 자기 잡job을 가진 김욱 작가는, 작가라는 타이틀이 자신에게 투 잡인 셈이다. 그런 그가 매일 글을 쓴다는 것은 글을 쓰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매력과 맛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5 양은 질을 만든다

 

내가 독서를 처음 시작할 때 큰 동기부여가 되었는 작가가 바로 김병완 작가이다. 김욱 작가 역시, '양은 질을 만든다', '양이 질을 낳는다'는 이야기를 강조한다. 김병완 작가가 3년 동안 10,000권의 책을 읽고 60권을 책을 집필했다고 했다. 대기업 삼성에서 나와 도서관에서 3년을 지내면서 그가 읽은 책이 만권이고, 집필한 책이 60! 처음에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충격이었다! 그래서 김병완 작가의 책을 몇 권 읽었다. 하지만, 김병완 작가의 책을 계속 읽어나가면서 실망감에 젖어 들었다. 그건 책의 내용이 중복이 많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런데, 나 자신도 그냥 소박한 블로그에 글을 쓰다가 재료나 소재가 빈곤하면 겹칠 수 밖에 없는데, 다작가가 다양한 출판사에서 책을 쓰다 보니 중복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작가가 되어보지 않아 그 입장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책을 많이 내는 것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내심 지구촌의 환경-수많은 나무들이 종이의 재료가 된다는-과 출판사의 현실-하루에만 신간이 200권이 넘는 책이 나오다는-을 핑계로 나 하나쯤 책을 또 내서 '정보공해'를 유발할 필요가 있는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김욱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양은 질은 낳는다'는 말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물이 100도가 넘으면 당연히 끓는 것처럼, 양이 넘치면overflow, 당연히 질도 나아진다는 진리!

 

다작가 김병완 작가가 그렇게 많이 책을 집필했다는 것에 나 스스로 비판의 잣대를 대는 것은 아마도 내가 책을 한 번도 내 보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태도가 나오지 않을까? 책을 한 번이라도 내 본 사람이라면, 책 한 권을 출간하는 무게감을 체감하고 있기에 다작가를 마냥 비판하진 않는다는 추측도 해 본다.

 

'양은 질을 만든다'

 

이 말은 저자가 어떤 주제에 대해 매일 2꼭지 이상 쓰고, 때로는 컨베이어벨트식 글쓰기-'역량이 되고 여건이 된다면 여러 권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도 무방하다'(164p)-를 통해 이 주제, 저 주제 등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돌아가면서 글쓰기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해 보지 못한 독자 1인으로서는 체감할 수 없는 노릇이다.

 

'질은 양을 통해서 구축해야 한다(169p)'

 






 

6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글을 쓴다는 것은 누군가 그 글을 읽는 독자가 있기에 글을 쓰는 것이다. 저자는 독자들을 향해 '작가가 되라'고 말한다. 여러 가지 잇점을 이야기한다. 1인 기업가, 1인 브랜드, 인세, 계약금 등등...뭐 그런 이야길 하는데, 나는 그런 것보다는 자신의 책을 낸다는 것 자체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설사 그것이 자비출판이라도 첫 책을 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한번 느껴보고 싶다.

 

이 책이 유용한 점은 작가 자신이 원고를 쓴 후에 출판사에 직접 의뢰를 해서 책을 만들어냈다는 스토리가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기자 출신이라서 출판사 섭외에 다소 용이한 점이 없지 않았을까?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보면, 50군데 이상의 출판사에 메일로 투고한 이야기를 한다. 또한 출판사에 대한 예의(양식, 분량, 문체), 책의 운명을 정할 책의 제목 정하기, 카피문구, 디자인, 저자의 인지도, 홍보 마케팅, 프롤로그, 에필로그, 출판방식(반자비, 자비, 독립출판 등) 등과 같은 실제적인 방법과 팁을 적고 있다. 이것은 저자가 책을 투고하면서 독학으로 출판까지 해보지 않았으면 나올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7 직접 써보면 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존재한다. 책을 쓴 사람과 써보지 않은 사람! 이 두 부류는 내가 보기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내가 여기서 백날 이야기한들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직접 써보면 안다.'(257p)



 

나의 물음표가 느낌표가 되는 날까지, 아니 이후로 영원토록 나는 계속 쓸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김욱 작가의 또 다른 글쓰기 책

(이해사라는 필명으로 책을 출간하셨다. 글쓰기에 대해 편안하게 참고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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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0-29 2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베스트 셀러 작가들이 써내는 글쓰기 비법 책보다 카알벨루치님이 소개해주신 책이 더 알찬것 같네요 작가님 책에 포인트를 어쩌면 이렇게 깔끔하게 짚어주셨는지 쵝오!

카알벨루치 2020-10-29 23:01   좋아요 1 | URL
죽을때까지 이러고만 있다가 책 한권 못 내고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행복하면 감사한거겠죠 ^^

물감 2020-10-29 2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잘 쓰고자 하면 힘이 들어가 글이 안나간다는 말에 너무 공감이 됩니다ㅎㅎㅎ

카알벨루치 2020-10-30 06:11   좋아요 1 | URL
진짜 힘 빼는거 중요한데 제가 전문가도 아나고 그래도 본질은 변하지 않으니~막 써도 그렇고 힘들어가도 그렇고...그냥 방법론에 너무 몰두하는 것도 그렇다는 생각입니다!

페크pek0501 2020-10-30 1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개의 책에 50개의 꼭지. 적당하죠. 저도 45편의 글을 담았었죠. 그런데 하루에 두 꼭지를 쓰는 건 너무 힘든 일이에요.
저에겐 그렇습니다. 하루에 두 문단이라면 모를까. 두 문단도 매일 쓰려면 안 되는 날이 있을 걸요.
저는 요즘, 독서의 가을이기도 해서, 닥치고 읽자, 하고 있습니다.

카알벨루치 2020-10-30 13:36   좋아요 1 | URL
다시 손가락 발솨!!!👍👍👍

scott 2020-10-30 20:35   좋아요 1 | URL
페크님 제엄지도 발쏴!👍👍👍

stella.K 2020-10-30 1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얼떨결에 책을 냈는데 이게 참 좋으면서도 나쁜 것 같습니다.
사실 제 성격에 부딪히고 깨지고 깨닫고 이런 거 잘 안하거든요.
그런데 먼저 출판 제의를 받았으니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하지만 그 다음에 뭘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더군요.
전에 출판사에서 또 내 책을 내준다는 보장도 없고.
운이 좋아 출판사와 계속 인연을 맺고 거의 전속작가처럼 일하는
작가도 있다던데. 아니면 어느 정도 인지도가 쌓이면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자비 출판은 공부한다 생각하고 하면 모를까
별로 권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암튼 어제 페이퍼도 그렇고 이 글도 그렇고 카알님 뭔가 암중모색을 하고 계신가 봅니다.
조만간 카알님의 작가 등극을 고대하고 있겠습니다.ㅋㅋ

카알벨루치 2020-10-30 20:37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요 종이공해는 싫어요! 진짜 기회가 주어지면 쓰겠지요 근데 제가 뭘 쓸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벽에 부딪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