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크고 수수한 새라 아줌마
패트리샤 매클라클랜 지음, 이영아 그림, 아기장수의 날개 옮김 / 고슴도치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자극적인 것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은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뭐 이렇게 시시한 얘기가 다있어'

정말이지 이 책엔 사건이라 할 만한 것도 없다. 악당도 없다. 악당은 커녕 어떤 동화에나 있기 마련인 조금은 심술궂은 조연도 없다.

새라 아줌마만 수수한게 아니다. 등장인물 모두가 너무 착하고 그야말로 제목처럼 수수하다.

새라 아줌마는 수수하고 침착하고 조용하나 절대 지루한 인물은 아니다. 내면이 꽉찬 사람이라고나 할까. 실용적이면서도 낭만적이다. 씩씩하기도 하다.

애나는 참 속 깊은 소녀이다. 돌아가신 어머니 대신 집안일을 하는 어른스러운 아이이고 자기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으나 마음 속으론 심사숙고하고 있다.

케이럽도 귀여운 소년이고 아빠도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아는 마음씨 착한 남자이다.

이런 착한 사람들이 아내를 구한다는 광고를 계기로 모여 한달을 지내는 어찌보면 시시한 이야기가 참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작가가 구사하는 문체의 힘인것 같다.

너무도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다. 그러면서 서로 배려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살피고 떠날까봐 마음 졸이고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일련의 심리들을 손에 잡힐 듯이 묘사하고 있어 참 신기하다.

책 속에 나오는 새라 아줌마의 편지도 비슷하다. 용건만 간단히, 그러나 따뜻함이 느껴지게.

참 괜찮았다. 이 책을 먼저 본 후배의 말을 빌리면 '잔잔한 호수같은 느낌의 글'이고   어쨌든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새로운 느낌을 체험하게 한 책이다.

수수하다는 말이 이렇게 좋은 느낌일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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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탐정 칼레 1 : 초대하지 않은 손님 동화는 내 친구 28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재작년엔가 돌아가신 유쾌한 할머니 린드그렌 여사의 작품, <삐삐>시리즈나 <칼레>시리즈를 보면 나는 한편으로는 억울하고 한편으로는 죄스럽다.

억울한 이유는 내 어린시절을 그렇게 신나게 보내지 못해서이고, 죄스러운 이유는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놀게 해주지 못해서이다.

이 동화책 속의 주인공들은 그야말로 거칠 것 없이 놀아제낀다. 진짜 부럽다.

<삐삐>시리즈의 삐삐를 보자. 이 소녀같지 않은 소녀는 엽기발랄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못생기고 말총머리에 양말은 짝짝이, 일찍 자라고 말해줄 부모님도 안계시나 전혀 아랑곳 않는다. 친구들과 어울려 온갖 기발한 상상력을 다 동원해 너무도 신나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때로는 상상력이 너무 지나쳐 어느 나라 사람들은 다 물구나무 서서 다닌다는 둥, 아르헨티나의 학교에선 하루종일 캬라멜만 먹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캬라멜 껍질을 까준다는 둥 하는 소설같은 거짓말도 태연자약하게 해댄다. 아빠는 식인종의 왕이고, 커다란 가방에 금돈이 가득한 부자이며, 쇠도 구부릴 수 있는 이 천하장사 소녀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어린이들의 마음에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판타지에 가깝다.

 그에 비에 <칼레> 이야기는 좀 더 현실적이다. 조그맣고 조용한 마을에서 범죄사건이 일어나길 바라며 조금이라도 수상쩍은 일이 생기면 메모를 하는 자칭 명탐정 소년. 그렇다고 해서 이 소년이 추리력이 뛰어난 샤프한 학구형은 절대 아니다. 사실 이 소년은 탐정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마을 아이들과 편을 짜서 하는 전쟁놀이, 서커스 등 매일매일 동네를 싸돌아다니며 노느라고 하루가 부족할 지경이다.

이 마을의 세 어린이들(상대편까지 센다면 여섯이다)이 매일 벌이는 <장미전쟁>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거의 배가 아플 지경이다. 나는 왜 어렸을 때 이렇게 재밌게 못 놀았을까, 이렇게 신나게, 필사적으로 놀면서 보낸 이 아이들의 유년은 얼마나 충만할까. 그러면서 지금 우리 아이들의 하루를 생각하면 우린 정말 큰 죄를 짓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어렸을 때 내 남동생은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본부>를 짓고 동네 뒷산을 자기이름을 따서<**이산>이라고 명명해 놓고 상대편 아이들과 전투를 벌이곤 했는데 아마 동생이 이 책을 본다면 옛날 생각이 날 것 같다.(그리고 나보단 덜 억울하겠지)

눈부신 여름 햇살과 아이들의 땀냄새,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두근거리는 아이들의 심장소리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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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 이야기 네버랜드 클래식 20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C. E. 브록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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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소공자, 소공녀, 비밀의 화원을 읽고 가슴 설레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 완역본들을 꼭 읽어봐야 한다.

그 때 그 일어중역본 and 다이제스트를 읽고도 그 줄거리만으로도 가슴 설렜었는데, 작가의 훌륭한 글솜씨와 문체가 주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완역본을 읽으면서는 줄거리를 다 아는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옛날 이야기(19세기)여서 그런지 프랜시스 버넷의 문체는 상당히 고풍스럽다. 근데 그게 또 재미다. 그리고 은근한 유머와 품위가 있다.

줄거리로 보자면 너무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남자애가 신분상승하는 건 뭐라해야 하는지?)이고 세드릭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완벽하게 잘생기고,똑똑하고,거기다 천진난만하기까지 해서 약이 오를 정도지만 그런 리얼리티 부족에도 불구하고 읽다보면 이 귀여운 소년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어렸을 땐 알 수 없었던 인생의 진실. 나쁜 놈이 영원히 나쁜 놈은 아니라는 거, 심술궂고 남에게 모질게 대하는 사람은 그 자신이 더 괴롭다는 사실, 무한한 신뢰와 애정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아주 쉽고도 귀엽게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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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 나의 미오 힘찬문고 29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김서정 옮김 / 우리교육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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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말, 너무도 슬픈 이야기야. 사람을 이런 방법으로 슬프게 만들 수도 있구나.

마지막 장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너무도 안타까운 마음에.

어린 아이들에게야 이 책이 고아 소년이 친아빠를 찾았을 뿐 아니라 멋진 모험도 하는 신나는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겠지.

그러나 마지막 장을 읽어보면 결국 올손은 공원의 벤치에 앉아 현실의 고통과 외로움을 잊기 위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테그너 공원의 나무 의자에는 보쎄가 앉아 있지 않다. 왜냐하면 그 애는 머나먼 나라에 있으니까. 그 애는 머나먼 나라에 있어, 하고 나는 말한다.'

공원 벤치에 앉아 현실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눈을 감고 '여기는 공원이 아니야, 여기는 머나먼 나라야, 나는 여기 없어'라고 되뇌고 있는 외롭고 슬픈 소년이 자꾸 떠올라 마음이 미어졌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신나는 모험담도, 슬프기만 한 애절한 얘기도 아니게 만드는 것은 이 외로운 소년이 하는 상상의 내용에 있는 것 같다.

어렸을 때 궁핍한 사람은 누구나 상상을 해봤겠지만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상상은 그저 풍요로운 미래를 그려보는 것으로 끝나곤 한다.

그러나 우리의 올손은 자기가 갖고 싶은 것-아름다운 말, 진정한 친구, 나를 사랑해 주는 아빠-을 다 갖고도 꼭 가지 않아도 되는 어둠의 기사를 물리치는 여정에 나선다. 너무나 두려워하면서도, 가지 않으면 안될까 자신에게 계속 물어보면서도 결국은 어둠의 기사를 물리친다. 게다가 어둠의 기사가 어둠의 마법을 쓰면서 결국은 가장 괴롭힌 것은 그 자신이라는 걸 알만큼 인간에 대해 잘 알고 있기도 하다.

미오가 계속 아빠에게  꼭 가야만 하는지를 물을 때, 아빠는 단지 "미오, 나의 미오"라고만 말할 뿐. 그러나 이 사랑의 말에 힘입어 결국은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미오, 올손,보쎄.  

 미오, 나의 미오란 말도 너무 가슴 미어지는 말이었다. 고난과 모험을 향해 나가는 우리의 어린 자식들에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말도 결국은 그 아이들의 이름을 진정을 다해 불러주는 것 뿐 아닐런지.

벤치에 앉아 이런 멋진 상상을 하는 우리의 보쎄는 슬픈 현실도 꿋꿋하게 이겨나갈 수 있을 거야, 멋진 청년이 될 거야, 이렇게 생각하며 나는 고만 가슴 아파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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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엔데의 마법 학교 푸른숲 어린이 문학 4
미하엘 엔데 지음, 카트린 트로이버 그림, 유혜자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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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와 끝없는 이야기의 작가 미하엘 엔데가 또 무슨 이야기를 풀어놨을까 궁금했다.

근데 너무 소품이다.

어린이들이 읽으면 좋겠다.(워낙 아동도서로 출간된 거지?^^)

모모와 끝없는 이야기의 주제를 어린이들이 알기 쉽게 풀어놓은 거라고도 할 수 있겠다.

자신이 진실로 소망하는 것만이 이루어지며, 그것이 바로 인생의 마법이라는....

근데 좀 싱거웠다. 처음에 마법선생이 아이들을 가르치며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만이 이루어지며, 마법을 배운다는 것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작업이다'라고 설파할 때 뭔가 상당한 것을 기대했건만.....

주제의식은 있다고 볼 수 있다.  해리포터의 인스탄트 마법세계를 맛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인생은 그런게 아니라는 걸 얘기해 줄 수는 있다.

그러나 좀 더 극적 요소가 있어야 아이들이 좋아할 듯......

하긴 이건 잔잔한 소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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