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성완경의 <세계만화탐사>란 책을 읽고 나서 유럽만화가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현문 시리즈를 세권 사서 읽고, 저번에 폭탄세일한 <피터팬>과 <쌍브르>를 얼른 사서 읽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일본만화와 달리, 올 컬러에 한컷한컷이 그대로 회화인 이 만화들은 참 특이했다. 만화를 이렇게 정성껏 그려서 어찌 먹고 살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우리가 아는 만화란 원고 마감에 치여가며 양쪽에 어시스트를 붙이고 톤 발라가며, 색칠해 가며, 이렇게 완성시키는 것이 아니었던가.(딸내미가 만화가 지망생이라 만화가의 생활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이렇게 온 정성을 다해 그린 그림이 금방 눈에 쏙쏙 들어오는 건 아니다. 어떨 땐 오히려 집중이 안되기도 했다. 워낙에 만화책 한권을 10분이면 해치우는 불성실한 독자인 나에게 이 만화들은, 만화는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라며 부담을 팍팍 준다. 대충 그림 훑어보고 글씨만 읽고 페이지를 홱홱 넘기는 것을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그리고 묘한 분위기....마치 꿈 속의 대화를 읽는 듯한, 왠지 서걱거리고 뭔가가 한꺼풀 씌운 것 같은 이 분위기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 왜 이렇게 대사를 읽으며 생경한 느낌이 드는 것인지....아마 그것은 번역투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한데, 왜 일본어 번역투가 따로 있고 영어 번역투가 따로 있는 것처럼 프랑스어 번역투라는 것도 무슨 묘한 분위기가 있는 것인지......

제일 먼저 읽은 것. 그림이 환상이다. 보다 보면 억!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그런데 내용은 꽤 난해하다. 나는 아직도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 같지가 않다.
그리고 참, 책이 얼마나 튼튼한지 이 책으로 한 대 제대로 맞으면 아마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색채가 예술이다. 그리고 주인공 남녀의 표정을 보면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

노파님의 페이퍼를 보고 구입한 것. 설정이 매우 특이하다. 갑작스런 빙하기로 인간은 다 죽고 오직 1001량의 열차 안에 있던 사람들만 살아남는다. 그들은 얼어죽지 않기 위해 계속 달려야 한다.
아주 노골적인 비유이다. 이 세계에 관한.

피터팬을 이렇게 끔찍하게도 변주할 수 있다니. 아직 1,2권 밖에 안 읽어 뭐라 말할 순 없다.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 피터팬을 이렇게 비틀어버린 작가를 원망하고 싶다만 그건 작가를 원망해서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빨간 눈의 여인이 나온다. 때는 프랑스 혁명 전야. 음침한 색깔들 속에서 그녀의 빨간 눈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