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우. 직접 만나면 어떨지 모르지만 작품을 통해 만난 이 작가는 내 마음에 딱 들었다. 표제작인 <나는 날개를 달아줄 수 없다>에서 여고시절 전두환에게 감사편지 쓰기를 단호하게 거절한 주인공은 아마도 작가 자신인 것 같은데 이렇게 성깔있고, 글 잘 쓰고, 자기세계가 확고한 여고생이라니 참 멋지지 않은가 말이다. 혹시 내가 동급생이었다면 뒷꽁무니를 따라다녔을지도^^(내 성격상 그러진 않았겠지. 친구를 우러러 보기에는 어린 시절 내 성격도 좀 더러웠거든)
앞날개의 작가소개를 보지 않았다면 나는 이 소설을 쓴 작가가 남자인 줄 알았을 것이다. 적나라한 사투리의 구사와 밑바닥 인생에 대한 정직하면서도 낙관적인 관찰, 파워 있고 유머러스한 문체는 내가 평소 읽었던 가늘가늘하고 섬세한 감성으로 이야기하는 여성작가들과 사뭇 달랐다. 그래서 참 시원스러웠다. 아, 내가 글을 잘 썼다면 이런 글을 썼을지도 몰라, 이런 당치도 않은 생각을 하였으니...참, 착각은 자유라지.
등장인물들이 구사하는 사투리는 너무나도 정확하게 그 지방의 어감을 그대로 살리고 있다. 내가 보증하는 것이, 돌아가신 우리 시어머님과 정말 똑같은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래갖고 쟈를 그 운장사 어린이집에 보내덜 안했겄냐이. 근디 거그서 종우때기에다 아부지넌 뭣을 허고 어머니넌 뭣을 허는가 적어 보내라는디, 오매 환장허겄는 거! 뭣이라고 끄적거려줄 것이냐이, 그 종우가 쟈 낯바닥인디. 아배는 감옥 갔고, 그새를 못 참고 어매는 도망질을 쳐뿐졌다고 써줄 것이냐, 어짤 것이냐. 인자넌 학교할라 들어가는디 어째야 쓸랑가 모르겄다.
책을 읽으면서 갑자기 어머님 생각이 날 정도로, 이 책에 나오는 어머니, 할머니들은 남도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한다. 작가의 약력을 보니 역시. 살면서 익히지 않았다면 이 정도로 완벽한 사투리 구사는 힘들지.
자해공갈단, 노래방 미시아줌마, 전과자....테레비 아홉시 뉴스에 나와서 항상 욕먹는 그들이 이 소설집에서는 사람 냄새를 풍기며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들도 다 사연이 있다. 그들이 잘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 그들이 슬퍼하고 고민하고 망설이는 그 지점에 우리가 그들을 함부로 비난할 수 없는 인간의 존엄이 있다고, 이 책은 그냥 지나가듯이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