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것ㅡ 그것이 우정의 규칙

까보 까보슈 - 3단계 ㅣ 문지아이들 3
다니엘 페나크 글, 마일스 하이먼 그림, 윤정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12월

개나 고양이를 기르고 싶다는 두 딸들의 애절하고도 끈질긴 부탁에도 불구하고 나는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는데, 그건 내가 그 동물들과 친구가 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에 살고 있고 거기다 게으르기까지 한 나에게 애완동물이란 친구가 아니라 돌보아주고 치워주고 먹여줘야 하는 짐으로만 여겨지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난 동물을 평생의 친구로 삼고 같이 지내는 사람이 참 존경스럽다. 사랑에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니까.

그러나 난 애완동물을 키우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별로 안 좋은 시각으로 보고 있는데, 내가 주위에서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애완동물을 친구가 아니라 장난감 아니면 종, 그것도 아니면 상전으로 대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며 매일 털을 빗어주고, 애완견용 샴푸에 미용실에, 알록달록한 옷에 심지어는 리본,모자,선글라스까지. 알록달록 치장한 개를 자랑스러운 듯이 안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난 속으로 생각한다. "저 개는 그래서 행복할까?"

이 책의 작가는 동물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 <늑대의 눈>에서 짐작했고, 이 책 <까보 까보슈>에서 확인했다. 작가는 이 책 후기에서 애완동물에 싫증나면 장난감처럼 버리는 사람들, 특이한 품종을 만들려고 개의 본성을 해치는 사람들, 개를 비굴하게 또는 난폭하게 요컨대 자기 구미에 맞게 조련하려는 사람들에게 분노를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평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어서 참 반가웠다.

개를 개답게, 친구로 맞이해서 사귈 생각이 없다면 아예 개를 키우지 마라. 작가는 그 말이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개와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면서, 서로의 영역을 지켜주면서,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평생을 함께 하는 것만이 개를 키우는 바른 자세라고 말이다.

어찌 개와 사람의 사이뿐이겠는가. 사람과 사람도 그렇게만 한다면 그보다 더 훌륭한 사귐은 없을터. 중요한 것은 누구와 사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귀느냐다.

이 책의 주인공 '개'ㅡ 이름이 '개'다. 이 또한 의미심장하다ㅡ 는 주인이 자신을 사랑하면서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서로의 자유를 지켜주는 아주 바람직한 관계를 멋지게 이룩했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책에 나오는 온갖 우여곡절을 겪지 않고도 그런 사귐을 이뤄 나가기를.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