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공룡에게 친구가 생겼어요 아기공룡 시리즈 2
데브 필키 글 그림, 임정재 옮김 / 사파리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친구란 무엇일까? 철들면서 엄마 품을 떠나 친구를 사귀는 기쁨을 알게 된 이후로 내게 '친구'란 단어는 입으로 웅얼거리기만 해도 정겨운 이름이다.

하지만, 이십대부터 취업 준비를 하면서 자기 길을 만드느라 바쁘고, 결혼 후 가정을 꾸리느라고 친구와 조금씩 멀어지는 느낌이다. 나처럼 객지에 살면서 친구 만나기가 어려운 경우는 더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살면서 친구는 계속 생긴다. 어린 시절만큼 쉽게 그리고 끈끈한 우정이 형성되는 건 아니지만, 서너 살 아래의 직장동료와 친구처럼 지낼 수 있고, 온라인 상에서 대화를 통해 마음이 통하고 지향하는 바가 같은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이 책은 앙증맞은 아기 공룡이 친구를 사귀고 사랑하고 잃고 또 그 슬픔을 극복하는 내용을 담은 동화책이다.

외로운 아기 공룡은 친구를 찾아 헤맨다. 그러나 다른 동물들은 바쁘다거나 피곤하다거나 친구 같은 건 필요 없다거나 하는 말로 아기 공룡을 거부한다. 사과 나무 아래 앉아 있던 아기공룡에게 사과 하나가 우연히 떨어지고 지나가던 장난꾸러기 뱀이 마치 사과가 말하는 것처럼 숨어서 아기공룡과 대화를 나눈다.

순진하고 순진한 아기 공룡은 사과를 친구로 여기고 소중히 집에 데리고 온다. 그리곤 사과에게 계속 이야기를 건넨다. 아무 말도 않는 사과에게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고 하는 아기 공룡. 이런 모습을 보며 나는 친구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친구는 그냥 내 자체를 받아 들여 주고,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아닐까? 최소한, 이야기를 잘 들어 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까?

어느 날, 병원에 간 아기공룡에게 불행한 일이 닥친다. 바다코끼리가 아기 공룡 몰래 친구인 사과를 먹어 치워 버린 것이다. 고갱이만 남겨진 사과를 보는 아기 공룡의 경악한 표정.  집에 돌아와 사과에게 말을 걸어 보지만 사과는 대답이 없고 색깔이 변하고 모양마저 흐물흐물해져 버린다.

아기 공룡은 울음을 터뜨리고 슬픔에 잠긴다. 비가 억세게 오는 날, 사과를 묻어 주는 아기 공룡의 모습. 삽으로 구덩이를 파는 아기 공룡과 그 와중에도 친구를 위하여 아기 공룡이 마련해 준 노란 우산 아래 놓인 사과를 보며 나는 점점 코끝이 찡해왔다.

슬픔에 빠진  아기 공룡은 매일매일 울기만 했어요. 더 이상 먹지도 않았고, 잠도 자지 않았어요. 아기 공룡은 오랫동안 집에만 틀어박혀 지냈어요.

상심한 아기공룡의 슬픔이 내게 전해져 왔다. 그러다가 세월이 많이 흐른 후 아기 공룡의 슬픔이 어느 정도 진정된 후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자 아기 공룡의 마당에 커다란 사과 나무가 서 있게 된다.

아기 공룡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사과. 아기 공룡은 사과를 다시 만나서 정말 행복했다는 이야기.

아이들에게 읽혀 주려고 산 이 책을 덮으며 가슴 뭉클해져 왔다. '닉 아저씨의 뜨개질'을 읽었을 때처럼 그림책 하나로 우정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친구를 만나고 싶다. 그 옛날 불확실한 미래의 꿈을 서로 나누며 깔깔거리던 그 때 그 친구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번잡한 일상 속에 만나기 힘든 우리들.

일부러 시간 내서 그리움을 꺼내 주고 어루만져 주는 만남을 가져야겠다.

정겨운 친구들이 있어 더 풍성한 인생이기에..

내 지친 영혼을 밝혀 주고 보듬아 주는 친구가 있어 더 기쁜 인생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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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9-07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번 찾아 봐야겠어요..

비자림 2006-09-07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다정다감하셔서 친구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마음 속 그리움이 가득할 때 만나셔서 회포 많이 푸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