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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녀석 맛있겠다 - 별하나 그림책 4 ㅣ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1
미야니시 타츠야 글 그림, 백승인 옮김 / 달리 / 2004년 6월
작년 겨울 어느 알라디너님의 소개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한참 공룡에 관심이 많고 그 어려운 공룡이름도 줄줄 외우고 다니는 우리집 둘째도 좋아할 것 같아 덥썩 구매했는데, 아이는 물론 내가 아끼는 책이 되버렸다. 굵은 선안에 단순하게 그려진 그림도 재미나고, 공룡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더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지는걸 알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가슴 찡한 감동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야기는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화산이 쾅쾅쾅,
지진이 우룽우룽우룽
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위험한 공간에 덩그라니 놓여진 알 하나가 뿌직뿌직뿌직하며 깨어나려 하고 있다.
화산은 부글부글, 알이 빠가닥하고 갈라지자 아기 안킬로사우르스가 태어났다. 이렇게 넓디넓은 곳에서 아기 안킬로사우르스는 울면서 타달타달 걷고 있다.
캬우웅!!!
때마침 길을 가던 티라노사우르스와 아기 안킬로사우르스의 운명적인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배고픈 티라노사우르스가 "헤헤헤...... 고 녀석 맛있겠다."라며 아기 안킬로사우르스를 꿀꺽 삼키려하자, 아기 안킬로사우르스는 "아빠, 슬펐어요. 무서웠어요."라며 티라노사우르스에게 왈카닥 매달린다.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르스가 초식공룡 안킬로사우르스의 아빠가 되는 황당한 경우라니... 문득 예전에 보았던 <여우가 오리를 낳았어요>라는 책이 생각난다.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둘이 가족이 되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가는 모습이 꼭 닮아있다.^^
이렇게 성은 '고녀석'이고 이름은 '맛있겠다'인 안킬로사우르스와 티라노사우르스의 수상한 동거가 시작된다. 철없는 고녀석 맛있겠다는 우적우적 풀을 뜯어 먹으며, 육식공룡인 티라노사우르스에게 풀을 권하기도하고, 여느 아이들처럼 아빠를 닮고싶다고 이야기한다. 과연 티라노사우르스의 반응은?!?
아기 안킬로사우르스를 먹고싶어 눈을 번쩍번쩍 번뜩이며 다가오는 키란타이사우르스를 휙 날려버리고 안킬로사우르스를 지켜주는가 하면, 안킬로사우르스를 꼭 끌어안고 잠을 청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풀을 좋아하지 않는 자신을 위해 빨간 열매를 짊어지고 나타나는 안킬로사우르스에게 화를 낸다. 아기 안킬로사우르스가 보이지 않자 불안했던 아빠의 마음인게다. 그리고 자신을 닮고싶어하는 안킬로사우르스를 위해 박치기, 꼬리 쓰는 법, 울부짖는 법 등을 알려준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티라노사우르스는 맛있겠다에게 이별을 고한다. 아빠와 헤어지지 않겠다며 눈물을 철철 흘리는 안킬로사우르스에게 달리기 시합을 하자고 묘안을 내놓는 티라노사우르스.
아빠 티라노사우르스와 함께 살고싶은 마음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 달리는 안킬로사우르스. 저 멀리 작게 보이는 티라노사우르스와 안킬로사우르스 앞에 나타난 주황색 뿔은? 과연 친엄마,아빠를 만나게 되는 걸까?
아기 안킬로사우르스를 추억하며 빨간 열매를 한 알 먹고 사라지는 티라노사우르스의 꼬리가 쓸쓸하게 보이는 마지막 페이지다. 우리아이는 책장을 덮으며 "엄마! 슬퍼. 티라노사우르스도 같이 살면 안되나?"라고 한다. 티라노사우르스는 육식공룡이고 안킬로사우르스는 초식공룡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들의 미묘한 관계까지는 아직 이해가 안되는가보다.^^
나는 이 책을 보고나서 미야니시 타츠야의 팬이되어, <메리 크리스마스, 늑대 아저씨>, <개구리의 낮잠>까지 충동구매에 들어갔었다. 그리고 얼마전 <고 녀석 맛있겠다>의 시리즈로 출간된 세 권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 중 <넌 정말 멋져>는 가지고 있으니, <나는 티라노사우르스다>와 <영원히 널 사랑할 거란다>를 구입하고, 아이들과 함께 영화 <고 녀석, 맛나겠다>를 봐주면 아주 흐믓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