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여행의 로망 - 대한민국 빈티지를 만나다
고선영 지음, 김형호 사진 / 시공사 / 2010년 10월
품절


아이들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오는 세월동안 지치고 힘들때면 가족들과 잠시 떨어져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고 싶을때가 있었다. 남편과 심하게 다투고 한 두어번 지갑과 핸드폰만 챙겨들고 문 밖을 나선적도 있다. 하지만 막상 나서고보면 갈곳이 없었다. 고작 PC방에 가거나, 서점에 가서 책만 열심히 보다가 스스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이런 내 모습이 참 초라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 <소도시 여행의 로망>이라는 책이 있었다면 좀 달랐을까?^^

<대한민국 빈티지를 만나다>라는 부제처럼 우리나라의 구석구석 소박한 도시들을 알려주는 예쁜 여행서가 있다. 생계유지를 위해 여행기자로 일하다 여행칼럼을 쓴다는 한량주부(부럽다^^) 고선영씨와 여행잡지 사진을 많이 찍었다는 김형호씨의 합작품인데, 둘은 부부란다. 이렇게 부러울수가~~

이 책은 여러 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진 곳도 소개하지만, '이런 곳도 있구나!' 할 수 있는 옆동네 같은 곳도 소개하고 있다. 총 26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부산과 안성을 두 번 소개했으니, 24개 도시를 소개했다고 해야겠다. 목차를 보고 마음에 드는 도시부터 훑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각 도시의 소개는 이렇게 황토바탕에 흘려쓴듯한 소도시 이름과 작은 사진 한 장으로 시작한다.

우선은 46번 시내버스로 투어 할 수 있다는 안동을 본다.

책장을 넘기면 책 양면을 가득 채운 멋진 소도시의 사진이 등장한다. 시내버스 투어를 하는 안동이라는 컨셉에 맞게 예쁘게 다듬어진 시골길을 달리는 '안동'이라 써있는 분홍색 버스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작가는 조근조근 여행이야기를 들려준다. 여행지에서 만났던 진솔한 삶이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다. 자동차를 타고 여행했다면 그냥 스치고 지나쳤을 풍경이지만, 구불구불 시골길을 운동화 하나 신고 걸었기에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다. 시골 어르신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꾸밈이 없고 소박하지만, 정이 한가득 담겨있어 따뜻하다.

이야기의 중간중간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마을 이곳저곳의 사진이 실린다. 장에서 한가득 물건을 사들고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도, 손으로 손수 쓴 도장 가격표도, 뻥튀기 기계앞에 앉아 계시는 할아버지도 모두 정겹게 보인다.

그렇게 한가득 정을 느끼고 돌아온 작가는 <여행자의 수첩>을 통해 독자들에게 아낌없이 알려준다. 작가가 알려주는 정보는 가기, 먹기, 머물기, 해보기, 알아두기로 나누어 진다. 자가용으로 가는 방법,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은 물론 이거니와 도착한 소도시 내에서 이동하는 방법까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소도시의 특색있는 맛집이나 민박집은 이름과 함께 전화번호까지 나와있으니 찾아가기도 쉽겠다. 알아두기를 통해 웹사이트 등을 방문하여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겠지만,그 조차도 어렵다면 해보기를 그대로 따라해 보기만 해도 알찬 여행이 될 듯 싶다.^^

책 속에 담긴 사진과 함께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그 곳에 가 있는 듯한 대리만족에 빠진다. 영월은 세번이나 다녀왔음에도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 <라디오스타>에 나왔던 안성기와 박중훈의 커다란 얼굴이 그려진 요리골목을 다음엔 꼭 한번 가봐야겠다. 마을 사람들이 손수 쓴 접시로 장식한 담벼락도 보고싶고, 하얀집 간판위에 앉아 있는 누런개와 소주병을 든 흑염소도 보고싶다. 저들은 하얀집 요리의 주재료가 자신들이라는 것을 알기나 할까? ㅎㅎ 그리고 두 번이나 예약 문제가 틀어져 가지 못했던 별마루천문대도 아이들을 위해서 꼭 한번 들려야겠다.

다음은 절친하게 지내는 옆동 언니의 고향인 통영이다.
'너랑 나랑 사랑하는 할배할매랑 살랑살랑 향기바람속 꿈의 언덕 동피랑으로...' 방송매체에도 자주 소개되는 동피랑이지만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다. 하지만 옆동 언니는 가족과 함께 장보러 나가다가도 통영에 있는 마트에서 장보자며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아저씨 덕분에 황당해하며 통영 친정엄마에게로 간단다. 참으로 멋진 남편분이시다.^^ 그런데 중요하건 동피랑을 못 가봤단다.

그래도 언니 덕분에 통영에 가면 줄서서 사먹는다는 오미사꿀빵을 먹어 보았다. 달달한 맛에 한 개만 먹어도 배가 부르지만, 한 번 먹어보면 가끔 먹고싶은 생각이 든다는 맛난 간식거리다.

소개된 도시 중 전주의 막걸리 골목은 꼭 한번 가보고싶다. 막걸리는 좋아하지 않지만, 막걸리 한 사발에 딸려 나오는 푸짐한 안주거리들을 TV에서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저렇게 장사해도 될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푸짐해 보였던 기억이다.^^

커피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담청록 바다를 바라보며 느끼는 커피의 향에 푹 빠져보고싶다. 한국커피의 전설로 통한다는 바리스타 박이추 선생님이 모든 커피를 직접 드립해 주신다니, 수많은 커피전문점 중에서도 꼭 보헤미안으로 가야겠다.

가까운 안성에는 출렁이는 호밀밭이 있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섬'의 촬영지인 고삼지라는 큰 호수가 있다.

책표지를 장식한 깜찍한 꽃무늬의 대문도 안성에 있었다.

부산은 여고시절 수학여행때 딱 한번 가본 곳이다. 잠깐 스쳐 지나간 곳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도시 중 한 곳이니 언젠가는 꼭 들르는 날이 있겠지... 그때는 달맞이 고개에 들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노천카페도 들르고, 독특한 컨셉의 갤러리들도 둘러 보아야겠다.

깜깜한 막장 속 이야기가 담긴 정선은 웬지 짠한 마음이다. 생애 마지막 식사가 될 지도 모르는 남편의 도시락을 정성들여 싸는 아내의 손길이 느껴지고, 동료의 죽음을 경험한 갱도 안으로 다시 들어가야만 했던 아버지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지금은 폐광이 되고 '석탄문화제'라는 이름으로 산업일꾼들을 기억하는 행사가 열린다지만, 바로 옆에는 카지노와 스키장으로 유명한 강원랜드가 있다니 참으로 대조적이다.

보리밭 사이에서 사진을 찍는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 담긴 고창의 사진도 눈에 밟힌다.

사실 서울에서 나고 자라서 지금까지 서울근교에서 살고 있는 나는 이 책에 소개된 곳 중에 못 가본 곳이 더 많다. 그래서 새로운 도시가 소개될 때마다 마음이 설레고, 꼭 가봐야지 하는 다짐이 생긴다.

가족과 함께여도 좋고, 친한 친구들과 함께여도 좋고, 남들 다 아는 시끌벅적한 곳으로의 여행이 아니라 조용하게 떠나는 소박한 여행을 하고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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