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침대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52
존 버닝햄 글 그림, 이상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은 초등학생인 큰 아이가 유치원 다니던 시절 유치원에서 한 달에 한 권씩 추천해주는 그림책이 있었어요. 그렇게 처음으로 만나게 된 존버닝햄의 책이 바로 <마법침대>였답니다. 사실 처음 책을 받아들고 그림이 그다지 이쁘지 않다는 생각에 별로였는데, 내용은 상상 이상인 책이더군요.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존 버닝햄의 책을 많이 만나 보았지만,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 항상 감탄하고 있답니다. 일상 속에서 어른들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상황들을 아이들만의 순수한 마음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는게 존 버닝햄의 매력인것 같아요.



이 책 <마법침대>에서도 어른들은 알지 못하는 아이들만의 상상의 세계를 엿볼 수가 있어요. 이젠 유아기에서 어린이가 되어가는 조지를 위해 새 침대 사기를 권하는 엄마와 할머니 때문에 아빠와 함께 쇼핑을 나서지요.



하지만 엄마와 할머니의 바램과는 다르게 조지는 중고가구점에서 마법침대라고 불리는 중고침대를 사갖고 옵니다. 그리고 아빠와 함께 침대의 구석구석을 닦다가 아주 멋진 글을 발견합니다.  "이 침대에 누우면 먼 곳으로 여행하게 됩니다. 먼저 소원을 빌고 나서...... 주문을 외우세요." 그런데 하필이면 그 주문 다섯 글자중에 앞의 한글자가 '엄'자라는 것만 알 수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네요.



그날밤 조지는 평소보다 서둘러 잠자리에 들지요. '엄'자로 시작되는 다섯글자를 생각나는데로 열심히 읊어 보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채 잠이들고 마네요. 다음날 아침 엄마와 할머니는 조지에게 어디를 다녀 왔느냐며 놀리는 투로 얘기를 하지요. 눈을 꼭 감고 식사하는 조지를 보면 마음이 많이 상한듯 해요.



그리고 다음날...
드디어 조지는 우연히 발견한 주문을 통해 마법침대와의 여행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간밤에 만난 요정들의 얘기를 가족들에게 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도 그 멋진 세상을 얘기해 봤자 어른들은 믿어주지 않을거라는 것을 조지는 이미 알고 있는거겠지요. 자신만의 순수하고 멋진 세상을 순수하지 않은(?) 어른들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게 밤마다 조지는 요정도 만나고, 길 잃은 호랑이의 가족도 찾아주고, 해적들의 보물도 발견하고, 돌고래와 수영도 합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이따금 아침에 조지의 침대가 젖어 있는게 돌고래와 수영을 해서라는거...ㅋㅋㅋ



그런데, 조지가 가족들과 여행을 떠난 사이에 엄청난 일이 벌어졌어요. 할머니가 마법침대를 쓰레기장에 갖다 버리고 새 침대를 들여 놓으신거예요. 조지의 행복한 꿈이 산산히 짓밟히는 순간이네요.ㅜㅜ



하지만 조지는 쓰레기 운반통 꼭대기에 놓여있는 침대로 올라가 주문을 외우고 또 다시 머나먼 여행을 떠납니다. 마지막 이 그림 때문에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할 수 있어 다행이예요. 그런데 그 '엄'자로 시작하는 주문이 뭐냐고 계속 묻는 아이들 때문에 골치 아프네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말했지요. 그건 어린이들만이 알 수 있는거라고... 어른들의 머리속에는 상상의 문이 닫혀서 주문을 알아 낼 수 없으니 너희들이 알아내야할 숙제라고요.^^



작가가 끝까지 '엄'자로 시작하는 주문을 알려주지 않은건 아마도 아이들이 순수한 마음을 오래 간직하기를 바란게 아닐까 생각되요. 중고침대를 사왔다고 꾸짖고, 새 침대로 바꿔버리며 아이들의 상상의 세계를 짓밟는 나쁜(?)어른이 되면 안될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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