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큰아이와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옆동네로 이사를 갔다. 친구의 엄마와도 가깝게 지내는지라 집구경도 할겸 들렸다가 전하는 얘기를 듣고 웃어야하나 울어야하나 했었다.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인데 이사간 동네에는 큰 평수의 아파트가 많다고 한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우리집에 일하는 아줌마는 현관앞 쪽방에서 생활하는데 너네는 어떠냐고 질문을 했다는거다.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 엄마에게 물어 보겠다고 하고는 집에와서 질문하길래, 언니는 우리집 일하는 아줌마는 24시간 안방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하라했단다. ^^ 다행인것은 그 아이가 우리집이 크고 일하는 아줌마도 있다는걸 자랑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 물었다는 거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집의 크기나, 차의 종류, 부모의 직업 등을 따져가며 친구를 사귀는 일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변해가는건 부모들의 책임이 크지 않을까 싶다. 우리동네도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데 옆단지의 임대아파트 때문에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른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며 한 얘기겠지만 그곳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정말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런면에서 우리의 주인공 달래의 자신감에 박수를 보내주고싶다. 시골에서 살다가 도시로 이사온 달래는 전학 첫날부터 까무잡잡한 피부와 주택가인 상록수 길에 산다는 이유로 규현이에게 왕따를 당한다. 하지만 시골에서 지낼때처럼 마당에 텃밭을 가꾸고, 생일선물로 받은 강아지 몽몽이도 키울수 있고, 친구들과도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주택이 달래는 마음에 든다. 학교에서 규현의 심술로 문제가 생기고, 규현이 엄마앞에서 쩔쩔매는 엄마때문에 달래는 속이 상한다. 그래도 달래 엄마는 마당 있는 집이 얼마나 좋은지 몸으로 보여주시는 멋진 분이다. 아이들 사이에서 발생한 문제를 수업시간에 재치있게 해결해 주시는 선생님도 멋지시다. 이야기의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달래와 규현이의 사이도 좋아지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아이들마저 살고 있는 집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모습이 씁쓸했다. 우리네 실상을 담고 있는 이야기여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하신 말씀 "어디에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자신의 집을 얼마나 사랑하고 가꾸느냐가 중요한 거예요."-p52- 라는 이야기가 마음에 깊이 남는다. 초등 2학년 1학기 <슬기로운 생활>의 6단원 '우리 집이 좋아요'와도 관련되어 볼 수 있다니 아이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다. 친구를 물질의 잣대로 사귀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으로 사귀는 따뜻한 아이들로 자라줄때 우리의 미래도 따뜻한 사회가 되리라 생각된다. 문득 내 어린시절 마당한켠 펌프가 있고, 그것을 여러집이 나누어 쓰면서도 하하호호 웃음이 피어나던 그 모습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