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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파업 중 (문고판) ㅣ 네버엔딩스토리 4
김희숙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나무위에 올라가 책을 괴고 아래를 내려보며 여유(?)를 즐기는 엄마의 모습이 담긴 표지의 그림과 <엄마는 파업중>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사로잡은 책이다. 현재 나의 마음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듯하여 다른것은 미뤄두고 <엄마는 파업중>을 먼저 읽었다.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실린 이야기지만 아이가 저학년이라 관심 밖이었는데 읽고보니 300% 공감되는 얘기다. 우리집의 아홉살, 다섯살 난 아들들과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나도 파업하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거기다 바깥일에 바쁜 옆지기까지 한몫을 하니 내 입에서는 아들 셋 키운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사실 실제로 가출을 해본 적이 있기도 한데 갈데가 없어서 대형서점에서 몇 시간 동안 책만 열심히 읽다가 자진 귀가를 했다. 하지만 그 후가 더 가관이었다. 온갖 장난감으로 폭탄 맞은 집안 청소와 라면으로 한끼를 해결한 아이들의 배를 채워주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해야 했다. 그 후로 다시는 가출 같은거 안하고 혼자서 며칠 여행을 떠나는 상상으로 마음을 달랜다.
표제작 <엄마는 파업중> 외에 열한편의 단편 동화가 실린 이 책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이신 작가의 현장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이야기들은 때로는 모나 있지만 마음 깊은 곳에 사랑을 품은 아이들의 이야기여서 더욱 공감이 간다.
<형아지기>는 선천성 자폐를 앓고 있는 형을 특수학교에 보내기 위해 맞벌이 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해 형을 돌봐야하는 민규의 이야기다. 형 때문에 친구들과 맘 편히 놀지 못해 속상해 하는 민규의 마음이 진솔하게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그런 형을 안좋은 시선으로 보는 어른들이나 형을 놀리는 아이들을 물리치기에 앞장서며 끈끈한 형제애를 과시한다.
<고은별 이고은별>에서는 아픈몸으로 할머니 생신을 준비하는 엄마를 통해 여성의 권리를 외치며 자신의 이름 앞에 엄마의 성을 붙이는 깜찍한 은별이의 이야기다.
<아카시아 꽃내음>은 준비물도 챙기지 못하고 꼬질꼬질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짝꿍 요한이가 그럴수 밖에 없었던건 아픈 엄마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색연필을 빌려주며 먼저 손을 내미는 민지의 마음 따뜻한 이야기다.
<연둣빛 꿈>은 귀가 들리지 않는 친구 이슬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열심히 수화로 "나는 너를 좋아해. 사랑해."를 연습하고 선물을 준비하는 푸른이의 예쁜 마음이 담겨있다.
<나는 너를 사랑해>는 명예교사로 학교에 나온 엄마의 눈에 온갖 말썽을 부리는 아이를 혼내지 않는 선생님이 불만이었다. 하지만 종례 시간에 아이들을 칭찬하는 선생님이 그 아이에게도 "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말하자 엄마의 마음도 사랑으로 넘쳐나게 된다.
<호기심>은 얼떨결에 친구집에서 술과 담배를 접하게 되어 고민하던 소년이 엄마에게 고백을 하면서 아팠던 마음을 훌훌 털게된다. 엄마가 준석이에게 "엄만 언제나 네 편이야. 그러니까 무슨 일이든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 항상 엄마와 상의해. 엄만 이 세상에서 너와 제일 친한 친구가 되고 싶거든."이라고 한 말처럼 나도 우리 아들들과 좋은 친구가 되고싶다.
<유하와 누렁이의 꼬리>는 동네에서 자신이 제일이라 여기고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친구들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던 유하가 전학온 아람이 때문에 자신이 밀리자 화가난다. 하지만 자신이 키우는 개 누렁이를 통해 힘이 세다고 함부로 과시하지 않고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을 배우게 된다.
이 밖에도 <키재기><붉은해><날개달린 소년><멋쟁이 아저씨> 등의 모든 이야기가 우리들 살아가는 세상을 담고 있다. 몸이 조금 불편한 사람도, 나보다 아픔이 있는 사람도 모두 배려와 사랑으로 감싸 안는 진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때로는 어른들보다 더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친구, 가족, 이웃을 대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사랑을 배운것 같다. 살다보면 힘든 일을 겪을 때도 있고 아픔이 있을 때도 있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마음 깊은 곳에 예쁜 사랑을 품고 커나갔으면 좋겠다. 그럼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때는 지금보다 더 많이 웃고 더 행복하고 사랑이 넘치는 세상이 되리라 믿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