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표지에 나온 주인공 트리혼이 평소 표시해둔 자신의 키보다 작아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책의 제목처럼 트리혼은 아무런 이유없이 어느날 갑자기 조금씩조금씩 키가 줄어든다. 늘 손이 닿았던 벽장 선반에 손이 닿지 않고, 옷이 너무 커졌다는 것을 알게된다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 하지만 작가는 이런 상황을 너무나도 덤덤하게 얘기하고 있다. 그림도 글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두들 무표정이다. 트리혼은 바지가 너무 크다며 줄어든 자신의 모습을 하소연해 보지만 엄마는 오븐속의 케이크에만 관심이 있다. 식탁에 앉은 트리혼이 잘 보이지 않자 아빠는 똑바로 앉으라며 나무라기까지 하신다. 트리혼이 강하게 자신이 줄어들고 있음을 얘기하자 엄마가 말씀하신다. "세상에, 처음에는 케이크가 말썽이더니 이번에는 트리혼이네. 안 좋은 일은 꼭 한꺼번에 터진다니까." 이런 트리혼의 엄마, 아빠 모습에서 어쩜 이리도 무관신 할 수 있는건지 오히려 내가 섬찟한 느낌을 받는다. 주변의 무관심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친구 모시도 트리혼이 작아진건 모른체 우체통에 편지를 대신 넣어주며 구박을 하고, 학교버스의 운전기사 아저씨도 트리혼의 동생이라고 생각하신다. 선생님은 오늘은 봐주지만 내일까지는 해결하라고 하신다. 어떻게? 모든것을 해결해줄것 같았던 교장선생님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트리혼이 엄청 작아져 방석을 몇 개나 쌓아놓고 식탁에 앉자 부모님은 남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생각할까를 먼저 걱정하며 병원을 찾아본다. 아이를 걱정하기보다 남들의 시선을 더 걱정하는 이런 부모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다음날 트리혼은 마무리 하지 못했던 '아이들이 쑥쑥 크는 키다리 놀이'를 하다가 원래의 키로 돌아간다. 기쁜 마음에 엄마에게 자신의 키가 돌아왔음을 얘기하지만 엄마는 "잘됐구나."라고 얘기하며 청소만 열심히 하신다. 그날 저녁 트리혼은 또다시 자신이 온통 연두색으로 변한걸 알게 되지만 이젠 더 이상 그 사실을 남들에게 알리지 않는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야지. 내가 아무 말 안 하면 아무도 몰르거야.' 자신이 작아진다는 심각한 상황을 너무나도 무관심하게 받아들였던 주변에 대해 단절을 결심하는 트리혼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혹시나 나 또한 아이에게 이런 부모가 되어가고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가족간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가 지금보다 커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부모님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가정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