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에 우리 집은
수잔 마리 스완슨 글, 베스 크롬스 그림, 정경임 옮김 / 지양어린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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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잠자리에 들어가서 읽으면 좋은 책들이 있다. 경험상으로 그런 책은 주로 그림이 화려하지 않고 글의 내용도 길지 않아야 좋았던것 같다. 큰아이가 어렸을때는 <잘자요, 달님>이란 책을 좋아해서 잠자리에 항상 들고 왔었는데, 그 책도 글밥이 적고 많은 색상을 사용하지 않은 그림이 컬러와 흑백으로 교차되어 나왔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작은 아이는 그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잠자리에 읽어줄 만한 책을 고르다 이 책을 발견했다. 칼데콧 메달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 말과 유아를 즐겁고 편안한 잠 속으로 안내하는 열쇠가 되어주고자 한 책이라는 말에 망설일 것이 없었다.

하지만 책을 처음 받아들고 검은색이 주로 쓰인 표지그림이 너무 어두운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책속의 그림을 보면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화기법으로 그려진 흑백의 그림속에 빛을 연상하는 노란색의 포인트를 줌으로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그림으로 먼저 느껴볼 수 있게한게 아닌가싶다. 이 독특한 그림은 자꾸 볼수록 매력적이고 무서운 어둠이 아닌 편안하고 안정적인 그림으로 스스르 잠이 올것 같은 분위기다.

동화의 모티브는 <옥스포드 동요집>에 실려 있는 <이 열쇠로 왕국을 열지>라는 동요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 동요는 "왕국에는 도시가 있고, 도시에는 동네가 있고, 동네에는 거리가 있고......"라며 끝말 잇기 형태로 되어 있는데 <한밤에 우리 집은>도 비슷하게 끝말잇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 열쇠, 빛, 침대, 그림책, 새의 말잇기 과정을 거쳐 해님, 달님이 나오고 다시 새, 그림책, 침대, 빛, 열쇠로 마무리하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첫 페이지에 노란색 열쇠를 건네는 손과 "집으로 들어가려면 열쇠가 있어야 해."라는 내용으로 열쇠가 있는 너 이외에는 아무도 집으로 들어올 수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가 담긴 듯 하기도 하다.



불빛이 환한 집안에서 빛은 침대를 비추고 침대위의 그림책.
그림책을 펼치면 날아오르는 를 타고 별빛 총총한 밤하늘로 여행을 떠난다.



어둠을 뚫고 달님이 솟아오르고 달님의 얼굴을 비추는 햇님.
햇님달님을 비추고, 달님은 어둠을 밝히고,  밤하늘의 어둠을 노래하는 .



새는 그림책 속에, 그림책은 침대 위에, 침대 위에는 이 비치고, 빛은 집안에 가득하지.
집으로 들어가려면 열쇠가 있어야 해.



우리집엔 빛이, 빛이 가득해. 로 마무리하면서 곤히 잠든 아이는 단꿈에 빠져든다.
우리 아이도 책장을 덮으면서 어둠속의 은은한 불빛 속에서 새근새근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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