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둘째는 흔히 말하는 <미운네살>이다. 물론 둘째라 그런지 애교도 많고 이쁜짓도 많이 하지만 형을 보고 배운게 많아 그런지 미운짓도 그 이상으로 많이한다. 집안 어디에선가 조용히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분명히 또 무슨 사고를 치고 있는것이다. 방바닥이나 벽에 낙서를 하다 엄마에게 혼이나더니 이제는 문뒤에 숨거나 형의 책상 밑에 들어가 찾기 힘든곳에 낙서를 한다.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나서는 가위로 조각조각을 내어 방한가득 종이조각을 만들어 놓기도 한다. 그리고 스카치테이프 한롤을 다 풀러서 그 조각들을 다시 붙이기도 한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만의 세상이 있는것 같다.^^ 그런 아이가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되면 한무더기의 책을 들고 온다. 그 때 꼭 빠지지 않고 끼어 있는 책이 <괴물들이 사는 나라>이다. 아이가 똥 얘기 다음으로 좋아하는 주제가 괴물인 탓도 있겠지만 책을 읽어줄때마다 주인공 맥스가 너랑 똑같다며 맥스 대신에 아이의 이름을 넣어 읽어주었더니 자신이 주인공인양 이 책을 좋아하는 것 같다. 모리스 샌닥의 책에는 어른들의 눈높이에 맞춘 어린이가 아니라 나이에 맞는 생각과 고민을 하는 어린이가 등장한다더니 아마 우리 아이도 말썽 부리고 혼나는 자신과 맥스를 동일시 하고 있나보다. 그날 밤도 맥스는 늑대옷을 입고 장난을 치다 엄마에게 혼이난다. 엄마가 소리쳤어. "이 괴물딱지 같은 녀석!" 이라고 내가 책을 읽으면 우리 아이도 맥스처럼 "그럼, 내가 엄마를 잡아먹어 버릴 거야!"라며 깔깔 웃는다. 하지만 맥스는 벌로 저녁밥도 못 먹고 방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방에 갇힌 맥스는 잠시 인상을 써보지만 어느새 잊어버리고 자시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간다. 맥스의 방에선 어느새 풀과 나무들이 자라더니 방 전체를 뒤덮고 마침내 세상 전체가 되고만다. 드디어 맥스는 맥스호를 타고 항해에 나서는데 무려 1년의 기나긴 여행 끝에 괴물 나라에 도착을 한다. 맥스가 괴물나라에 도착하자 괴물들은 무서운 소리로 으르렁대고, 무서운 이빨을 부드득 갈고, 무서운 눈알을 뒤룩대고, 무서운 발톱을 세워보지만 맥스는 눈 하나 깜짝 않고 괴물들을 꼼짝 못하게 한다. 맥스의 기세에 눌린 괴물들은 맥스를 "괴물중의 괴물"로 인정하고 괴물나라의 왕으로 삼는다 . 괴물나라의 통치자가 된 맥스는 자신이 하고싶은데로 신나게 놀아보지만 어느새 싫증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맥스도 엄마가 자기한테 했던것처럼 괴물들을 저녁밥도 안 먹이고 잠자리고 쫓아 버린다. 처음에는 신나고 재미난 일들로 가득한 괴물나라였지만 엄마의 잔소리가 없으니 그도 재미가 없는가보다. 맥스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소중한 것을 잃어 보아야 그 가치를 안다고 맥스도 가족이 함께 하는 집이 가장 좋은곳이라는 것을 알게되는 것이다. 맥스야~~ 집나가면 개고생이란다~~ㅎㅎ 맥스는 괴물들과 작별을 고하고 다시 맥스호를 타고 1년을 거슬러 올라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다. 맥스의 방에는 엄마의 사랑이 가득담긴 따뜻한 저녁밥이 맥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맥스의 상상여행은 이렇게 마무리되면서 따뜻한 밥으로 사랑을 전한 엄마와 무언의 화해를 하는것 같다. 맥스도 살며시 미소를 짓는게 자신의 잘못을 조금이나마 반성하고 있는걸까? 1960년대 이 책이 나올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고 하던데 지금 시절에도 인기가 있는건 치밀한 그림과 환타지적인 이야기의 구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덕분에 이 그림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도 나왔다고 한다. 북미 개봉당시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를만큼 인기가 좋았다고 하던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개봉예정이 없다고 하니 아쉬울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개봉된다하면 온가족이 함께 달려가서 보고싶은 영화 1위에 올라갈것 같은데... 우리아이들도 책에서 보았다며 열광적으로 좋아할 것 같다. 그림책에 귀엽게(?) 표현되었던 괴물들이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지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