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은 그리 많지 않지만 역시나 그림으로 모든것을 말해주는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이다. 사진인지 그림인지 모를 정도로 섬세하게 그려진 그림도 놀랍지만 전면에 펼쳐지는 그림 하나하나가 외롭고 쓸쓸한 한나의 감정을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다. 거기다 평소에 고릴라를 즐겨 그린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림 구석구석에 표현되어 있는 재미난 모습의 고릴라를 찾아 보는것도 즐겁다. 한나가 계단을 올라가는 그림에서 벽에 있는 액자에 모나리자 모습을 한 고릴라는 정말로 압권이었다.^^ 고릴라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한나는 고릴라 책도 보고, 비디오도 보고, 그림도 그렸지만 진짜 고릴라를 본 적이 없었다. 왜? 아빠가 너무나 바빠서... 식탁에서 조차 아빠는 무표정으로 신문을 읽고 있고 한나는 고개 숙인채 무언가를 먹고 있다. 집에 와서도 아빠는 일만 하시고 한나는 먼 발치에서 아빠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한나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어쩜 우리집과 이리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는지 우리 아들이 똑같다고 하는 말에 내가 다 속이 상한다. 평일에는 항상 퇴근이 늦어 얼굴보기 힘들고 휴일날에도 출근을 하거나 운동을 한다고 나가고 아니면 시댁에서 할일이 있다며 부르셔서 아이들에게 아빠는 항상 부재중인 존재이다. 한나의 아빠는 고릴라를 갖고 싶다던 한나의 말에 생일날 고릴라 인형을 선물해 주지만 한나의 마음은 그게 아니었기에 방 한구석에 치워두고 잠이 든다. 그런데 고릴라 인형이 점점 커지면서 옆에 눈감고 있던 인형이 눈을 뜨고 놀라서 머리카락까지 쭈뼛 거리는 모습은 작가의 상상력으로만 나올수 있는 그림이 아닐까?^^ 잠들어 있는 한나에게 골릴라가 하는말... "동물원에 가고 싶지 않니?" "나, 정말 동물원에 가고 싶어." 한나가 원하는 것은 바로 이렇게 자신이 말하기 전에 마음을 알아주는 거였다. 이렇게 고릴라와 한나는 동물원도 함께 가고, 영화도 함께 보고, 마주보며 즐겁게 맛난 식사도 하고(아빠와의 식사 모습과는 정말 대조되는 즐거운 모습이었다.), 잔디밭에서 춤을 추지만 이 도든게 한나의 꿈이었다. 그래도 잠시나마 마음이 즐거웠던 한나... 아빠에게 어젯밤 일을 얘기하러 뛰어내려가는 한나가 어찌나 빨리 뛰어 내려가는지 한나는 보이지도 않고 빨간색 옷의 흔적만 남아 있다니 작가의 표현력이 참 재미나다. 근데 아빠가 한나의 어깨의 잡으며 건네는 말은 어제밤 꿈에 들었던 바로 그 말이다. "동물원에 가고 싶었지?" 한나의 꿈이 현실로 실현되는 순간이다. 음... 그런데 아빠의 바지 뒷주머니에 바나나가 한개 꽂혀있다. 그렇다면 아빠의 실제 정체는? ㅎㅎㅎ 자기 마음을 너무나 잘 알아주는 아빠가 있어서 한나는 정말 행복한 소녀다. 우리 아이가 바쁜아빠의 모습에만 공감하지 않고 마지막에 나오는 아빠의 모습에도 공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아빠보고 이 책을 읽어 달라 하라고 시켜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