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이를 키울때는 몰랐는데 이제와서 보니 큰아이는 정말 말도 잘 듣고 순한 아이였다. 물론 그때는 편했겠지만 지금보니 그 성격은 바로 소심하고 소극적인 스타일이라 엄마가 신경을 더 많이 써줘야한다. 반면에 둘째 아이는 막가파가 따로 없이 자기 마음데로 다 하고 네살이나 많은 형을 이기려고 항상 노력(?)하는 아이다. 덕분에 요즘 우리집에도 망태할아버지가 자주 다녀가신다. 작은아이가 말을 안 들을때면 자주 써먹는 망태할아버지였는데 네살먹은 둘째에게는 아직까지 잘 통하는 편이다. ^^ 그런데 그 망태할아버지 얘기가 책에도 나오니 울둘째는 망태할아버지가 정말 있는게 아닌가 생각만 한다. 그리고 여전히 엄마말은 듣는둥 마는둥이다. ㅜㅜ 망태할아버지가 말안듣는 아이들을 잡아다 혼내 주는데 우는 아이는 입을 꿰매 버리고, 떼쓰는 아이는 새장 속에 가둬 버리고, 밤늦도록 안 자는 아이는 올빼미로 만들어 버린단다. 그러면서 눈물 흘리는 아이들의 입을 한땀한땀 꿰매논 그림이 나온다. 엄마가 보기에는 책의 첫장 그림부터 조금 섬찟한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는데 아이들은 별로 관여하지 않는듯 하다. 재미있다며 낄낄거리고 본다. 이럼 안되는데 무서워야 하는데...ㅜㅜ 망태할아버지는 착한아이 만드는 공장의 공장장처럼 이 세상 모든 나쁜 아이들을 잡아다가 얌전하고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를 만들어 합격하면 동그란도장을 등에 "꽝!" 찍어서 내보낸다. 거짓말을 하거나, 밥을 빨리 안먹고 군것질 좋아하고, 잠자리에 늦게 들어가거나, 엄마한테 말대꾸 하는 아이들에게 엄마는 항상 소리쳐 다그치고 망태할아버지를 사용한다. 그럴때마다 아이는 엄마가 거짓말 하는거 열번도 더 보고, 엄마가 밥 안먹는거 백번도 넘게 보고, 엄마는 날마다 늦게 잔다고 생각하다 결국 화가나서 엄마에게 "엄마 미워!"하며 크게 소리친다. 이 대목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내 모습을 보는것 같아 어찌나 웃음이 나오던지...^^ 신랑은 옆에서 듣고 있다가 아들이랑 번갈아가며 읽으면 딱 좋겠다고 훈수를 두니 살짝 부끄럽기도 하다. 결국 엄마에게 불만을 품은채 잠자리에 드는 아이... "스르륵 스르륵" 문 밖에서 나는 소리는 망태 할아버지가 나를 잡으러 오는 소리가 아닐까? 무서워...... 엄마!!! 악몽을 꾸고 소리치는 아이에게 엄마가 달려와 안아준다. 그리고 아까 있었던 일에 대해 서로 사과를 한다. "엄마, 아까 화내서 미안해." "엄마도 미안해." 그런데 아이가 꾼 꿈속에서 망태할아버지가 잡아가는건 내가 아니라 엄마다. 아이의 마음속에는 엄마도 잘못한게 많고 자신이 하는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나타내려고 하는게 아니었을까? 나는 어떤가? 내가 편하기 위해서 아이를 다그치고 잔소리하고 아이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나에게 맞추어 가기를 바랬던게 아닌가 싶어 뜨끔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 아이가 끌어안은 엄마의 등에도 동그란 도장이 "꽝!" 찍혀있다. 그렇다면 엄마도 망태할아버지에게 잡혀갔다 온걸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