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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3 - 흑색화약전쟁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2월
평점 :
12월, [테메레르]가 우리를 찾아왔다. 시리즈의 3편인 '흑색 화약 전쟁'의 시작은 중국에서 시작한다. 테메레르의 선택으로 테메레르와 로렌스 일행은 영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그들에게 렌튼 대장의 급보가 도착한다. 중국에서 영국으로 오다가 오스만투르크 제국에 들려서, 영국 정부에서 구입한 용알을 무사히 공수하란 임무다. 그들은 해로와 육로를 두고 고민하다가 라일리를 비롯한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긴급한 사항이라 판단하고 다소 위험하지만 육로를 선택한다.
그리고 안내인으로 급보를 전달한 혼혈인 타르케와 함께 떠난다. 그런데 이 이방인 무척 수상한다. 여기서 2권과 3권의 행보는 다르게 놓인다. 2권에선 용싱 왕자의 일행과 영국인들의 갈등과 선원들과 승무원들의 갈등, 그리고 노예 무역에 관한 집안의 의견 차이로 라일리 함장과 로렌스 대령의 갈등이 드러났다면, 3권에서의 갈등은 이방인 타르케의 수상한 태도와 그로 인한 승무원들의 불신이 갈등의 전부다.
그러나 다수 대 개인의 갈등은 따돌림으로 발전하고, 서로에 대한 불신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러한 갈등이 고조되는 이유에는 테메레르의 전속 승무원들의 우리 의식이 강하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이번 편에선 승무원들의 부상과 희생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타르케가 이방인이란 점 외에도 혼혈이란 점도 그러한 갈등을 더하게 한다. 그리고 커다란 사막을 지나다가 야생용 무리도 만나게 된다.
책을 읽기 전에는 막연히 포악하고 잔인한 산적 야생용으로 그렸는데, 막상 허기와 피곤에 절어 힘겨운 야생용을 만나게 되자 약간 허탈해진다. 나는 약간 잔인한 걸 즐기는 스타일이었나? 그러나 그들의 캐릭터가 코믹해서 갈등을 줄여주는 효과를 냈다. 오히려 사막의 모래 폭풍이나 야생용이 머물던 산맥에서의 혹한과 눈사태가 더 긴장감을 유발한다. 갈등을 계속 이끌고 진행하면 나중에 호흡이 가빠져서 힘든데, 그들의 등장은 갈등을 약간이나마 풀어주고 또 다른 음모를 마주하기에 편하게 만들어 준다.
1부를 끝으로 오스만투르크에 어렵사리 도착한 일행은 제국의 음모에 맞서 탈주를 벌이는데, 3권의 전체를 이끄는 소재는 '탈주'가 아닐까 싶다. 내겐 '탈주'란 단어가 도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짜릿함을 느끼게 해서 좋다. 어쨌든 드레스덴에 도착한 일행은 한 시가 급한 데도 불구하고, 영국군이 지원 부대를 분노한 프러시아에 지원군으로 남아 프랑스와 전투를 치르게 된다. 1권에서 테메레르가 '신의 바람'으로 다소 싱겁게 프랑스 군을 물리쳤던 것에 비하면, 정말 처절한 전투가 진행된다.
이것도 전편과의 차이라면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테메레르에게 전쟁에서의 패배도 가르치는 것. 그리고 유럽을 장악하려는 나폴레옹도 등장하는데, 작가는 영국의 편에 서서 애써 그를 부정적으로 그리지는 않는다. 작가는 그를 야망찬 사내이자, 수완좋은 전략가로 그린다. 악역을 악 그 자체로 그리지 않는 것도 이 시리즈가 단순히 선과 악을 갈등관계로 치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서 악에 가까운 것은 테메레르의 개혁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은 영국 정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2권에서는 테메레르의 개혁으로 인해 로렌스와 약간 의견 충돌을 입어 걱정되었는데, 중국에서의 대우와 나폴레옹의 전투를 경험하고 용과 인간이 협력하는 협의점을 찾은 것 같아 다행스럽다. '탈주'라는 소재를 계속 지니고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의 끈을 바짝 조인 결말은 후속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중국에 도착해 중국에서 끝난 2권과는 다르게, 검은 포연을 뚫고 영국으로 향하는 일행의 비상이 후속편에 대한 기다림을 참을 수 없는 간절함으로 바뀌게 만든다.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점도 가득하고, 로렌스에게 내려질 처분이 무엇일지, 테메레르의 개혁은 어떻게 전개될지 정말 궁금하다.
여느 소설과도 다른 테메레르 시리즈는 올 하반기에 내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올해가 다 가기 전에 우리 모두 귀염둥이 테메레르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2008년이 기다려지게 될지도, 기대하게 될지도 모른다. 전 6권에서 완결하는 시리즈에서 3권이면 딱 절반이다. 마라톤으로 치자면 이제 막반환점을 돌아선 것이다. 지금와서 강하게 드는 생각인데, 테메레르와 로렌스는 전사하면 안 된다. 로렌스의 아들에서 손자까지 테메레르의 비행사로 일하다가, 로렌스는 오래 테메레르와 함께하다 노환으로 생을 마감해야 한다. [해리포터]때완 다르게 이런 생각이 부쩍 강하게 든다. 그들은 해피 엔딩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