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바꾼 선택] 서평단 알림
미래를 바꾼 선택 - 어린이문학상 수상작 시리즈 2
에마뉘엘 드 생 샤마.브누아 드 생 샤마 지음, 에렉 퓌바레 그림, 김영신 옮김 / 큰북작은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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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프랑스의 유명한 문학상을 다수 수상한 경력이 있는 부부 작가가 쓴 여섯 개의 단편을 모은 단편집으로 '2007 프랑스작가협회상'을 수상하였다. 필자가 뽑은 이 책의 추천 대상은 책을 즐겨 읽는 조숙한 '초등학교 2,3학년'이다. 그 위의 학생들이 읽기에는 다소 심심한 맛이 있지만, 기발하고 눈부신 단편이 몇 편 있다는 것을 밝히면서 추천 대상의 폭을 상회해도 좋을 듯 싶다. 아주 어린 친구들이 읽기에도 부담되지 않고, 성인인 필자가 읽기에도 나쁘지 않고 오히려 큰 줄거움을 안겼다.

[인생을 바꾼 편지]
 가장 처음 실린 단편으로 주인공인 마리는 몸집도 왜소하고 성격도 소심한 빌라 관리인이다. 그녀의 주업무는 이웃 주민들에게 편지를 나눠주는 것이다. 그러던 중 한 이웃의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그녀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이 책의 주제를 단편집의 제목(미래를 바꾼 선택)과 연결한다면 "편지(답장)을 받고 싶다면 편지를 쓰라"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단편 이후로는 선택에 어울리는 단편이 없기 때문에 제목에 대한 불만을 상기시킨다. 인생에서 진정 소중한 보물이 무엇인지, 무엇이 진정으로 가치있는 삶인지 묻는 것이기 때문에 '선택'보다는 '선물'을 '선택'하는 게 나을 듯 싶다.

[봉바자 백화점의 엘리베이터]
 첫 단편의 주인공이 빌라 관리인이고, 두 번째 단편의 주인공이 엘리베이터 안내인이라 좀더 다른 전개를 예상했다. 예를 들면 순박한 사람들이 행복한 이야기라던가, 행운의 이야기같은. 하지만 그런 예상을 뒤엎는 이야기가 전개되었고, 다시금 그들 부부 작가의 상상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엘리베이터에 숨겨진 비밀'과 '예상치 못한 전개'를 맛보고 싶으신 분은 '봉바자 백화점의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시라. 하지만 조심하시길. '예상치 못한 전개'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

[금고의 비밀]
 세 번째 단편의 주인공은 한 소녀이다. 그녀는 우연히 숨겨진 '커다란 금고'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금고에 얽힌 유래를 들으면서 오랜 세월 동안 금고 열기에 몰두한다. 성격 급한 내가 읽기엔 소녀가 답답하지만,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도전하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그녀를 위해서, 그리고 독자들을 위해서 금고의 내부는 공개하지 않을 터이니, 스스로 '금고의 비밀'을 파헤쳐 보자.

[브록 박사의 이상한 약국] 
 내가 가장 추천해주고 싶은 단편이다. 네 번째 단편의 주인공은 꿈을 꾸지 못하는 장관이다. 불면증도 아니고 꿈을 꾸지 못하는 병에 걸려 '브록 박사의 이상한 약국'을 찾은 장관은 더욱 '이상한 처방'을 받게 된다. 언뜻 [공중그네]의 '이라부 박사'를 떠올릴 수 있지만, 그보다 훨씬 유쾌하고 즐거웠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의 느낌은 '분홍 색과 하늘 색 구름 위를 두둥실 떠다니는 느낌'이다. 그 구름은 비눗방울처럼 투명하지만, 절대 터지지 않고 퐁퐁 뛰어오를 수 있다. 그래서 이런 나도 꿈을 꿀 수 있나보다.

[아버지와 딸]
 다섯 번째 단편은 왕을 속이고 자신이 왕이 된 광대와 그의 딸에 대한 이야기다. 초반에는 포악하고 잔인한 성품을 드러내지만, 딸을 살리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떠나는 광대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진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소중한 선물은 마지막 단편에서도 큰 일을 해낸다. 역시 광대 아버지의 사랑만큼 크고 위대한 사랑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초반에는 두 번째 단편과 비슷한 전개였지만, 결말은 정반대다. 또 현재의 시공간에 있는 이야기가 아닌 만큼, 옛날 이야기를 듣는 다는 느낌으로 읽으면 좋다.

[천사의 보고서] 
 마지막 단편은 앞에 등장한 다섯 편의 단편을 모두 아우른다. 초반에 제목에 관해서 이야기했으니, 여기선 표지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표지 그림은 하느님의 명령을 받은 자벨 천사가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관찰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뒷 배경으로 루브르 박물관도 보이고(지붕의 형태로 봐선 맞는 것 같은데 확실치는 않다), 파리 시내를 하늘에서 내려다 본 느낌이 든다. 그리고 굴뚝에선 연기가 폴폴 나고 있지만, 새들은 평화롭게 폴폴 하늘을 날고 있다. 이 그림은 이 글의 주제와 맞춰 해석할 수 있다. 주제가 궁금하다면, 천사의 보고가 궁금하다면 이 단편집을 읽고 확인하시길.

 제목만 바꾼다면 별 다섯 개도 아깝지 않은 단편집인데, 제목에서 에러가 크다. 작은 출판사를 위하는 마음에서 제목을 바꾸길 요청하는 바이다. 모든 단편에 '루브르 박물관'이란 단어가 들어가니, 그 단어를 넣고 어울리는 제목을 지을 수도 있겠다. 사실 프랑스의 어린이들이라면 몰라도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은 '루브르 박물관'을 가깝게 느끼지 못할 터인데(필자도 마찬가지로), 이번 기회에 '루브르 박물관'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물론 부모님께 '루브르 박물관'에 데려가 달라고 떼쓰지는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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