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2008년 나의 첫 책은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이다. 공지영, 내가 이 소설을 읽기 전, 그녀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그녀가 베스트 셀러 작가라는 것 뿐이었다. 그녀의 소설은 우리나라가 요구하는 순문학에서처럼 힘이 잔뜩 들어 있지 않고(특히, 이번 작품이 더 그렇다.), 그렇다고 마냥 밝고 경쾌하기만 하지는 않다. 그녀가 그린 소설 속의 주인공은 모두 각자의 아픔을 지니고 있고, 자기 자신이라 할 수 있는 이 소설 속의 인물조차 가슴아픈 상처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녀는 서사에 능하지는 않지만, 서사만큼이나 중요한 문장을 요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맛깔나게 꾸며놓은 그 문장을 볼라치면 공책에 적어 놓지 않을 수가 없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책 귀퉁이를 접는 행동까지 서슴치 않고 저지른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명실상부한 대중 소설가, 베스트 셀러 작가라고 인정한다.

 내가 이렇게 인정하던 작가 중에, 지금은 다시는 작품을 펴보지 않을 정도로 실망한 작가도 있는 터라 어쩐지 어감이 좋지 않지만, 대중 소설가라 하면 그만큼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는 것이니 그렇게 나쁘지만도 않다. 어쨌든 내가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은 이것 뿐이었다. 그러다 이 소설의 출간쯤에 그녀가 '이혼을 세 번 한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에 대한 나의 감상은 "그렇구나-"였을 뿐이다. 그렇지만 어딘가 모르게 '이혼을 세 번 한 여자'가 아니라 '이혼을 세 번이나 한 여자'라고 여길 우려도 있었기에, 자전적 형식의 소설이라 밝혔음에도 이 소설을 읽는 동안만큼은 그녀를 철저히 배제하도록 부단히 노력했다. 편견이나 선입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으므로, 자신은 그런 편견을 지니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얼마나 많은 편견과 선입견 속에 둘러싸여 있는지 알고 있으므로.

 한국소설의 서평은 참 어렵다. 같은 나라와 같은 말을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들과 나는 더 공감하고 소통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데는 익숙하지가 않다. 그것이 내가 국내소설을 좋아하고 자주 접하려고 노력하는데도 정작 서평은 지지부진한 이유다. 그래서 다른 이의 서평을 훑어보는데 소설의 줄거리를 대부분 말하는 서평도 있더라. 그것은 작가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도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여기선 모든 줄거리를 생략한다. 그냥 나의 감상만을 이야기할 뿐이다. 소설이 아니라 그녀 자체를 말이다. 한 사람의 삶과 일상을 들여다본다는 것이 썩 내키진 않았지만, 사생활을 공개하고 더구나 소설로 쓴다는 것은 작가로서, 그리고 여자로서 힘겨웠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이 소설을 쓰면서 오히려 즐거웠으리라 생각한다. 작가의 말을 마쳤을 때, 그녀의 문체가 한결 가볍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녀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렇게 변했다. 공지영, 그녀는 베스트 셀러 작가다. 그리고 세 아이의 엄마다.

인상깊은 구절

[갈팡질팡 선택하기 두렵다면]
 세상에 좋은 결정인지 아닌지, 미리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만, 어떤 결정을 했으면 그게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노력하는 일뿐이야.

[불행이 내게 찾아왔다면]
 이 일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지만, 나는 이 일에 내 의지대로 반응할 자유가 있다. 

[진정한 자유를 얻고 싶다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하는 자유는 인내라는 것을 지불하지 않고는 얻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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