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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어수첩을 공개합니다
오자키 데쓰오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8월
평점 :
이 책은 스테디 셀러『내 영단어장을 공개합니다』의 자매격으로,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숙어편이 나오게 됐다고 한다. 저자인 오자키 데쓰오는 법학부를 졸업했지만, 국제 무역을 전공하고 현재 외국어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를 보면 그가 얼마나 다방면에서 영어와 접목했는지 알 수 있다.
전공인 법률과 관련해 [미국의 헌법 역사]와 [법률 용어 사전]도 출간하고, 부전공인 무역에 관련해 [비즈니스 영어]에도 능통하고, [해외 여행 가이드]를 낼 정도로 외국의 문화에도 익숙하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학습자를 돕는 쉽고 재미난 [영어 학습서]를 다수 집필했다는 것이다.
이 책도 그 일환으로 집필한 영숙어 단어장이다. [영어 학습서]라고 단순히 [학습]에만 머물지 않고 [실생활]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쓰여 있다. 첫 장인 [숙어를 공부하기 전에]에서는 숙어의 구성 요소가 되는 전치사와 부사의 뜻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도록 그림을 잘 활용해서 보여준다.
그 다음 장부터는 [하나의 단어]와 관련된 숙어를 보여준다. 나는 숙어라고 특별히 어렵거나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숙어 또한 [단어의 조합]일 뿐이고, 문장 속에서 [하나의 단어]로 역할하기 때문이다. 어원으로 단어를 외우는 영단어 책이 있었듯이, [하나의 단어]가 속한 숙어를 보여주는 식이다.
그러나 방식은 좋았지만 그렇게 특별하진 않았고, 마인드 맵으로 다소 산만하게 구성된 것이 약간의 흠이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그림을 활용한 연상 표현이 적어져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어, [Come]의 경우에는 [~을 (뜻밖에) 만나다]를 뜻하는 [come across]에서 across가 [교차되는 이미지]라고 적혀 있으나, 이것을 그림으로 활용하여 표현했다면, 더 연상 효과가 크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간혹 예문도 없이 뜨는 숙어가 나오는데, 예를 들면 [제안하다]를 뜻하는 [come up with]와 같은 경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up]과 함께 반대 의미를 갖는 [down]을 떠올리니, [come up with]를 [병에 걸리다]를 뜻하는 [come down with]의 위에 위치하게 하면 좋을 것같다. 물론, 반대 의미를 나타내는 화살표는 [회복하다]를 뜻하는 [come to]와의 사이에 위치하는 것은 변함없다.
그 다음 장에선 동명사/부정사/분사를 이용한 문법적인 구문이 나오고, 파트 번호 51번부터 100번까지는 깔끔한 편집과 그림을 활용한 부분이 돋보인다. [수를 세는 방법]에선 헷갈리는 단위 표현들을 그림과 함께 정리했고, [동물]과 [여러 가지 색]부분에선 동물과 관련된 속담이나 동물과 색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영어 문화권과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생활/의학/컴퓨터 용어와 국제기관과 경제/경영 용어의 약어를 정리한 부분은 상식에 보탬이 되어 좋았다. 다음 장인 [간판/표지판으로 쉽게 배우는 숙어]는 해외 여행 시에 도움이 되는 부분으로 이뤄져 일회독으로 그치기엔 아쉽다. 그리고 저자가 [여행 가이드]까지 집필할 정도로 영어 문화권에 정통해서, 같은 영어권이지만 단어를 달리 쓰는 미국과 영국의 영어 사용 습관도 알려준다.
마지막 장에 나오는 [단어 같은 숙어들]은 철자가 많은 고급 어휘들로 구성되어, 이 단어를 마스터하면 CNN 방송을 듣는데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출판사에서 특별히 접착이 우수하고 책 넘김이 편한 PUR방식으로 제본해서 독자를 배려한 측면이 돋보였다. 숙어장이기 때문에 이렇게 책장이 활짝 펼쳐지는 제본 방식이 더욱더 돋보였다. 왜 그간 학습서들은 이런 제본을 하지 않았나 몰라.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일본인 저자의 학술서나 학습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영문법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책이 오래전에 출간된 일본 영문법 책을 번역한 것이고, 우리가 학창 시절 내내 배운 것이 [죽은 문법]이라는 충격에 일본인 저자의 영어 학습서를 기피하게 되었다. 게다가 이런 번역 학습서는 번역에 번역을 거친 것이라 의미가 모호한 문장이 많다. 그래서 학습 부담이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