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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세트 - 전4권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7년 10월
평점 :
한비야,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중학생 때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를 통해서다. 여행하면 막연히 해외여행을 생각했던 어린 내게 우리 땅에 촘촘히 내 발자국을 새기고 오는 것이 얼마나 뜻깊은 일인지, 진정한 여행이란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그리고 나 홀로 국토종단을 나선 그녀에게 방 한 칸을 내어주고, 밥 한술을 더 얹어주는 그네들의 정을 통해 '여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고, 지금껏 국토종단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물론 아직도 꿈만으로 키우고 있지만 언젠간 꼭 이루리라 다짐하고 또한다.
그래서 그런지 내게 "여행은 떠나는 자만의 것이다"란 구절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누구나 여행을 꿈꾸고 떠나는 이를 동경하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첫 발을 내딛는 게 어렵고 힘들다. 그래서 혹자는 나처럼 꿈만 꾸거나 끝내 포기하고 만다. 그러나 그녀는 오랫동안 꿈을 키워왔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꿈에 다가선 순간 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래서 나도 이제부터 꿈을 이루기 위한 구름판을 준비하려 한다. 마지막 순간에 용기를 내서 힘차게 도약한다. 그리고 그녀처럼 씩씩하게 날아오르리라.
12년 만에 개정판을 출간하며 그녀도 나름 감회가 새로웠으리라 생각한다. 이토록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음에 기뻐하고, 젊은 날의 자신을 재회하며 또 다시 즐거워 했으리라. 당시의 문장을 전혀 손보지 않은 점도 훌륭하다. 책 속에선 그녀의 열렬한 젊음이 날 것처럼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었다. 지금과 같은 그녀를 발견할 수 있는 것도 독자에겐 즐거움이었고, 그녀 자신에겐 자신의 젊은 날을 소중하게 지켜준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은 스스로의 가치를 지니고 지금까지도 환하게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