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 벼룩에서 인공지능까지 철학, 과학, 문학이 밝히는 생명의 모든 것
조대호.김응빈.서홍원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인간 탐구에 대해서는 평생을 해야 한다.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서 알지 못하면서 무엇에 대해서 알려고 하는가. 내가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지를 모르고 다른 학문을 파고 들어갈 수는 없다. 우리 인간 존재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 다른 학문으로 들어갈 수 있다. 우연찮게 요즘 인간의 존재에 대한 물음에 관한 책들이 많이 보인다. 출판사들이 그나마 가을에 접어들면서 인문학적 사고에 적합한 주제를 골라내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다양한 도판과 공동 저자들의 이야기는 강의장 안과 밖을 넘나들며 독자를 이끈다. 강의실에서 이루어진 육성의 강의를 텍스트로 담아냈지만 가만히 읽다 보면 강의실 안에서 강의를 듣는 느낌을 갖게 한다. 


한 대학의 인기 강의를 녹취하고 정리한 텍스트들이다. 다양한 인생 질문들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기계문명이 가져다준 편리함 속에서 질문조차 잃어버린 지금 우리의 삶이 과연 옳은 것인지 되묻는다. 인공지능과 로봇 시대에 접어들면서 윤리적 기준도 제대로 서 있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그만두어야 하는지 구분하지 못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가져다줄 삶의 변화를 우리는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우리 각자의 정보를 이제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점점 벗어나고 있다. 하나의 정보로 이제 다양한 부가정보를 손쉽게 얻어낼 수 있다. 


연세대 철학과 조대호 교수, 영문학과 서홍원 교수, 시스템생물학과 서홍빈 교수는 각각의 강의 내용을 갖고 <위대한 유산>을 꾸몄다. 이 책에서는 3명의 교수가 연구해 온 인간과 인간 삶을 둘러싼 오랜 논쟁들을 펼쳐 놓고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들여다봐야 할 텍스트를 읽어보도록 권유한다. 세 교수의 논점의 차이를 살펴볼 수 있다.  실험과 관찰로 현상을 기록하는 과학과 인간 마음을 탐구하는 철학 그 사이에서 인간의 길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한다. 예술가들의 미술작품, 신화 속 인물, 아담과 이브와 같은 성경 속 인물에 대한 논쟁과 생명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다윈의 <종의 기원> 등 다양한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생명 탄생에 대한 것까지 인간의 모든 것을 다양하게 짚어본다.


"우리는 사고 능력이 뇌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판단이나 추론 같은 사고 활동을 담당하는 지성이 아무 신체 기관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점에서 그는 사고 활동이 감각 활동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봅니다. 감각은 감각기관을 전제로 하지만 사고는 그렇지 않다는 말인데, 이런 주장을 하는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감각은 외부에서 오는 자극을 감각기관이 수용함으로써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감각기관이 외부의 자극을 수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인간과 우주, 인간과 동물, 인간과 인간 등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고대 철학자들의 이야기에서부터 인공지능 시대에 이른 오늘까지 이어지는 물음에 대해서 우리가 답을 내려볼 때이다. 앞서 살아간 많은 사람들이 남긴 철학적 논쟁들과 과학적 탐구물들은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미래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여러 분야 중 조대호 교수의 강의 내용을 담은 5장에 실린 '플라톤에서 동물권리론'까지는 흥미롭게 읽었다. 플라톤이 생각했던 윤회론에 대해서 새삼 다시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 주장이 그때 당시에 있었다는 것도 제대로 알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넘을 수 없는 경계라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 자연적인 경계가 아니라 문화적, 역사적으로 규정된, 우리 의식 안의 경계, 머릿속 경계였던 말이에요. 그것이 지워짐으로써 오히려 인간의 역사가 발전했고, 보다 나은 삶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런 점에서 경계를 지우고 경계를 넘는 것 자체를 무조건 마다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21세기에 우리가 겪고 있는 경계의 상실, 경계의 소멸이 20세기 이전까지 호모사피엔스가 겪었던 경계의 소멸과 같은 종류의 것일까요?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무너져야 할 경계, 그러나 또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경계는 없는 건지 생각해본다. 인간이 어떤 존재로 생존할 수 있는지, 기계와 인간 사이의 경계는 사라져야 할 것인지 아니면 구분되어야 할 것인지 말이다. 점점 우리 앞에 현실로 오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버드 1분 과학퍼즐 1 - 생각을 키우는 과학적 상상력 하버드 1분 과학퍼즐 1
하버드 두뇌퍼즐 연구회 지음 / 책들의정원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신생아와 성인 중 누구에게 더 뼈가 많을까?
답은, 신생아.
이유는 자라면서 뼈가 붙거나 하기 때문이라고?
이 정도는 뭐? 쉽지.

우리는 생각할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생각에 잠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에 쫓기는 바쁜 일로 우리의 일상은 조급하게 마무리된다. 이전에 주간지 한편에 놓였던 퍼즐이 책 한 권으로 만들어졌다. 1권과 2권으로 구성된 하버드 1분 과학 퍼즐은 한 문제 푸는 데 1분의 시간을 준다. 1분을 넘긴다고 해서 불안해할 것도 없다. 질문하지 않으면 창조는 없다. 누군가에게 궁금한 것을 묻는 것이 질문이지만 나 자신에게 하는 것도 질문이다. 

칸을 채우고, 초성을 채우는 문제들이 반복적으로 들어 있다. 과학에 관한 상식도 챙기고 머리도 좀 쉬게 할 수 있다. 더 피곤하게 할 수도 있지만 그 정도 자극은 좀 필요하다. 문제 풀면서 뒤에 나온 풀이를 보고 싶은 욕구가 마구 생기는데 좀 더 참고 풀어보자. 

나름 난이도도 조절해서 간간이 만만한 것도 있고 좀 공부를 했어야 하는 것들도 있다. 어려운 것은 건너뛰고 하다 보면 나중에 몰리니, 차례대로 건너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각자 스타일대로 풀어보면 될 것 같다. 

문제의 함정도 있어서 잘 읽어볼 필요가 있다. 개미는 자신의 몸보다 50배 무거운 짐을 들 수 있다고 한다. 벌은 자신의 몸보다 300배 무거운 짐을 질 수 있고. 이 둘을 더하면? 350? 아니 8이다. 각자 숫자 하나하나를 더하면 되는 것.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머리 좀 식힐 때 펼쳐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식회사는 왜 불평등을 낳았나 -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자본주의의 진실
미즈노 가즈오 지음, 이용택 옮김 / 더난출판사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통해 자본의 흐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막연하게 들리던 것들이 조금 더 가까이서 들리는 느낌이다. 돈의 노예가 되지 말고 돈의 주인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일본 내부 상황을 비롯 독일과 영국 등 세계 경제를 짚어보고 최근 한 2~30년 경제 흐름을 다시 살펴본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해서 저자는, 일본 정부가 자본 제국의 편에 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은행마저 정부를 따라 자본 제국의 휘하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자본 제국의 위압에 항복했다는 것이 진실에 가깝다"라고 말한다. 


일본 경제의 다양한 속성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며 그것이 어떤 의미이고 어떤 결과를 보여주었는지 파헤친다. 기업의 이익은 늘어나는데 왜 노동자의 수익은 줄어드는 걸까? 겉으로는 적자를 이야기하지만 저비용 임금으로 오히려 더 큰 이익을 내고 있다. 고용의 불안은 더없이 커지고 노동자의 삶은 더 절박해진다.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그것은 우리가 우리 스스로 선택하는 길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거부하는 것이다. 자본 제국의 시대를 거부하는 것이다. 주식회사 150년의 역사를 거부할 수 있다.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다른 길이 있는데 왜 이 제도를 그대로 가져가고 있는 걸까. 생각의 전환이 시대를 바꾸도 제도의 변화는 새로운 삶의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속도를 내기보다는 좀 더 여유롭게 우리의 상황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복잡한 유통 구조 개선 등을 통해서 우리는 좀 더 여유로워질 수 있다. 그런데 단계가 많아지고 복잡해지면서 이익은 엉뚱한 곳으로 돌아간다. 정작 그 이익의 수혜자가 될 사람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회사가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동안 불평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를 줄이고 없앨 수 있는 길이 있다. 저자 미즈노 가즈오의 분석과 판단에 좀 더 귀 기울여 볼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트 메이커스 - 세상을 사로잡은 히트작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데릭 톰슨 지음, 이은주 옮김, 송원섭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2부 12장으로 구성됐다. 각 장은 같은 형식이다. 하나의 작품 혹은 상품이 어떻게 히트를 했는지 그 이유를 찾아보는 형식이다. 저널리스트로 활약 중인 작가 데릭 톰슨은 자신이 수집한 다양한 성공 사례들을 기반으로 자신의 책의 형식과 내용을 꾸몄다. 성공하는 것들의 이유는 무엇인가?


“터무니없는 아이디어와 그저 그런 평범한 아이디어를 수도 없이 거친 끝에 비로소 히트작 몇 개를 건질 수 있다. 그런 구간을 견뎌낼 인내심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쁜 아이디어가 아니라 꽤 좋은 아이디어라도 타이밍이 적절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요컨대 수많은 신제품 가운데 성공작은 손에 보일 정도로 극소수라는 엄연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실패가 이어지더라도 이를 참고 지지해줄 사업 무형도 반드시 필요하다. 괜찮아 보이는 아이디어일수록 회의론이 더욱 기승을 부린다. 그러나 엄청난 히트작 하나가 수천 번의 실패를 상쇄하고도 남는 보상을 안겨줄 수 있다.”-386쪽 중


잘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 익숙한 것과 낯선 것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플레이를 하는 작품들이다. 익히 들어봄직한 것들과 전혀 생소한 것들이 섞여 있으니 접근이 어렵지 않다. 내가 모르는 분야이거나 생소하면 다가서기가 어렵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들어 본 것들을 다루면서 작가는 새로운 소스를 던진다. 그가 제시한 것들도 다르지 않다. 페이스북은 어떻게 오늘과 같은 위치를 잡을 수 있었을까. 히트 상품들은 어떻게 히트를 할 수 있었을까?


강력한 ‘전파자’가 있었다. 스스로가 상품을 소개하고 알리려는 사람들이 있고 그것을 기꺼이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속도는 더 빠르다. 어떻게 그곳까지 다다를 수 있을까. 음반 차트에 오르는 음악은 어떤 음악들이며 그것들은 어떻게 순위에 오를 수 있었을까. ‘역주행’하는 음원들에 대한 이야기가 간간이 터진다. 순위 밖에 있던 곡이 상위에 랭크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인기가 인기를 더 강력하게 한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미디어를 비롯, 문화예술과 IT 분야에 걸친 다양한 작품과 서비스들의 성공 스토리를 기반으로,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 제작 활동과 홍보에 응용해 볼 수 있도록 심적 자극을 촉진시킨다. 아는 것과 낯선 것 사이의 경계를 탔던 스타워즈에 대한 이야기는 인상적이다.


“그러나 완전히 똑같은 노래를 계속해서 영원히 듣고 싶어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나친 반복은 단조로움을 낳는다. 작곡가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는 반복과 변화 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143쪽 중


요즘 우리 사회 화두는 콘텐츠와 크리에이티브가 아닐까.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1인 크리에이터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스마트폰을 통한 콘텐츠 소비가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다. 부모들은 자신들의 휴식을 위해 아이들의 손에 자신들의 스마트폰을 쥐여준다. 그러는 동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1인 크리에이터들이 주목받았다. 그들은 그를 기반으로 다른 수입원을 만들었다. 콘텐츠 소비 대상에 집중한 프로그램이 수입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저자의 이야기가 일맥상통한다.


“디지털로 연결된 상업적 세계에서는 소집단이 광적으로 추종하는 히트 상품에서 수익을 창출하기가 훨씬 쉽다. 이는 다시 말해 수익이 나는 방향으로 ‘규모의 역설을 활용’한다는 의미다.”-467쪽 중


그냥 뚝 떨어지는 게 아무것도 없다. 히트 메이커들은 상품으로서의 가치, 그 상품을 알아본 사람, 그것을 전파하는 사람들, 타이밍 등의 박자가 절묘하게 어울린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어떤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을까? 다양한 연구 논문과 자료들은 글의 신뢰도를 끌어올린다.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다양한 브랜드와 문화예술 작품의 인기 뒤에 숨겨진 이야기가 흥미롭다. 모나리자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다. 이미 알고 있었던 사람들도 있겠지만.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들을 추구하도록 이끌었던 레이먼드 로위, 이 책에서 저자는 1950년대 미국을 대표할 만한 운송 수단의 디자인을 한 로위를 언급하며, “로위는 기계시대를 살아가는 굼뜬 소비자들에게 새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다. 친숙함 속의 놀라움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숨겨진 욕구를 계속해서 자극했다.”-126쪽 중


콘텐츠 비즈니스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관련 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어떻게 하면 ‘유행’이라는 목마에 올라탈 수 있는지 감을 잡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알고 싶고 듣고 싶어 하는 것, 독자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건드려 볼 일이다. 다만 어떤 일이든 변수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공식은 공식일 뿐이니까.


“가장 최근의 성공작을 모방하는 것은 남들이 다 할 줄 아는 경기에 참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르는 일을 혼자 간파할 때 가장 큰 수익이 돌아온다.”-388쪽 중


익숙함과 놀라움 그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을 떠올려보자, 새로운 일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하이데거 명강의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자들이 이야기는 따분하다. 어려운 용어들은 철학으로의 접근을 조기에 차단한다. 그들의 이름은 어디서 돌아본 것 같지만 실제 그들이 무엇을 주장하고 어떤 족적을 남겼는가 하는 것은 시험문제로만 기억된다. 그런 인물들 가운데 한 사람, 하이데거. 


"하이데거는 우리에게 존재자들의 지배자가 아닌 존재의 파수꾼이 될 것을 촉구합니다. 존재의 파수꾼이 된다는 것은 존재자들의 고유한 존재와 근원적 세계에 경이를 느끼며 그것들의 수호자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이데거는 우리가 존재의 파수꾼이 될 때 비로소 현대기술문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204쪽 중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는 하이데거가 남긴 삶의 길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환히 들여다볼 수 있는 해설서다. 이 책을 박찬국 교수가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그의 삶과 사상을 살펴볼 수 있게 돕는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하이데거의 이야기가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은 그의 사상이 동양철학이나 불교 혹은 중국 사상가들의 관조와 비슷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름대로의 사상을 확립했지만 경계를 넘는 사상을 그 나름대로 정립한 인물이 하이데거가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오늘날 기계문명에 더욱 의존해야만 살수 있다고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 더없이 정신을 맑게 할 수 있는 메시지라는 생각이다. 전문적인 분야이지만 그러한 전문적 용어들을 빼고 우리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궁극의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무엇이 위기이고 무엇인 문제인지조차 파악을 하지 못하는 삶은 불행이다. 


"하이데거는 사람들이 소유와 향락에 대한 욕망 때문에 소박한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데서 현대문명의 불행이 비롯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현대인들에게 있어 단순 소박한 자연은 따분하고 단조로운 것으로 보일 뿐입니다. 현대인들은 안전한 생존과 안락과 향락을 위해 지구를 기술적으로 조직된 하나의 질서 속으로 편입시키는 데 몰두합니다. 현대인들에게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신의 소리로 들립니다."-232쪽 중


많이 가질수록 그것을 더 지키기 위해 불안에 떤다. 우리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고 산다. 우리 인간이 삶을 위해 진짜 가져야 할 도구는 무엇이며 그 도구들을 어떻게 써야 할까. 자연이 주는 무한한 선물을 우리는 끝장내려는 듯 마구 쓰며 산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자연재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깨닫게 한다. 진짜 해야 할 것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강하게 한다. 


"시적인 태도란 사물들 스스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의 마음을 비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관점을 내세우고 사물들로 하여금 그런 관점에 따라 자신을 드러내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들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게 하는 것입니다."-16쪽 중


우리가 이 불안과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시적인 태도를 지니는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욕심부리지 않으며 사는 삶이다. 저자의 해설은 차분하게 하이데거의 사상으로 접근하도록 안내한다. 우리가 동물과 다른 것은 무엇이며 그 다름이 인간으로서의 삶을 우세하게 하는 데 그 우세함을 갖고 건방 떨고 사는 게 아닌지 묻는다. 


"하이데거는 정보 없이 인간답게 사는 것은 가능하지만, 시 없이 인간답게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시는 잃어버린 채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면서 자신의 생존을 유지하고 자신의 힘을 강화하는 것에 몰두하는 인간은 로봇과 다를 바 없습니다. "-91쪽 중


이 책은 모두 10장으로 구성되었다. 저자는 여러 주제들을 통해 인간 삶과 죽음에 대하여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묻고 답한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며, 왜 불안을 느끼는가를 묻는다. 


인간의 공허함과 외로움의 이유는 무엇인지 묻는다. 자연 속에서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왜 그런 걸까? 인간 속에서 오히려 더 외로움을 느낀다. 자살 충동을 느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음에도 외로움을 느낀다. 인정받고자 끊임없이 욕망한다. 그것이 삶을 더 망치는 길인데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우리는 살아가면서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남의 일처럼 느낀다. 먼 미래의 일로 생각한다. 죽음을 제대로 인식하고 받아들일 때 삶의 다양한 길이 열린다. 살아가면서 마주할 수 있는 길이 많지만 우리 스스로 닫는다. 남과 비교하며 내 것을 채우는 일에 바쁘다. 


"죽음에 대한 불안은 우상의 허망함과 기만성을 철저히 폭로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비롯한 모든 존재자를 근원적으로 경험하게 하고, 보다 풍요로운 삶의 가능성을 열어줍니다."-139쪽 중


자연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준다. 자연 속에서 느끼는 에너지는 인간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든다. 우리는 그러한 자연을 버리고 망치고 있다. 이제 그러한 삶을 버리고 그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삶은 어떠한가. 저자는 그의 삶의 태도에서 하이데거의 철학과 연결 짓는다. 다른 세대를 살았지만 그 둘의 생각을 연결 지어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한다.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해 오늘을 산다. 진짜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생각해보자.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에 좀 더 마음을 두어보자. 


"하이데거는 현대인들이 거대한 착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인간은 기술문명의 어떠한 주체도 아니면서 자신이 주체라고 생각하는 착각 말입니다. 그러나 현대 기술문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은 세계를 기술적으로 소유하고 지배하려는 '의지'내지는 '탐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54쪽 중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뭔가를 갈구한다. 그 결핍이 기계 문명이 선사하는 도구인가?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는 진짜 결핍을 채울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어 줄 것이다. 과학과 기술이 인간을 구원할 것이라고 하는 시대, 진짜 우리 삶의 구원이 어디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무력감, 고독감 그리고 허무감을 극복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우리는 갖고 있다고 말하는 하이데거, 그 답은 시적 감성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왜 그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들여다볼 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