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하이데거 명강의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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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들이 이야기는 따분하다. 어려운 용어들은 철학으로의 접근을 조기에 차단한다. 그들의 이름은 어디서 돌아본 것 같지만 실제 그들이 무엇을 주장하고 어떤 족적을 남겼는가 하는 것은 시험문제로만 기억된다. 그런 인물들 가운데 한 사람, 하이데거. 


"하이데거는 우리에게 존재자들의 지배자가 아닌 존재의 파수꾼이 될 것을 촉구합니다. 존재의 파수꾼이 된다는 것은 존재자들의 고유한 존재와 근원적 세계에 경이를 느끼며 그것들의 수호자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이데거는 우리가 존재의 파수꾼이 될 때 비로소 현대기술문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204쪽 중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는 하이데거가 남긴 삶의 길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환히 들여다볼 수 있는 해설서다. 이 책을 박찬국 교수가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그의 삶과 사상을 살펴볼 수 있게 돕는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하이데거의 이야기가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은 그의 사상이 동양철학이나 불교 혹은 중국 사상가들의 관조와 비슷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름대로의 사상을 확립했지만 경계를 넘는 사상을 그 나름대로 정립한 인물이 하이데거가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오늘날 기계문명에 더욱 의존해야만 살수 있다고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 더없이 정신을 맑게 할 수 있는 메시지라는 생각이다. 전문적인 분야이지만 그러한 전문적 용어들을 빼고 우리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궁극의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무엇이 위기이고 무엇인 문제인지조차 파악을 하지 못하는 삶은 불행이다. 


"하이데거는 사람들이 소유와 향락에 대한 욕망 때문에 소박한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데서 현대문명의 불행이 비롯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현대인들에게 있어 단순 소박한 자연은 따분하고 단조로운 것으로 보일 뿐입니다. 현대인들은 안전한 생존과 안락과 향락을 위해 지구를 기술적으로 조직된 하나의 질서 속으로 편입시키는 데 몰두합니다. 현대인들에게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신의 소리로 들립니다."-232쪽 중


많이 가질수록 그것을 더 지키기 위해 불안에 떤다. 우리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고 산다. 우리 인간이 삶을 위해 진짜 가져야 할 도구는 무엇이며 그 도구들을 어떻게 써야 할까. 자연이 주는 무한한 선물을 우리는 끝장내려는 듯 마구 쓰며 산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자연재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깨닫게 한다. 진짜 해야 할 것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강하게 한다. 


"시적인 태도란 사물들 스스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의 마음을 비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관점을 내세우고 사물들로 하여금 그런 관점에 따라 자신을 드러내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들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게 하는 것입니다."-16쪽 중


우리가 이 불안과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시적인 태도를 지니는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욕심부리지 않으며 사는 삶이다. 저자의 해설은 차분하게 하이데거의 사상으로 접근하도록 안내한다. 우리가 동물과 다른 것은 무엇이며 그 다름이 인간으로서의 삶을 우세하게 하는 데 그 우세함을 갖고 건방 떨고 사는 게 아닌지 묻는다. 


"하이데거는 정보 없이 인간답게 사는 것은 가능하지만, 시 없이 인간답게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시는 잃어버린 채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면서 자신의 생존을 유지하고 자신의 힘을 강화하는 것에 몰두하는 인간은 로봇과 다를 바 없습니다. "-91쪽 중


이 책은 모두 10장으로 구성되었다. 저자는 여러 주제들을 통해 인간 삶과 죽음에 대하여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묻고 답한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며, 왜 불안을 느끼는가를 묻는다. 


인간의 공허함과 외로움의 이유는 무엇인지 묻는다. 자연 속에서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왜 그런 걸까? 인간 속에서 오히려 더 외로움을 느낀다. 자살 충동을 느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음에도 외로움을 느낀다. 인정받고자 끊임없이 욕망한다. 그것이 삶을 더 망치는 길인데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우리는 살아가면서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남의 일처럼 느낀다. 먼 미래의 일로 생각한다. 죽음을 제대로 인식하고 받아들일 때 삶의 다양한 길이 열린다. 살아가면서 마주할 수 있는 길이 많지만 우리 스스로 닫는다. 남과 비교하며 내 것을 채우는 일에 바쁘다. 


"죽음에 대한 불안은 우상의 허망함과 기만성을 철저히 폭로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비롯한 모든 존재자를 근원적으로 경험하게 하고, 보다 풍요로운 삶의 가능성을 열어줍니다."-139쪽 중


자연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준다. 자연 속에서 느끼는 에너지는 인간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든다. 우리는 그러한 자연을 버리고 망치고 있다. 이제 그러한 삶을 버리고 그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삶은 어떠한가. 저자는 그의 삶의 태도에서 하이데거의 철학과 연결 짓는다. 다른 세대를 살았지만 그 둘의 생각을 연결 지어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한다.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해 오늘을 산다. 진짜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생각해보자.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에 좀 더 마음을 두어보자. 


"하이데거는 현대인들이 거대한 착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인간은 기술문명의 어떠한 주체도 아니면서 자신이 주체라고 생각하는 착각 말입니다. 그러나 현대 기술문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은 세계를 기술적으로 소유하고 지배하려는 '의지'내지는 '탐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54쪽 중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뭔가를 갈구한다. 그 결핍이 기계 문명이 선사하는 도구인가?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는 진짜 결핍을 채울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어 줄 것이다. 과학과 기술이 인간을 구원할 것이라고 하는 시대, 진짜 우리 삶의 구원이 어디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무력감, 고독감 그리고 허무감을 극복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우리는 갖고 있다고 말하는 하이데거, 그 답은 시적 감성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왜 그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들여다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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