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 벼룩에서 인공지능까지 철학, 과학, 문학이 밝히는 생명의 모든 것
조대호.김응빈.서홍원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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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탐구에 대해서는 평생을 해야 한다.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서 알지 못하면서 무엇에 대해서 알려고 하는가. 내가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지를 모르고 다른 학문을 파고 들어갈 수는 없다. 우리 인간 존재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 다른 학문으로 들어갈 수 있다. 우연찮게 요즘 인간의 존재에 대한 물음에 관한 책들이 많이 보인다. 출판사들이 그나마 가을에 접어들면서 인문학적 사고에 적합한 주제를 골라내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다양한 도판과 공동 저자들의 이야기는 강의장 안과 밖을 넘나들며 독자를 이끈다. 강의실에서 이루어진 육성의 강의를 텍스트로 담아냈지만 가만히 읽다 보면 강의실 안에서 강의를 듣는 느낌을 갖게 한다. 


한 대학의 인기 강의를 녹취하고 정리한 텍스트들이다. 다양한 인생 질문들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기계문명이 가져다준 편리함 속에서 질문조차 잃어버린 지금 우리의 삶이 과연 옳은 것인지 되묻는다. 인공지능과 로봇 시대에 접어들면서 윤리적 기준도 제대로 서 있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그만두어야 하는지 구분하지 못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가져다줄 삶의 변화를 우리는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우리 각자의 정보를 이제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점점 벗어나고 있다. 하나의 정보로 이제 다양한 부가정보를 손쉽게 얻어낼 수 있다. 


연세대 철학과 조대호 교수, 영문학과 서홍원 교수, 시스템생물학과 서홍빈 교수는 각각의 강의 내용을 갖고 <위대한 유산>을 꾸몄다. 이 책에서는 3명의 교수가 연구해 온 인간과 인간 삶을 둘러싼 오랜 논쟁들을 펼쳐 놓고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들여다봐야 할 텍스트를 읽어보도록 권유한다. 세 교수의 논점의 차이를 살펴볼 수 있다.  실험과 관찰로 현상을 기록하는 과학과 인간 마음을 탐구하는 철학 그 사이에서 인간의 길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한다. 예술가들의 미술작품, 신화 속 인물, 아담과 이브와 같은 성경 속 인물에 대한 논쟁과 생명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다윈의 <종의 기원> 등 다양한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생명 탄생에 대한 것까지 인간의 모든 것을 다양하게 짚어본다.


"우리는 사고 능력이 뇌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판단이나 추론 같은 사고 활동을 담당하는 지성이 아무 신체 기관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점에서 그는 사고 활동이 감각 활동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봅니다. 감각은 감각기관을 전제로 하지만 사고는 그렇지 않다는 말인데, 이런 주장을 하는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감각은 외부에서 오는 자극을 감각기관이 수용함으로써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감각기관이 외부의 자극을 수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인간과 우주, 인간과 동물, 인간과 인간 등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고대 철학자들의 이야기에서부터 인공지능 시대에 이른 오늘까지 이어지는 물음에 대해서 우리가 답을 내려볼 때이다. 앞서 살아간 많은 사람들이 남긴 철학적 논쟁들과 과학적 탐구물들은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미래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여러 분야 중 조대호 교수의 강의 내용을 담은 5장에 실린 '플라톤에서 동물권리론'까지는 흥미롭게 읽었다. 플라톤이 생각했던 윤회론에 대해서 새삼 다시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 주장이 그때 당시에 있었다는 것도 제대로 알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넘을 수 없는 경계라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 자연적인 경계가 아니라 문화적, 역사적으로 규정된, 우리 의식 안의 경계, 머릿속 경계였던 말이에요. 그것이 지워짐으로써 오히려 인간의 역사가 발전했고, 보다 나은 삶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런 점에서 경계를 지우고 경계를 넘는 것 자체를 무조건 마다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21세기에 우리가 겪고 있는 경계의 상실, 경계의 소멸이 20세기 이전까지 호모사피엔스가 겪었던 경계의 소멸과 같은 종류의 것일까요?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무너져야 할 경계, 그러나 또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경계는 없는 건지 생각해본다. 인간이 어떤 존재로 생존할 수 있는지, 기계와 인간 사이의 경계는 사라져야 할 것인지 아니면 구분되어야 할 것인지 말이다. 점점 우리 앞에 현실로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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