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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해도 민감해도 괜찮아 - 흔들리지 않는 내향인의 인생살이법
일자 샌드 지음, 배현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일자 샌드의 책은 간결하다. 사는 곳이 다르고 생각하는 게 다르지만 사람의 성격은 공통적인 부분을 잡아낼 수 있나 보다. 기후나 환경의 영양을 받지 않았나 싶지만 그녀가 이야기하는 내향인의 이야기들은 다 내 이야기 같다. 비슷한 점도 있고 그런 게 내게도 있나 싶은 점도 있다.
사람 관계가 제일 힘들다. 유지하는 것도 그렇고 끝내는 일도 그렇다. 쉽게 잊고 다시 사람을 찾아 나서는 공격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때로는 부럽다. 모임 장소에 나가보면 알 수 있다. 명함을 건네는 속도가 빠르다. 테이블에 앉아서도 다 명함을 돌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옆에 앉은 사람과 소곤소곤 대는 사람도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향인은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결론을 내리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향인들이 외부에서 관련 정보를 찾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최종 결정을 내릴 때는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는 말이다."-34쪽
어떤 것이든 그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으로 나를 무너트리지 말자. 일자 샌드의 이야기다. 마지막 부분의 텍스트는 인상적이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그녀가 내린 진단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기적이다'라는 지적에 대해서 그녀의 이야기는 '자신을 아낄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거만하고 고상하게 보이는 내향인에 대해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제한된 에너지를 합리적으로 이용하고자 할 뿐이다. 하나 더 하면, 싸울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싸움을 좋아하지 않을 뿐이다'라는 말로 응대한다.
"자신에게 가장 큰 행복감을 주는 자극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아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내향인과 민감한 사람은 그 적정 수준이 외향인에 비해 대체로 현저하게 낮다. 하지만 당신이 민감한 사람이거나 내향인임을 감안한다 해도, 그 수준이 보기보다 훨씬 낮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중요한 것은 자극을 피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적정한 수준을 찾는 것이다."-61쪽
흔들리지 않는 내향인의 인생살이법, 조용해도 민감해도 괜찮아는 모두 7장으로 이뤄졌다. 일자 샌드는 이 책에서 내향인의 성향진단과 더불어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보편적인 성향을 통해 그것이 내향인의 문제가 아니라 특성으로 보고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이끈다. 잘 못 들어가면 다른 병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내향인과 민감한 사람들은 대체로 경계선을 설정하거나 갈등에 연루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때때로 우리는 대립할 만한 상황을 자꾸 미루는데, 적절한 타이밍이나 방법이 구체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불화에 휘말리기라도 하면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103쪽

내향인이나 민감한 사람이라고 해서 사업을 못하는 게 아니다. 더 좋은 방향으로 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다. 직장 선후배 사이는 어떨까. 서로 다른 기질이 만났을 때 싸우지 않고 일을 제대로 하려면 말이다. 서로의 성격을 이해하고 자신의 성향을 있는 그대로 노출하는 것이 좋다. 내향인과 외향인은 차이점도 있지만 공통점도 있다. 30~50%가 내향인이라고 추정한다.
다양하게 쏟아지는 정보에 파묻혀 살기보다는 잠시 끊으라고 조언한다. 적당한 선을 넘으면 피곤한 삶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민감하고 내향적인 사람들은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에겐 솔직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우리 자신이나 함께 있는 사람들을 돌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우리는 관계가 어긋났다고 생각할 때 불쾌감을 억누르는 데 서투르다. 오히려 불쾌감을 분명하게 느끼며, 그것 때문에 괴로워한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길이 아닌 타인의 길을 따를 때도 좌절감을 느낀다."-119쪽
남들이 가는 길을 걷는 것은 불편하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있는데 내가 선택하고 싶은 것인데 어쩔 수 없이 똑같거나 비슷한 것을 하는 게 불편하다. 그런 일들에 대해서 좀 무디게 살고 싶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은 주변에 도움을 구하고 에너지를 충분히 쏟으며 살아갈 일이다.
일자 샌드의 조언이 부드럽게 밀려온다. 그녀 역시 민감한 성향의 소유자라고 밝히고 있어 그런지 모르겠다. <조용해도 민감해도 괜찮아> 이전에 그녀는 <컴 클로저>, <센서티브>, <서툰 감정> 등의 작품을 쓴 바 있다.
다른 성향의 사람을 보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해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모두 같은 성격, 성향의 사람들이 산다고 생각해보라.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일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마음이 좀 놓인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계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바로바로 대처하고 가볍게 넘기는 사람도 있다. 부탁을 거절하는 일이 어렵지만 그럴 필요가 있다. 용기 내어 살 일이다. 기운을 빼는 모임이나 사람을 만나지 말고 도움이 될만한 곳으로 몸과 마음을 이동시키자. 그게 바르게 사는 길이 아니겠는가.

"당신이 내향인이거나 민감한 사람이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자기 자신을 맞춰왔다고 하자. 당신은 자신의 자연스러운 본모습과 너무 멀리 떨어진 탓에 극심한 고통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에겐 자기 방식대로, 본모습대로 살 수 있는 고귀한 내적 자유를 누릴 기회가 있다. 다음 세 가지를 기억하라. 첫째,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내면에 포커스를 맞추어 방향을 찾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둘째, 자신의 감정 상태가 어떤지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당신의 행복을 위해 중요하다. 셋째, 아마도 당신은 혼자 있는 것도 잘 즐길 수 있을 것이므로, 타인과 함께 하는 일에 그다지 의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131쪽
인간 삶에서 오는 다양한 오해가 삶을 망친다. 오해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면 타인의 성향을 이해하는 게 몸 건강에 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