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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광고에는 신제품이 없다
이강우 지음 / 살림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올해 해 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아니 바라는 것이 있다면 좀더 갖고 있는 생각들을 다르게 비틀어보고, 돌려보고, 체계적으로 모양을 갖추어 보는 것이다. 단편적인 지식의 나열보다는 길지 않고 짧더라도 나의 사고체계를 갖추어 보는 것이다. 흔한 속된 말로 좀 ‘말빨’이 설 수 있게 말이다. 그러기위해서는 많이 보고, 접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일들을 이미 하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거나 느껴보는 것도 빠른 방법 중의 하나로 본다.
그런 시각에서 찾은 책이 ‘대한민국 광고에는 신제품이 없다’이다. 책 제목이 사실 먼저 눈길을 끈다. 그리고 세월이 느껴지는 고뇌하는 한 남자의 사진이 깔려 있는 표지도 그렇다. 첫 느낌은 광고업무를 통해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묶은 개인 에세이집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그렇다.
이 책은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의 전쟁같은 삶을 통해 우리 일상에 대한 삶의 태도와 자세를 견주어 볼 수 있도록 저자가 경험한 에피소드를 담아 그 주제를 소개한다.
책의 제목으로 쓰인 에피소드는 신제품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은 매일 같이 많은 매체들을 통해 쏟아지는 모든 광고를 기억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수용의 한계가 있는데 말이다. 이렇듯 새로운 광고들이 소개되는 가운데, 무엇이 새로운 것이고 아닌지를 사람들은 그냥 흘려보낸다. 일본의 광고시장과는 달리 그 흔한 말 ‘신제품’이라는 것을 광고하지 않는데, 저자는 신제품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히트브랜드를 탄생시킨 일화가 소개된다. ‘등잔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훌륭한 카피는 언제나 대중들이 사용하는 언어속에 있었다”라는 말 속에서도 그러한 그의 생각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경험들이 구슬처럼 묶여 있다. 광고인의 광고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자.
광고는 소비자들을 위해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광고주와 크리에이터 모두 언제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소비자의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좋은 광고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가지의 원칙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나는 성실함이요. 또 다른 하나는 현장성이다. 광고가 성실한 느낌을 주어야 하는 이유는 일단 소비자로부터 진실성을 의심받으면 광고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설득은 설득 대상자에게 신뢰를 얻어야 가능해진다.“
소비자와 함께 호흡하며, 그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때 광고의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소비자에게 광고속에 담긴 진실한 마음이 전해질 때 그들이 보내는 신뢰와 의도는 서로 ‘통’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이 전반을 흐르며, 소비자 대중에게 널려 알려졌던 광고제작 사례가 뒤 부분에 함께 소개되어, “어, 이 광고, 이 사람이...“하며 그의 유명도를 또한 짐작할 수 있다.
삶의 노하우와 함께 광고에 대한 생각들을 짧지만 굵게 담고 있는 깔끔한 책이라고 생각하며, 그가 제시하는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 세가지 금기사항을 다시 음미해 본다. 그리고 CF 광고제작이나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의 머리를 다듬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지루한 삶에 ‘신제품’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더군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