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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로 된 아이 - 시련을 가르치지 않는 부모,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
미하엘 빈터호프 지음, 한윤진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평점 :
"아이에게 근심 걱정 없는 어린 시절을 선사하고 싶다면, 부모는 자녀가 어른들의 문제 때문에 과도한 심리적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보호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만약 집에서 부모가 자주 다투거나 이혼까지 고려하는 상황이 되면 아이도 눈치를 챌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부모는 자녀가 현실을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문제를 인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57쪽, <유리로 된 아이> 중에서
놀이터에서 넘어지고 무릎이 까지면서 아픔을 느끼고 친구들과 다투면서 화해하는 방법을 알았다. 어린 시절에 몸으로 부딪힌 일들이 이제는 점점 사라진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지금은 어떤가. 부모가 알아서 다 해주거나 인터넷 검색으로 병, 대인관계, 돈 관리 등 안 되는 게 없어 보인다. 그렇게 인터넷은 인간의 또 다른 뇌로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닮아가려고 하고, 우리는 스스로 우리의 뇌를 인터넷으로 그 역할을 넘겨주고 있다. 알게 모르게.
시대적 흐름이라고도 하고 과학의 발달이라고 말을 하면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또 다른 문제는 무시되거나 덮어진다. 무엇인 문제냐고 물을 수 있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이다. 정서적인 것까지 기계가 다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인간이 인간다운 것은 그러한 교감에 있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그렇고 형제자매 간에도 그렇다. 친구와 친구도 그렇다.
건강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교감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정해진 약속에 벗어나지 않으면서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이다. 그러려면 뇌의 성장이 이루어지는 지점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무엇일까. 아이의 뇌가 바르게 성장하도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타인의 의견을 존중할 수 있는 마음의 태도를 갖게 해야 한다. 그게 교육이고 부모가 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제대로 하고 살고 있는가. 아이들이 걱정하고 염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하는가.
미하일 빈터호프는 <유리로 된 아이>에서 그러한 지점을 이야기한다. 아이가 스스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기보다는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해 주려고 하는 부모의 모습을 가지려고 한다. 그게 애정이고 그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독립적인 존재로 스스로 사고하고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래도 계속할 수 있을까. 저자는 아이들의 올바른 정신 발달과정을 거쳐 성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3파트로 이루어졌다. 아이들을 위해 부모가 무엇을 해야 할지, 진짜 해야 할 일을 적어놓았다. 잘 먹이고 공부시키는 게 다가 아니다. 정신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부모도 모르고 아이도 모른다면, 그 후의 삶은 누가 책임을 져 줄 수 있을까. 후회하기 전에 들여다보자. 아직 늦지 않았다. 부모가 진짜 해야 할 일과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다.
"정신 발달이 미성숙한 아이들이 예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어느 시대마다 교육받지 못하고 예의 없는 아이들은 존재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최고의 교육을 받으면서도 예의를 갖추지 못했다."-159쪽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온 사회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조부모가 어떻게 손자 손녀들을 대하는가도 중요하다. 부모의 역할만큼 중요하다. 바쁜 일상에서 교육을 맡기기도 한다. 학교는 또 어떤가. 부모의 책임으로 돌리기 전에 학교도 아이들의 지식뿐만 아니라 지혜도 가르쳐야 한다. 그게 인성 아닌가. 상대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지켜질 때 건강한 사회를 기대할 수 있다. 그 첫 출발점이 가정이고 학교다. 가정과 학교는 그래서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
아이들이 때맞춰 먹어야 할 게 있듯이 성장 시기에 맞는 배움이 필요하다. 무엇을 먹이고 무엇을 줄일 것인가.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배움을 찾아가도록 이끌어 줄 것인가. 문제는 부모다. 왕따를 줄이고 학교 폭력을 줄일 수 있는 기회는 가정에서부터 시작한다.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아이는 내면의 공허함과 외부의 압박이라는 두 가지의 커다란 긴장감을 지닌 채 불안하게 움직인다. 아이는 자신의 인생에 다양한 가능성이 펼쳐져 있다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못한다. 부모와 교사는 아이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현재 상황으로는 절대 도달 불가능한 높은 수준의 성적을 요구하기도 한다. 결국 아이는 당황과 혼란을 반복해서 겪으며 점점 피폐해진다."-161쪽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은가. 스마트폰을 끄고 아이와 눈을 마주하는 시간을 더 갖기를 바란다. 아이의 성장 기회를 오히려 망치는 게 부모라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바람직한다. 아이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 책 후반부에서는 아이들의 정신발달 과정을 연령대별로 알려준다. 지금 자녀들이 안고 있는 문제가 있다면 어떤 지점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살펴볼 수 있다. 자녀의 문제, 갖고 있는 문제를 다 해결해 주는 것이 좋은 부모의 역할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어린 시절을 되돌려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