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아주 오래된 것이지만 친근한 것이고, 친근한 것이지만 아주 오래 전의 것이다.

Written by Sigmund Freud


오후 2시의 일요일은 언제나 따분하다.

오후 2시라는 의미는 나에게 있어서 권태를 벗어던지고자 무얼 하려고 하기엔 너무 이르거나 혹은 너무나 늦은 때라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난 더 이상 권태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권태의 고수들(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이상, 다자이 오사무 등등)의 얘기를 귀담아 듣기로 했다.

“언제나 따분했을 것이 분명했을” 소로우는 나에게 ‘영혼이 자유로운 길’을 걸으라고 충고하고 있었다.


제길! 어디에 영혼이 자유로운 길이 있다라는 거냐? 어딜 둘러보아도 시커먼 아스팔트뿐이요. 그나마 간간히 보이는 잔디밭엔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푯말이 붙어있는데...


오랫동안 광활한 타타르의 스텝을 여행했던 이들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경작지 안에 다시 들어서는 순간, 문명의 소용돌이와 혼란, 동요가 우리를 압박하고 숨 막히게 만들었다. 공기는 우리에게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았으며, 매순간 질식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헐! 그럼 경작지 안에 죽치고 사는 나는 전신주에 목이라도 맬까? 영혼이 자유로운 길을 찾고자 산책을 나섰던 나에게 구원은 어디에도 없는거냐! 나의 비명어린 절규를 어디서 용케 들었는지 신은 나에게 다행히도 메시아를 내려주셨다. 내 눈앞엔 전 세계에서 산타클로스 다음으로 유명하다는 로날드 맥도널드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좀 쉬었다 가! 총각.” 나에겐 더 이상 그의 친절을 거부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고, 그는 단지 동전 몇 푼이면 맛있는 “아이스크림 콘”을 먹을 수 있다고 날 유혹했다.


그렇게 난 몇 푼의 동전으로 구원을 샀다.


돈으로 산 구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한적한 골목길에서 난 <두려운 낯설음>과 마주치고 말았다. 그 감정은 프로이트보다는 버지니아 울프의 것에 더 가까웠다.


 

 

 

 

 

봄이면 아무렇게나 바람에 날려와 돋아난 식물로 가득 찬 정원의 화분들이 언제나처럼 화사했다. 오랑캐 꽃도 피어났고, 수선화도 피어났다. 그러나 한 낮의 정적과 화사함은 밤의 혼돈과 법석 못지않게 기이하게 보인다. 나무들이 거기 서 있고, 꽃들이 거기 서서 앞을 바라보고 위를 바라보지만 눈이 없어서 아무 것도 보지 못하니 너무 끔찍했던 것이다.


To The Lighthouse 중에서


낯설음... 수 백번이나 오고 간 골목길이 그 순간 나에게 너무나 낯설었다. 마치 술잔을 앞에 대고 시시덕거리던 친구의 얼굴이 한 순간 전혀 낯선 이의 얼굴로 변모하는 것처럼, 나를 둘러싼 이 친숙한 공간이 한 순간 일그러지고 비틀어지는듯 한 왠지 모를 기괴함이 엄습했던 것이었다.


“뭐냐 이건... 이 불쾌한 감정들은... 어디에서 흘러나오는 거지? 무엇이 나를 이토록 불편하게 만들고 낯설게 느끼게 만드는 건가. 이 주위에 무언가 바뀐 게 있나?”


어디를 둘러보아도 나를 불편하게 만들 구조물이나 사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건 내가 늘 보아온 것처럼 그냥 그 곳에 있어야할 곳에 다 자리잡고 있었다. 모든 것은 그대로였다. 다만 나만 변모한 것이었다.


손에 든 아이스크림 콘을 집어던져 버리고, 난 황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StingFragile을 들었다.



On and on the rain will fall


쉬지않고 비는 계속 내리리


Like tears from a star like

tears from a star


별에서 떨어지는 눈물처럼, 별에서 떨어지는 눈물처럼


On and on the rain will say

How fragile we are how fragile we are


쉬지않고 비는 계속 속삭이리

우리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를

우리가 얼마나 깨어지기 쉬운 존재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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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3-27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네요~

보르헤스 2006-03-27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물만두님 르네 마그리트입니다. 음악이랑 잘 어울리는 듯 해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