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은 모두에게 공평했다. 넘치는 은총이었으므로 차지하기 위해용을 쓸 필요도 없었다. 정한 이치대로 대가 없이 내리는 것들이었다. - P13

자기가 누구인지 알려면 무엇을 부러워하는지 헤아려봐야 해. 부럽다는 건 그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거잖아. - P127128

사람은 땅 위에 산다. 땅 없이는 사람도 없다. 땅 있는 자가땅 없는 자를 부리는 건 쉬운 일이었다. 땅 없이 돈만 불리는것은 허공에 집을 짓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땅은 돈보다 귀했다. - P141

"예전에 난곡에 아파트 들어설 때, 내가 거기 사자고 했니안 했니? 28평 그거 2억 5천에 사자고 내가 했어, 안 했어. 너근데 내 말 안 듣고 인천에 조그만 아파트 사서 오순도순 산다고...... 어이구 내 팔자야. 지금 난곡 거기가 어떤지 아니? 어떤지 알기는 해? 검색이라도 좀 해봐. 이 속없는 것아. 그리고너 내가 신림동 하수 부지에 땅 좀 샀다고 나한테 뭐랬니. 그거 팔라고 팔라고 고문도 그런 고문이 없었다. 내가 네 등쌀에못 이겨서 1억 주고 산거 1억 천 받고 팔았어. 그거 팔고 거기어떻게 됐는지 알아? 그때 같이 땅 산 내 친구들, 지금 뭐라는지 아니? 북동쪽만 봐도 배가 부르대. 앉아서 돈이 척척 쌓이는데 그게 그렇게 좋댄다. 그리고 그뿐이냐? 내가 내곡동에 아파트 들어설 때, 34평 그거, 4억 5천에 입주권 넘기겠다는 연락왔다고 했을 때, 너 그때 뭐랬니? 빚 좀 내서 이거 사면 금방오를 거라고 내가 분명히 말했지? 그때 너랑 윤지 아빠랑 쌍으로 뭐랬어? 불로소득이 싫다고 그랬지? 그게 정의롭지 않은거랬잖아. 그래서 마장동 사는 숙경이 걔가 그거 채갔잖니. 정혜야, 거기 지금 얼마인지 알아?"
- P148

"시세가 20억이야. 20억! 그거 불법이라며? 무슨 놈의 불법이 돈을 십 몇억씩 안겨준다니? 그게 불법 맞긴 한거야? 그때그거 샀어봐라. 지금 내가.….…" - P148

"욕망은 사람에게 이룰 것 같은 착각만 줘요. 착각, 딱 거기까지죠. 욕망은 결코 스스로를 다 채우는 법이 없어요. 욕심부릴 것이 사라지면 욕망이 뒈져버리거든요." - P234

장걸은 자신에게 찾아온 두려움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두려움은 장걸에게 익숙한 감정이었다. 마음을 휘감은 그것에는냉랭한 눈길을 주어야 했다. 두려워하는 자신을 측은히 여기다 보면 결국 감정에 잠겨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 P242

미친 짓이지만 상대도 미쳤으니까. - P296

폭음으로 실려 간 병원에서 곽 회장은 말했었다. 샤또 오브리옹을 다시 먹는 날은 내가 죽는 날이 될 거라고 거듭된 질문과 협박을 못 이긴 자영은 말해버렸다. 그 와인의 이름을 샤또 오브리옹을, 준호에게 해가 갈까봐. 자신이 겪게 될 고통이 무서워서 말해버렸다. 곽 회장님이 정말로 죽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저 어쩔 수 없어서 말해버렸을 뿐이었다.10억을 받고 싶어서는 더더욱 아니었다. -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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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눈인가?" 시인이 물었다.
"눈은 시이고 서예이고 회화이며 춤이고 음악이기 때문이죠."
노인이 유코에게 다가와 열기 띤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다인가?"
"아닙니다. 눈은 그 이상입니다." - P37

"자네가 시를 아는 것은 알겠네. 그런데 그 다른 예술들도아는가? 서예와 회화와 춤과 음악을 아는가?"
유코는 답하지 못했다.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저는 시인입니다. 시를 짓지요. 제가 시의 예술에 도달하기 위해 다른 예술들까지 알아야 할까요?"
"알아야 하네.(중략)" - P37

유코를 구원한 것은 이미지였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이미지. 그것 역시 현실 저편에서 온 눈부신 것이었다. 그의 평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숭고한 이미지가 밤에 나타나그를 살렸다. - P42

"자네는 누구인가?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저는 유코입니다. 눈의 시인입니다. 제 시들은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절망적으로 흰색입니다. 선생님, 제게 색칠하는 법을 가르쳐주십시오. 색을 가르쳐주십시오."
소세키 선생이 미소를 짓고 대답했다.
"내게 먼저 눈을 가르쳐주게나." - P55

"색은 밖에 있지 않네. 색은 자신 속에 있네. 빛만이 밖에있네. 그래 무엇이 보이나?" 선생이 말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눈을 감으면 검기만 합니다.
선생님은 다르십니까?" - P56

"다르네." 소세키 선생이 대답했다. "내게는 아직도 개구리들의 푸른색과 하늘의 노란색이 보이네. 우리 중 누가 더장님인가?" - P57

무사 소세키를 구원한 것은 이미지었다. 그것 역시 현실저편에서 온 눈부신 것이었다. 머리 없는 사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기 위해 온 것이 틀림없었다.  - P66

시작은 이러했다. 네에주는 어린 나이에 순회 서커스단에들어가게 된다. 사람들의 뜬눈을 꿈꾸게 할수 있다는 것에경탄했기 때문이다. - P71

그것은 운명이었다.
한 걸음씩 내딛는 길.
생의 한 끝에서 다른 끝까지. - P74

그녀에게 가장 어려운 건 균형을 잡는 일도 공포를 누르는 일도 아니었다. 현기증으로 멈출 때마다 출렁이는 음악의 선을 걷는 일은 더욱 아니었다. 가장 어려운 건 세상의빛 속에서 나아갈 때 한송이 눈으로 변하지 않는 일이었다. - P76

소세키의 눈에 그녀는 한 편의 시였다. 한 폭의 그림이었고 서예였다. 춤이었고 음악이었다. 그녀는 네에주였다. 눈.예술의 모든 아름다움의 상징이었다. - P78

겨울이 왔다. 그리고 봄이 왔다. 아이는 빛의 황홀 속에서 자라나기 시작했다. 네에주는 행복했다. 한 손에는 소세키
의 사랑을 들고 있었다. 다른 한손에는 아이에게 주는 자신의 사랑을 들고 있었다. 그 깨지기 쉬운 평형봉은 행복의 선위에서 균형을 잡는 데 충분했다. - P80

물론 그림이 잃어버린 얼굴과 절대 예술 사이를 이어주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줄이었다. 네에주를 찾아주는 가장 확실한 길이었다. 그 예술을 선생은 훌륭하게 해냈다. - P88

가장 어두운 곳에서 선생은 흰빛을 그렸네. 순수함을 발견했네. 그리고 영혼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진정한 빛과 진정한 색들에영원히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으셨네. 선생은 사라진 여인의 얼굴에서 출발하여 절대적 예술에 이르셨네. 빛의 부재에서 출발하여 빛의 미세한 차이들을 그리시게 되었네. - P92

"그러네. 시인은, 진정한 시인은 줄타기 곡예사의 예술을지니고 있네. 시를 쓴다는 건 아름다움의 줄을 한 단어 한단어 걸어가는 것일세. 시의 줄은 한 작품의 줄은, 한 이야기의 줄은 비단 종이에 누워 있지. 시를 쓴다는 건 한 걸음씩, 한 페이지씩, 책의 길을 걸어가는 일일세. 가장 어려운건 지상 위에 떠서, 언어의 줄 위에서, 필봉의 도움을 받으며 균형을 잡는 일이 아닐세. 가장 어려운 건 쉼표에서의 추락이나 마침표에서의 장애와 같이 순간적인 현기증을 주는것으로 중단되곤 하는 외길을 걷는 일이 아닐세. 시인에게가장 어려운 일은 시쓰기라는 줄 위에 계속 머물러 있는 일일세. 삶의 매 순간을 꿈의 높이에서 사는 일, 상상의 줄에서 한순간도 내려오지 않는 일일세. 그런 언어의 곡예사가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일세." - P100

인생의 스승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있는 건 아니었다. - P103

선생이 죽자 세상의 흰빛이 그를 덮었다.
그는 행복했다.
진심으로 - P110

종이 위에 단어들을 써가면서 그의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러나 그것은 환상이었다. 오로지 진정한 시만이 슬픔의무게를 가볍게 할 수 있었다. 붓을 내려놓자 그의 심장은 다시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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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아노를 배움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세계를 가진 인간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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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직업이 아니야. 시간을 흘려보내는 거지. 한 편의시는 한 편의 흘러가는 물이다. 이 강물처럼 말이야."
유코는 고요하게 흘러 사라지는 강을 깊이 바라보았다.
그러다 아버지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것이 제가 하고 싶은 겁니다. 시간의 흐름을 바라보는법을 배우고 싶어요." - P11

"유코야 길을 찾았느냐?"
젊은이는 무릎을 꿇고 자신의 결정을 말했다.
"그 이상입니다. 아버지. 저는 눈을 찾았습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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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그들이 작고 자신을 지키지 못한다는 이유로 쫓겨나야 하나요?" - P182

"아빠! 우리가 체육관 때문에 청소했을 때는 고대 토끼에대해 아무것도 몰랐어!" - P184

"몰아내기 반대! 고대 토끼들은 남는다! 몰아내기 반대! 고대 토끼들은 남는다!!" - P184185

"교장 선생님은 국제 언론 앞에서 연설하게 되고, 이름 높은 학회에서 학교를 방문하려고 연락하고, 어쩌면 우리 학교생태 학습장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도 있습니다. 팔로워들과………."
교장의 얼굴이 환해졌다. 활짝 웃으며 동 박사 어깨에 화해의 손을 얹었다. 그러고는 관중들을 돌아보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합시다! 고대 토끼들은 남는다!" - P190

"그러니까 저도 이 상황이 설명이 안 됩니다. 갑자기 이렇게 됐어요! 사실 기분이 별로 나쁘지 않아요. 말씀 드릴 수있는 것은,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되면 이전에는 가질 수없었던 새로운 관점과 생각이 떠오른다는 사실이에요."
로베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의장 투르가우 뮐러 부인의 말은 정말 맞는 이야기였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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