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느슨함 - 돈, 일, 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품위 있는 삶의 태도
와다 히데키 지음, 박여원 옮김 / 윌마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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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서평 [어른의 느슨함](와다 히데키/박여원 옮김, 윌마)
-부제: 돈, 일, 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품위 있는 삶의 태도

책 표지에 사람이 빨랫줄에 널려 있는 그림이 있다. 평소 침대에 널브러져 있는 것을 좋아하는데, 침대에 널브러져 있는 건 게으름을 나타낼 수도 있으니 빨랫줄에 걸려 있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책 속의 글자들도 매우 느슨하다. 한 챕터 안의 내용이 많지 않다. 한 쪽수 안의 글자들도 적어서, 술술 넘어간다. 가볍게,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게으르게 살지 않는, 매우 성실하게 사는 사람일 것이다. 우연찮게도(?) 나는, 내 일에서는 성실하게 살지만, 집안일에는 성실하지 않은 편이라, 느슨하게 사는 편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책의 서평단으로 신청한 건 더 느슨하게 살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내가 느슨하게 살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였을까.

결혼 전까지 무척 성실하게 살았다. 결혼 전의 나를 아는 사람이 지금의 나를 본다면, 달라졌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이건 다 신랑 덕인데, 이 책을 보니 신랑은 느슨하게 사는 법을 알았던 것 같다. 내가 한없이 게을러져도 괜찮다고 해주는 신랑이 있어서 집에서만큼은 한없이 느슨해졌다. 집에서의 느슨함이 학교에서의 느슨함으로 이어지고 있기도 한데, 아직까지는 학교에서의 느슨함은 선을 지키고 있다. 어쨌거나, 나의 느슨함은 살로 이어졌다. 임신을 하며 먹는 것의 즐거움을 깨달아 쪘던 살이 안 빠지기도 했지만, 출산 후에도 마음 편히 지냈더니 살이 더 안 빠지는 것 같다. 그러나 살과 마음 편함 중에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기꺼이 마음 편함을 선택할 것이다. 이것도 느슨함 중 하나가 아닐까.

내가 제일 느슨하지 않은 것은 건강관리에의 느슨함인 것 같다. 2년마다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게 되어 있는 우리나라 시스템상 검진을 안 받을 수는 없으니까. 아픈 걸 알게 되면, 그걸 치료하기 위해 더 제한되는 생활이 좋은 것 같지 않았다. [눈으로 하는 작별]에서 작가의 아버지가 치매 판정을 받고 운전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의 그 상실감, 이후로 아버지가 급격하게 노쇠하는 것 같더라는 그 내용이 떠올랐다. 70대가 되면 면허를 반납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그리고 나도 그 말에 어느 정도 동의했는데, [눈으로 하는 작별]과 이 책에서 작가가 하는 말을 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비율은 젊은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그럼에도 노인들의 면허를 뺏겠다는 발상은 운전에서의 판단력 부족과 실수 때문일 텐데, 자신들의 실수는 생각하지 않으면서 무작정 면허를 반납하라고 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우리 부모님과 시아버지는 70대이신 걸.

최근에 맘모톰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암은 아니었는데(암이 아니어야 맘모톰 시술을 한다는 말을 보기도 했다.), 그냥 그대로 뒀어도 되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은 아무래도 몸에 부담을 주니까, 자연스러운 게 아니니까.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병이 걸리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2년마다 검진은 하게 되어 있지만, 검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좀 있는 편이라 걱정을 했는데, 심각한 수준이 아닌 이상 괜찮겠구나, 안심도 했다.

지금처럼 느슨하게 살면 되겠구나, 건강 관리에서 조금 더 느슨해져야겠구나 하는 다짐을 했다. 느슨해진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또는 언젠가 자리보전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때에도 자유롭게 걸어 다니던 때가 좋았어‘라며 곱씹기보다 ‘누운 채로도 남들과 이야기할수 있구나‘, ‘경치도 보고 소리도 들을 수 있네‘라며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됩니다.
또 하나는 못 하게 된 것을 어디까지 개선 가능한지 검토해보는 것입니다. 만약 난청이 생겼다면 보청기를 끼면 되고,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었다면 기저귀를 사용하면 됩니다. 못 하게 된 자신의 상황을 그대로 인정하고, 무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입니다. 그러면 못 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될 뿐더러 미래가 열려 즐거움도 늘어납니다. 한심하거나 부끄럽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53-54쪽)

🏷사람은 누구나 100퍼센트의 확률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옵니다. 그렇다면 비록 어느 순간 죽음이 찾아온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운명, 즉 하늘이 정해준 수명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150쪽)

다만, 느슨함이 게으름으로 이어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느슨함과 게으름의 차이를 생각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편한 길을 선택하는 것은 십자가의 길과는 다르지 않은지 생각하게 되었다. 이건 아직 잘 모르겠다. 약간 결이 다른 걸까.

🏷편한 길을 선택하는 것은 결코 비겁한 행동이 아니며 게으른 선택도 아닙니다. 그뿐 아니라 모든 일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우선 ‘편한 길은 게으르고 비겁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립시다.(62쪽)

내가 생각한 책의 결론은 이 문장이다.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해본다‘, ‘하나도 못 해도 된다‘, ‘어느 정도 실패해도 괜찮다‘, ‘바로 그만둬도 되고 질질 끌어도 된다‘,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다‘, ‘남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그런 자세가 즐겁고 느슨한 삶으로 이어집니다. 우선 무엇이든 거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216쪽)

🔎요조앤 @yozo_anne 이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윌마출판사 @wilma.pub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202506 #25독서기록 #독서기록 #북리뷰 #책리뷰 #어른의느슨함 #와다히데키 #윌마 #자기계발서 #성공학 #책추천 #요조앤서평단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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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힐 스토리에코 2
하서찬 지음, 박선엽 그림 / 웅진주니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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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서평 [샌드힐](하서찬, 웅진주니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숨을 참으며 읽었다. 마음 졸이며 읽었다. 지훈이를 응원하며 읽었다.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쓸 수 없는 글이라고 생각했다. 짧은 ‘작가의 말‘에 적힌 글이 마음을 어지럽혔다. 🏷‘형제를 잃은 나는 빈 병실에서 울고 있었다. 오래 울 수는 없었다. 다음 환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무기력하게 어깨를 늘어뜨렸다. 시간이 지나도 그때의 병실 냄새는 내 코끝에 머물러 있다.‘(185쪽)

부모님의 과격한 부부싸움은 형제를 밖으로 나돌게 했다. 형제는 노숙 후 귀가하던 길에, 형이 교통사고를 당해 쓰러진다. 부모님은 결국 이혼하고, 형은 엄마가 지키고, 지훈이는 아빠가 데려간다. 형이 옆에 없어 외로웠던 지훈이는, 중국으로 가며 더 외로워진다. 국제학교도 아니고 일반 학교에서 버티길 바라는 지훈이의 아빠가 원망스러웠다. 지훈이를 괴롭히는 아이들, 방관하는 아이들, 짜증내는 선생님까지. 지훈이의 무기력함이 느껴졌다. 지훈이가 할 수 있는 것은, 형이 마음을 다스리라며 전해준 조각칼로 반 아이들을 (자신이 군림할 수 있는) 병마용 토기로 만드는 것뿐.
일반 학교에 있는 한국 아이들은 엇나간다. 지훈이는 라희를 보며 버티고 있었고, 라희를 위해 일탈을 감행한다.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 것 같았다. 라희는 선배들에게 당해 병원 신세를 지며 한국으로 가고, 지훈이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과정이 너무 험난했다. 아버지의 도움 없이, 미성년자의 신분으로 한국에 돌아온다는 건 운이 좋았다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한국으로 가기 위해 중국인 친구의 도움을 받으며, 탈북한 아이들을 도와주며, ˝넌 우리와 달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지훈이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국경을 기준으로 다르다는 말을 듣는 지훈이의 모습이, 우리 모두의 모습이 아닌가 싶었다. 한남, 한녀, 꼰대, 이대남(더 심한 말도 알지만 자제한다.), 이런 은어들이 ˝넌 우리와 달라.˝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아서.
결국에는 해피 엔딩이지만 헤쳐나가야 할 숙제는 남아 있다. 우리네 인생처럼. 🏷‘라희와 지훈은 죽지 않았고, 벚꽃은 매년‘(185쪽) 핀다. 하나씩 하나씩 해결하면서 살아나갈 힘을 얻는다.

죽고 싶을 만큼 마음이 힘든 친구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샌드힐]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쓴 주관적인 글입니다.

📍웅진주니어 @woongjin_junior

#202506 #25독서기록 #독서기록 #북리뷰 #책리뷰 #청소년소설 #샌드힐 #하서찬 #웅진주니어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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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x4의 세계 -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41
조우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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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X4의 세계](조우리, 창비)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고학년 대상작
-창비 선생님 북클럽 4월 도서

본의 아니게 재독한 책이다. 3월에 가제본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책을 읽었던 터라 일부러 미루고 미뤄서 읽었다.
처음 읽을 때는 내가 맡았던 아이 중 병원학교에 다녔던 아이가 생각나서인지 협소하게 책을 봤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제갈호의 마음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마음을 담담하게 서술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마음일지 가늠할 수 없어서 더 슬프게 다가왔다. 병원에 오래 있으면서 희망을 갖기 어려운 상황일 때, 책과 친구를 통해 희망을 가질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과 친구가 있었기에 재활을 돕는 선생님의 말이 마음에 더 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이제 걷는 건 포기하는 건가요?˝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야. 그렇지만 호야, 걷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
˝그게 뭐예요?˝
˝살아가는 거야. 다시 살아가는 것. 너는 그걸 해내는 중이야.˝
고온유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마음이 울령거렸다. 엄마 아빠와 할아버지는 나에게 ˝반드시 걸을 수 있어. 희망을 가져.˝ 라고 자주 말하지만, 사실 요새는 고온유 선생님의 말이 더 와닿기 시작한다. 걷지 못하는 것이 완전한 절망만은 아니다. 걷지 못하더라도 다른 종류의 희망들이 남아 있을지 모른다.(87쪽)

가로(제갈호)와 세로(새롬)가 4X4 빙고판에서 만나는 두 축처럼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희망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가슴이 먹먹했던 장면

🏷누가 일흔 넘은 할아버지를, 게다가 다리도 저는데 일을 주나? 열두 살 먹은 나도 아는 걸 할아버지만 모른다. 그러면서 자꾸 엄마한테 그런 말을 하니까 엄마는 나한테 미안해한다. 아빠는 안 미안해하는데. 그래서 가끔 할아버지의 입을 테이프로 붙여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도 할아버지와 나는 늘 붙어 있어야 하니까 억지로라도 할아버지의 좋은 점에 대해 생각하려 한다. 각고의 노력 끝에 얼마 전, 드디어 할아버지의 장점 열여섯 개를 다 채웠다. 내가 이렇게까지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줄은 아무도 모르겠지.(21쪽)

🏷가끔 생각한다. 학교도 이런 모습일까? 어쩌다 마주치는 친구랑 잡담을 나누고, 급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같이 운동을 하고 그렇다면 병원이 내겐 학교인 셈이다. 인생에 필요한 지식을 남들은 학교에서 배우고 나는 병원에서 배운다. 그림 별로 억울할 게 없네.(46쪽)

🏷엄마가 떠나서 우는 게 아닌데, 그냥 너무 좋은 꿈을 꿔서 우는 건데, 하지만 그 말을 하지 못했다. 요새는 많은 말들을 자꾸 삼키고 또 삼킨다.(76쪽)

🏷˝다들 심심하니까.˝
˝내가 심심풀이 땅콩이야, 뭐야?˝
˝농담이고, 병원에선 안 좋은 소식이 많은데 너한테 일어난 일은 좋은 소식이니까.˝
내가 세로를 만난 게 좋은 소식이라니. 물론 내게는 그렇지만 나와 세로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까지도 좋은 소식이라니.(95쪽)

🏷세로에게 어차피 다 치워질 지렁이 무덤을 만드는 게 괜찮으냐고 물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어.˝
세로의 대답이었다. 세로는 지렁이를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햇볕 아래 말라 죽어 가는 것이나 죽은 그대로 사람들에게 밟히는 모습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98쪽)

🏷나는 휠체어라는 제약이 있고, 세로는 조금만 뛰어도 금방 지쳤기 때문에 오래 놀진 못했다. 하지만 그래서 좋았다. 우리 둘 다 완벽하지 않아서. 부족한 나와 부족한 세로가 이 세상에 둘이나 있어서. 그런 우리가 같이 있어서.(99쪽)

🔖(나만 웃었는지 모르겠지만) 웃음 포인트

🏷간병 이모는 할아버지랑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데 다들 이모라고 부른다. 내가 어른들을 ‘이모‘나 ‘삼촌‘이라고 부르는 건 이상하지 않은데 어른이 어른을 그렇게 부르는 건 이상하다. 다들 호칭에 대한 공부가 필요해 보인다.(29쪽)

🏷˝할아버지! 나 도서관 다시 데려다줘!˝
˝이놈이, 지금 오자마자 또 거길 간다고?˝
˝응, 지금 갈 거야. 얼른, 얼른!˝
˝똥개 훈련시키나?˝
˝할아버진 똥개가 아나야. 엄청 멋진..... 셰퍼드야.˝(41쪽)

🏷할아버지는 만 원을 받아들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받들어 모시겠습니다!˝(90쪽)

🔎<창비 선생님 북클럽>에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쓴 주관적인 글입니다.

#202505 #2025독서기록 #25독서기록 #독서기록 #북리뷰 #책리뷰 #초등동화 #동화 #4X4의세계 #조우리 #창비 #창비선생님북클럽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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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책, 오 파란 이야기 19
황선애 지음, 모차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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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비밀의 책, 오](황선애, 위즈덤하우스)

책 표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한자가 적혀 있다. 지네 오(蜈)다. 책 제목에서 ‘오‘는 감탄사가 아니라, 지네를 뜻하는 말이었다.

개인적으로 지네에 안 좋은 추억이 있다. 청소년기에 내가 살던 시골에서, 그리고 성인이 되어 살았던 시골 집에서 지네가 나올까 노심초사했다. 지네는 닭과 천적이지만 집에서 닭을 키우지 않으니 천적이라고는 없고, 지네가 출몰하면 나는 밟아 죽이지를 못해서 바퀴벌레 약을 뿌리는 게 다였다. 엄마도 시골에서 자라서 지네의 습성을 잘 아시고 있었는데, 지네가 나올 때마다 한두 마디씩 말해주셔서 지네에 대한 정보를 습득했다.
지네는 축축한 곳을 좋아한다. 그래서 밤나무나 대나무가 많은 곳에 산다. 또, 항상 쌍으로 다닌다. 한 마리가 출몰하면 곧 다른 한 마리가 나타난다.-이건 실제로 경험했다. 시골에 있는 원룸에 살 때였는데, 방충망만 열어두었는데도 지네가 방에서 나타나서 기겁한 적이 있었다. 아빠를 불러 그 지네를 잡았지만, 엄마가 지네는 항상 쌍으로 다닌다고 했던 그 말을 기억하고 또 나타나지나 않을까 걱정했더랬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 지네가 나타나서 소름 돋았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끔찍한 기억이다.
지네는 가을에 독이 가장 세고, 지네에게 물리면 이빨 자국이 남는다. 실제로 본 적도 있다. 내 동생은 자다가 물리기도 했고. 지네 물린 곳에 소변을 담그면 붓기가 가라앉는다고 해서 급한 대로 그렇게 했던 것 같다. 나는 귀가 예민한 편인데, 지네가 그 많은 발로 기어다니는 소리를 바로 옆에서 직접 들은 적이 있다. 아무리 귀가 예민하기로서니 지네가 기어다니는 소리까지 들을 건 뭔가. 이 책을 보면서 지네에 대한 생각이 동시다발적으로 떠올랐다. 지네에 대한 책인 걸 알았더라면 보겠다고 선택했을까.

선오는 천 년 묵은 지네를 우연히 본다. 선오나 지네나 서로 놀랐다. 지네는 서책을 잃어버리고, 서책을 열 수 있는 열쇠도 잃어버렸다. 지네는 서책을 찾기 위해 오승천이라는 이름으로 선오 반에 전학 온 여학생 행세를 하며 선오 주변을 맴돈다.
선오는 천 년 묵은 구렁이도 우연히 본다. 꾀죄죄한 구씨 아저씨로 변신하여 동정심을 산다. 그리고 지네의 서책을 뺏기 위해 거짓을 말한다.

지네와 구렁이는 천 년 전부터 앙숙이었다. 구렁이는 잔꾀를 부려 지네의 서책을 빼앗아 승천할 궁리를 했다. 지네는 자신과 서책을 보호하기 위해 구렁이를 물었고, 서로를 모함하고 해를 끼친 대가로 둘 다 천 년 동안 저주를 받아야 했다. 지네를 싫어하긴 하지만 너무 억울한 일이다. 인간 세계에서도 정당방위는 허용되는 건데, 지네도 나름의 정당방위였지 않았나.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은 안 되는 것이라 말하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 한 대라도 때리면 쌍방폭행이 된다는 말도 떠오른다. 내가 맞고 있어도, 피해를 받아도, 계속 참고 인내해야 하나? 죽음에 이르더라도? 기다리는 마음은, 인내하는 마음은 어디까지여야할까.

🏷부모님을 기다리는 이우일의 몇 달, 가족이 함께 지내기를 기다렸던 나의 몇 년, 그리고 하늘을 오르길 기다린 오승천의 천 년. 시간이 짧다고 해서 기다리는 마음이 작은 건 아닐 거다. 외로운 마음 또한.(93쪽)

선오는 승천이의 책을 구해주는 과정에서 친구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법, 가족에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법, 상대방의 선택을 존중하는 법 등을 배운다.

🏷나는 오승천을 멍하니 바라봤다. 긴 시간 동안 운명을 받아들이며 따랐지만, 이제는 오직 자기를 위해 선택하겠다고 한다.
문득 부모님이 떠올랐다. 부모님의 이혼은 어쩔 수 없는 문제다. 끼어들 수도, 말릴 수도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뭔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95쪽)

🏷˝비를 맞아도 해를 향해 나아가기를 선택한다면, 그렇게 꾸준히 나아가기를 선택한다면 언젠가 비는 그쳐 있을 것이다.˝(101쪽)

삶의 사소한 갈림길에서 좋은 선택을 하고 싶은 친구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위즈덤하우스 ‘나는 교사다 4기‘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쓴 주관적인 글입니다.

📍위즈덤하우스
@wisdomhouse_official
@wisdomhouse_kids

#202505 #25독서기록 #독서기록 #서평 #북리뷰 #책리뷰 #비밀의책오 #황선애 #위즈덤하우스 #나는교사다 #나는교사다4기 #서평단 #교사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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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문이 열리면 마음이 자라는 나무 44
범유진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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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도서관 문이 열리면](범유진, 푸른숲주니어)
-스포일러 주의

이 책은 네 명의 청소년들이 자신의 고민을 도서관에서 해결하는 모습을 담고 있는 책이다. 말, 친구관계, 정체성, 가족(특히 형제).

‘소문을 낳는 아메바‘는 은솔이의 고민을 담고 있다. 은솔이는 다른 사람의 고민을 쉽게 얘기했다.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점차 바뀌었다고 했다. 사서 선생님은 다른 사람을 위해 소문을 내는 사람-미스 마플이 있다며, 은솔이에게 애거서 크리스티의 [움직이는 손가락]을 추천해 주셨다.

🏷˝......종이접기랑 소문이 무슨 상관이에요?˝
˝종이를 접을 때마다 하고 싶은 말을 하나씩 접어 보는 상상을 했대. 그렇게 계속 접어서 남는 말만 하기로 정한 거야.˝
˝남는 말만 한다.˝
˝미스 마플이 뜨개질하는 것도 같은 이유는 아닐까? 뜨개질을 하면서 할 말을 정리하는 거야. 하면 안 되는 말은 뜨개질을 하면서 코와 코 사이에 묻어 버리는 거지. 그러니깐 미스 마플의 수다는 좋은 수다가 된 거야.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수다.˝(35쪽)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도 은솔이처럼 소문을 무척 좋아한다. 나도 소문을 함부로 이야기한 적은 없나, 생각해본다. 말은 실수하기 쉬워서 ‘침묵은 금‘을 미덕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할 말은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신중하게 말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움직이는 손가락]에 답이 있을 것 같다. 말이 안 될 것 같은, ‘좋은 수다‘가 있을 수 있구나, ‘다른 사람을 위한 소문‘이 있을 수 있구나(‘다른 사람을 위한‘이라는 결정 주체가 본인이 되면 안 될 것 같지만.). 책을 읽고 싶어졌다.

수빈이는 ‘혼자 있을 곳이 필요‘하다. 원래의 성격은 그렇지 않지만, 중학생이 되어 친구들과 잘 지내보고자 자신의 성격을 바꾸어 나갔다. 가벼운 것처럼 보이는 아이로. 그러나 그 모습은 수빈이의 진짜 모습이 아니었고, 자기 옷을 입은 게 아닌 것처럼 불편했다. 수빈이에게 다가온 책은 미하엘 엔데의 [모모]다. 수빈이는 모모에게서 친구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는 힘을 얻는다.

🏷모모가 원형 극장을 좋아하는 만큼, 나만의 휴식처인 이 도서관이 좋았다. 하지만 모모의 원형 극장이 정말 멋진 장소가 될 수 있었던 건, 모모를 찾아오는 친구들 때문이었다.(80쪽)

‘네가 되고 싶은 나‘의 단아는 🏷‘아영이가 좋다.‘(82쪽) 아영이의 모든 것을 따라 한다. 자신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단아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친구들이 유치하다고 생각할까봐 수치심을 느끼고 자신을 싫어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아영이를 선망한다. 그러나 아영이는 단아에게 부담스럽다고 하고 단아는 충격을 받는다. 단아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도서관에 간다. 청소년 시기에는 친구들이 삶의 기준이 되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친구들과 멀어질까 두려워할 때도 있다(<인사이드 아웃2>에도 이런 현상이 잘 표현되어 있다.) 단아는 도서관에서 만난 선후배를 통해 자신을 부끄러워 하지 않게 되고, 사서 선생님은 단아에게 성인도 (유치할 것 같은) 동화 [마녀 위니의 겨울]을 본다며 단아에게추천해 준다.
삶의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면, 그래서 자신을 싫어한다면 단아의 이야기를 읽어보기를.

‘X의 비밀‘의 주인공은 범준이다. 범준이는 연극을 하고 싶지만 집에서는 반대한다. 게다가 집안 사정마저 좋지 않다. 형이 식물인간으로 병원에 누워 있고, 부모님은 형만 챙긴다. 범준이는 부모님의 사랑, 인정을 받지 못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마저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되자 도서관 책을 훼손한다. 그런 범준이에게 사서 선생님은 [마이 시스터즈 키퍼]를 추천해주신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기본적으로 마음이 어느 정도 열려 있다. 그래서 단기간에 문제가 해결된 것 같기도 하다. 요즘은 책에 마음이 닫힌 사람이 많지만, 사람에 경계하는 만큼 책에도 경계하는 것 같지만, 책에게만큼은 경계를 풀어도 된다고 얘기하고 싶다.

‘사람이 만든 책보다 책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
이 책에 나오는 책들은 나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만나보고 싶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소개하는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른숲주니어 @psoopjr

🔎푸른숲주니어에서 가제본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쓴 주관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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