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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책, 오 ㅣ 파란 이야기 19
황선애 지음, 모차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평점 :
#도서협찬 [비밀의 책, 오](황선애, 위즈덤하우스)
책 표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한자가 적혀 있다. 지네 오(蜈)다. 책 제목에서 ‘오‘는 감탄사가 아니라, 지네를 뜻하는 말이었다.
개인적으로 지네에 안 좋은 추억이 있다. 청소년기에 내가 살던 시골에서, 그리고 성인이 되어 살았던 시골 집에서 지네가 나올까 노심초사했다. 지네는 닭과 천적이지만 집에서 닭을 키우지 않으니 천적이라고는 없고, 지네가 출몰하면 나는 밟아 죽이지를 못해서 바퀴벌레 약을 뿌리는 게 다였다. 엄마도 시골에서 자라서 지네의 습성을 잘 아시고 있었는데, 지네가 나올 때마다 한두 마디씩 말해주셔서 지네에 대한 정보를 습득했다.
지네는 축축한 곳을 좋아한다. 그래서 밤나무나 대나무가 많은 곳에 산다. 또, 항상 쌍으로 다닌다. 한 마리가 출몰하면 곧 다른 한 마리가 나타난다.-이건 실제로 경험했다. 시골에 있는 원룸에 살 때였는데, 방충망만 열어두었는데도 지네가 방에서 나타나서 기겁한 적이 있었다. 아빠를 불러 그 지네를 잡았지만, 엄마가 지네는 항상 쌍으로 다닌다고 했던 그 말을 기억하고 또 나타나지나 않을까 걱정했더랬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 지네가 나타나서 소름 돋았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끔찍한 기억이다.
지네는 가을에 독이 가장 세고, 지네에게 물리면 이빨 자국이 남는다. 실제로 본 적도 있다. 내 동생은 자다가 물리기도 했고. 지네 물린 곳에 소변을 담그면 붓기가 가라앉는다고 해서 급한 대로 그렇게 했던 것 같다. 나는 귀가 예민한 편인데, 지네가 그 많은 발로 기어다니는 소리를 바로 옆에서 직접 들은 적이 있다. 아무리 귀가 예민하기로서니 지네가 기어다니는 소리까지 들을 건 뭔가. 이 책을 보면서 지네에 대한 생각이 동시다발적으로 떠올랐다. 지네에 대한 책인 걸 알았더라면 보겠다고 선택했을까.
선오는 천 년 묵은 지네를 우연히 본다. 선오나 지네나 서로 놀랐다. 지네는 서책을 잃어버리고, 서책을 열 수 있는 열쇠도 잃어버렸다. 지네는 서책을 찾기 위해 오승천이라는 이름으로 선오 반에 전학 온 여학생 행세를 하며 선오 주변을 맴돈다.
선오는 천 년 묵은 구렁이도 우연히 본다. 꾀죄죄한 구씨 아저씨로 변신하여 동정심을 산다. 그리고 지네의 서책을 뺏기 위해 거짓을 말한다.
지네와 구렁이는 천 년 전부터 앙숙이었다. 구렁이는 잔꾀를 부려 지네의 서책을 빼앗아 승천할 궁리를 했다. 지네는 자신과 서책을 보호하기 위해 구렁이를 물었고, 서로를 모함하고 해를 끼친 대가로 둘 다 천 년 동안 저주를 받아야 했다. 지네를 싫어하긴 하지만 너무 억울한 일이다. 인간 세계에서도 정당방위는 허용되는 건데, 지네도 나름의 정당방위였지 않았나.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은 안 되는 것이라 말하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 한 대라도 때리면 쌍방폭행이 된다는 말도 떠오른다. 내가 맞고 있어도, 피해를 받아도, 계속 참고 인내해야 하나? 죽음에 이르더라도? 기다리는 마음은, 인내하는 마음은 어디까지여야할까.
🏷부모님을 기다리는 이우일의 몇 달, 가족이 함께 지내기를 기다렸던 나의 몇 년, 그리고 하늘을 오르길 기다린 오승천의 천 년. 시간이 짧다고 해서 기다리는 마음이 작은 건 아닐 거다. 외로운 마음 또한.(93쪽)
선오는 승천이의 책을 구해주는 과정에서 친구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법, 가족에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법, 상대방의 선택을 존중하는 법 등을 배운다.
🏷나는 오승천을 멍하니 바라봤다. 긴 시간 동안 운명을 받아들이며 따랐지만, 이제는 오직 자기를 위해 선택하겠다고 한다.
문득 부모님이 떠올랐다. 부모님의 이혼은 어쩔 수 없는 문제다. 끼어들 수도, 말릴 수도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뭔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95쪽)
🏷˝비를 맞아도 해를 향해 나아가기를 선택한다면, 그렇게 꾸준히 나아가기를 선택한다면 언젠가 비는 그쳐 있을 것이다.˝(101쪽)
삶의 사소한 갈림길에서 좋은 선택을 하고 싶은 친구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위즈덤하우스 ‘나는 교사다 4기‘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쓴 주관적인 글입니다.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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