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당신에게 일은 무엇인가
제임스 해밀턴 지음, 이대은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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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일은 무엇인가](제임스 해밀턴/이대은 옮김, 생명의말씀사) 전자책/종이책 175쪽(누적 1581쪽)

한 번씩 지독한 무기력함에 빠질 때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드러누워 있는다. 문제는 그 지경이 되도록 내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잘 모른다는 데 있다. 어느 순간 무기력함에 빠져 있다. 1월부터 이 증상이 있었는데 거의 두 달 동안 지속되었다. 이성으로는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가슴으로는(?) 벗어나고 싶지 않다고 여겼다. 일을 하지 않음에 대한-학교 일은 겨우 하고 집에 오면 에너지가 없어 드러누워 있는- 죄책감을 늘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무기력에 대한 책, 일, 쉼에 대한 책을 계속 찾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번아웃이었던 것 같지만(참고로 이 책은 1월에 읽었다.).
이 책은 ‘일‘을 구속사적 관점에서 풀어낸 흥미로운 책이다. 최근 성경신학과 조직신학 중 조직신학에 기울어 있는데, 구속사적 관점은 성경신학 쪽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기도 하다. 창조-타락-구속-성화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데, 마지막 성화 대신에 회복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회복‘을 오용하시던 분 때문에 회복에 부정적 느낌이 잔재하고 있지만, 아무튼. ‘창세기 1-2장을 보며 에덴동산에서의 일이 어떠했는지 알아보고, 신명기 28장 1-14절에 나오는 언약적 복과 비교하며 에덴동산에서의 삶이 어떠했는지 알아볼 것이다. 그런 후에는 창세기 3장 16-19절을 보며, 하나님이 주신 임무에 심판이 내려지면서 일이 어떻게 무익하게 되었는지 살펴볼 것이다(롬 8:20 참조).‘(17쪽)
제일 재미있었던 부분은 첫 번째 파트 ‘창조, 하나님께서 처음 계획하신 일‘이었다. ‘남자와 여자가 결혼해야(창 2:18-25) 생육하고 번성하는 일이 가능하다. 그래야 충만하고 정복하고 다스리는 일이 가능하다. 하나님이 사람에게 주신 일은 결혼 및 가정과 분리될 수 없다.‘(19쪽) 일을 가정과 연결지은 통찰력이 돋보였다. ‘한 사람이 자기 일을 하는 방식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와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사람이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 세상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 자신만의 목적의식은 그가 자기 일을 하는 방식에 분명하게 드러난다.‘(21쪽) 내가 일을 하는 방식에 이러한 것들이 드러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치 다 까발려지는 느낌이 들어 내가 일하는 방식을 파지 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내가 일하는 방식을 파야 한다고 생각하는 까닭은 더 이상 번아웃에 쉽게 빠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사람을 동산에 두시고 쉬도록(누아흐) 일하게 하셨다. ...(중략)... 아담이 동산에서 쉬도록 일하며 지키게 하셨다는 창세기 2장 15절 말씀은 마치 일과 쉼의 균형을 말하는 듯하다. 아니, 쉼이 되는 일을 말하는 듯하다.(23쪽)

이 말은 ‘쉬기 위해 일한다‘는 것을 뜻하는 걸까? 어찌 보면 우리는, 나는 대체로 거꾸로 하고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일하기 위해 쉰다‘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생각을 달리 해야 할 것 같다. 주 목적은 ‘일‘이 아니라 ‘쉼‘인 걸까.
‘성경의 거대 서사에서 하나님의 심판이 남자와 여자가 아닌, 남자와 여자에게 주어진 일에 임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39쪽)라는 통찰력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놀라움은 첫 번째 파트의 마지막 쪽에서 절정에 달했다. ‘안위의 핵심은, 사람이 일에서 놓임을 받는 것이 아니다. 일에 내려진 하나님의 심판이 제거되는 것이다.‘(41쪽) ‘일‘에 대해 ‘창조‘와 관련하여 이처럼 잘 풀어낸 사람이 있을까.
타락과 구속 파트까지는 어느 정도 동의가 되었지만, 회복 파트에서는 별로 와닿지 않았다. 어쨌든 기억할 것은, ‘하나님의 백성이 일을 하는 방식에서 하나님의 성품이 드러날 것이다.‘(35쪽)라는 것.-하지만 이마저도, [이것이 개혁신앙이다]에서 말한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야지, 결과론적이 되면 안 될 것 같다. 즉, 기억하고 말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건데... 역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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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 에리히 프롬 진짜 삶을 말하다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장혜경 옮김 / 나무생각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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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에리히 프롬/장혜경 옮김, 나무생각) 전자책/종이책 208쪽(누적 1406쪽)

에리히 프롬 책은 처음 읽었다. 유명한 책들이 있지만 한 권도 읽지 않았는데 이 책을 통해 에리히 프롬의 생각을 살짝 엿본 느낌이다.
솔직히 이 책은 어려웠다. 글쓴이의 생각을 따라가기가 버거웠다. 무기력을 (나처럼) 삶의 사소한 부분에 얽매이지 않고 사회학적 관점으로 바라본다. 에리히 프롬이라면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어야 했을까.
인간이 무기력하게 된 까닭으로 산업혁명에서 근원을 찾는 것 같았다. ‘우리는 인간처럼 행동하는 기계를 생산하고, 점점 더 기계처럼 행동하는 인간을 제작한다.‘(30쪽) 산업혁명 이후 우리에게는 여가라는 게 생겼다. ‘하지만 시간을 절약해 놓고는 막상 그 절약한 시간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워한다. 기껏해야 시간을 죽이려고 노력할 뿐이다.‘(30쪽) ‘세기의 질병, 즉 인생의 무의미함은 인간이 사물로 변한 데 그 원인이 있다.‘(31쪽)-서평을 쓰면서 드는 생각인데, 전도서에서도 인생이 헛되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원인을 ‘인간이 사물로 변해서‘라고 말하지 않는다. 원인을 다르게 진단하니 결론도 다르겠다. 무기력이 인생의 무의미함과 동의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다르게는, 번아웃과 무기력을 동의어로 여긴 것 같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무기력의 반대는 자유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프롬의 자유는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 유한성으로 인한 장애, 제약,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인간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56쪽) 이 자유는 관계 안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온전히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 자신이 되는 유일한 길이다.‘(60쪽)-이 문장은 뒤에서 ‘진정한 자아감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격을 부수어야 한다.‘(141쪽)와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끝없는 이야기]에서도 같은 말을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 길을 에릭슨의 욕구위계 7단계와 연결한다. ‘인간은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고, 자기 자신이 됨으로써 자유를 획득할 수 있다.‘(69쪽)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프롬, 에릭슨, 아들러는 비슷한 선상에 있는 듯하다.
‘온전히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 자신이 되는 유일한 길이다.‘에서 프롬이 의도한 바가 무엇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신이 되기 위해서 나를 남에게 내어주겠다.‘라는 자기중심적 사고가 행동으로 드러날 때는 이타적이라는 이유로 합리화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물론 세상적인 관점에서는 이마저도 대단하고, (나를 포함해) 기독교인이라고 하지만 세상 사람과 별 다를 바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때에도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으로는) 이들은 대단하다. 어쩌면, 자신이 되기 위해서 나를 남에게 내어준다고 말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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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그리는 행복한 교실 - 선생님과 아이들의 삶을 담는 교육 이야기 교실 속 살아 있는 문화예술교육 1
이호재 지음 / 푸른칠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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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그리는 행복한 교실](이호재, 푸른칠판) 279쪽(누적 1198쪽)

푸른칠판에서 하는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이다.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이호재 선생님은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알게 되었다. 실습 갔을 때 담당(?)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이호재 선생님이 쓰신 ‘새로운 마음으로‘, ‘오늘도 또‘ 등의 노래를 불러주시는 것을 봤다. 교직에 들어선 후 나도 아이들에게 그 곡들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는데(고학년을 맡을 때 가르쳐줬다.) 선생님이 쓰신 노래를 잘 모르고, 아는 노래가 다양하지 않으니 교과서 외의 노래를 부르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네모의 꿈‘, ‘혼자가 아닌 나‘ 등의 노래를 부르기도 했지만 박자가 어렵기도 했고, 아이들에게 안 맞는 느낌이 드는 곡도 있었고, 음역대가 넓어서 힘든 곡도 있었다(대표적인 곡이 ‘마법의 성‘.). 이 책을 통해서 선생님이 쓰신 다른 노래를 알고 싶었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다.
악보가 실려 있는 게 가장 좋았다. 악보를 보면서 시창으로 노래를 불러봤다. 나는 작곡과는 거리가 멀어서(매우 창의적이지 않다.) 무언가를 창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대단하다는 생각부터 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악보 표기가 읽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한 박 단위로 안 그리실 때가 많다..ㅠㅠ) 박자를 생각해야 할 때가 종종 있었다는 것.
그리고 선생님이 쓰신 곡이 만들어진 배경이 함께 실려 있는 것이 좋았다. 아이들 글을 소재로 한 곡들이라 아이들의 글을 보물로 여기지 않으면 절대 만들 수 없는 곡이다(아이들 글을 보물로 여기는 또다른 선생님이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이런 뒷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찬송가가 쓰인 배경을 읽는 것을 즐거워했던 때가 떠올랐다. 거기에, 중간 중간 노래를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도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또, 내가 노래를 가르치는 방법을 떠올리면서 혼자 키득거렸다. 개인적으로 CD나 아이스크림으로 노래를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시범창을 하고 아이들이 따라부르는 식으로 노래를 가르친다. 나는 ‘고음불가‘라 고음은 가성밖에 쓸 줄 모른다(내 소원이 진성으로 고음을 내 보는 것이다.). 높은 곡을 만날 때면 덜컥 겁부터 난다. 그래서 나는 노래를 가르칠 때 꼼수를 쓴다. 바로 ‘조옮김‘이다. 변태(?) 같지만, 나는 ‘조옮김‘을 좋아한다. 악보를 보고 조 옮겨서 치는 게 재미있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단련한 ‘조옮김‘ 연습으로 웬만한 곡들은 보고 바로 조옮김을 할 수 있게 되어서 교과서 곡 조옮김은 어렵지 않다. 아이들에게는 조옮김을 해서(키를 낮춰서) 따라부르기를 하라고 하고, 노래를 다 익히면 원래 키로 올린다. 가끔 부르던 키로 부르다가 중간에 키를 높이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고학년은 키가 높으면 안 부를 때가 많아서 일부러 키를 낮추는 경우도 있다. ‘조옮김‘은 여러 모로 유용하다. 학년 말 학급앨범에 아이들이 단체로 부르는 노래를 녹음해서 넣어주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노래를 다시 찾아보았다.

1월에 읽은 책인데, 동굴에 들어갔다 나오느라 2월 말에야 서평을 쓴다. 올해는 4학년을 맡게 되어 음악 전담이 없다. 올해는 내가 우리 반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칠 수 있겠다. 이 책에 나오는 노래들로 올해를 채워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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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호텔 대신 집에 체크인합니다 - 일상에 집중하는 공간 탐험 비법
해리어트 쾰러 지음, 이덕임 옮김 / 애플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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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대신 집에 체크인합니다](해리어트 쾰러/이덕임 옮김, 애플북스) 전자책/종이책 216쪽(누적 919쪽)

나에게 여행은 일탈의 하나이다. 코로나19로 여행을 못 가게 되었으니 집에서 여행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나 하고 이 책을 집어들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전개가 아니었다. ‘답정너‘를 바라고 이 책을 읽었던 걸까?

이 책은 여행의 해악성을 말한다. 여러 가지 통계 자료를 가져와서 여행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것을 계속 강조한다. ‘얼마전, 유럽에서 가장 큰 온실가스 배출기 순위에서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가 10위 자리에 올랐는데, 9위까지는 모두 석탄 화력 발전소가 차지했다. (그 중 7개가 독일에 있다.)‘(41쪽)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독일이 원전 대신 선택한 것이 화력 발전소인 줄 몰랐다는 데서, 언제 해결될지 알 수 없는 원전과 온실가스의 주범이 되는 화력 발전소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은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곤란하다는 데서 당황스러웠다. 우리 아기가 살게 될 머지 않은 미래는 과연 어떤 형국이 될까.
‘가장 환경 친화적인 교통수단은 많은 사람이 가장 심각한 대기 오염원이라고 본능적으로 믿는 이동 수단이며, 가장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은 대도시 속물인 우리가 경멸하는, 할인점에서 쇼핑하면서 죄책감 없이 비닐봉지를 가져가는 사람일 수 있다.‘(43쪽) 텀블러와 종이컵 중 어느 것이 더 환경적인지 모르겠다고 했던 내 글이 떠오른다. ‘결국 각국의 정부는 지구를 멸망시키는 광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우리의 세금을 사용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관광 산업이 오래전부터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산업 중 하나로 꼽혔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10분의 1의 일자리가 관광 산업에 의존하며, 독일에서도 기계공학이나 소매업보다 국민 총생산 GDP에 더 크게 기여하고 있다. 관광 산업이 없으면 많은 지역과 나라가 빈곤 상태로 전락할 것이다.‘(53쪽)
‘호텔 대신 집에 체크인‘해야 하는 까닭으로 환경적 이유 외에도 다른 이유를 여러 가지 말하지만(개인적으로 나는 글쓴이가 환경적 이유를 많이 강조하는 거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글쓴이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쓴이가 여행을 즐겨 다니다가 이제 와서 환경을 생각한다는 명목으로 여행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게 앞뒤가 안 맞다고 생각했다. 물론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게 최근의 일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리고 여행의 여러 가지 목적 중 관광에만 너무 초점을 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교사의 입장에서는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말을 간과할 수 없고, 또, 나에게 있어 여행은 관광의 이유보다는 ‘일탈‘의 표현이라서 글쓴이의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하기도 했다. 어쨌든, 환경오염 방지를 목적으로 여행을 안 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위의 통계를 쓰려면, 화력발전소를 규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먼저여야 할 거 같고, 저가 비행사들을 규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두 번째여야 할 거 같다(고가 비행사들의 순위는 몇 위쯤 되는지 궁금하다.).
책의 뒷부분은 여행을 가지 않으면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14일 일정으로 소개한다. 교사로서는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 있어 아쉬웠다. 언젠가는 그 방법을 써야만 하는 날이 오기도 하겠지만. 다음에 읽으면 다르게 읽힐 날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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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이야기 비룡소 걸작선 29
미하엘 엔데 지음, 로즈비타 콰드플리크 그림, 허수경 옮김 / 비룡소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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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이야기](미하엘 엔데/허수경 옮김, 비룡소) 703쪽

동화, 소설을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잘 드러나는 저자를 만날 때면 ‘천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그렇게 쓸 수 있지? 나도 그렇게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소설 쓰기-지어내어 쓰기-는 나랑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하엘 엔데는 1995년, 예순다섯에 위암으로 눈을 감았다.(703쪽) 여기서 왠지 [스토너]가 생각났다.

이 책은 크게 보면 2부로 나눌 수 있는데(지극히 개인적 기준), 1부는 바스티안 발타자르 북스가 책 속의 환상 세계 여왕에게 ‘달아이‘라는 이름을 불러주기까지의 기나긴 여정, 그리고 2부는 바스티안 발타자르 북스가 책 속에서 현실 속으로 나오기 위한 기나긴 여정-‘네가 원하는 것을 해라‘-이 나와 있다. 1부-책에서는 1부라고 되어 있지 않다.-도 인상적이었지만(특히 끝없는 이야기가 이어지는 1부 끝부분, 끝없는 이야기가 펼쳐지게 되는 과정도, 펼쳐진 이후의 장면도 재미있었다.), 2부가 더 인상적이었다. ‘네가 원하는 것을 하‘면 점점 현실의 기억을 잃어간다는 설정이 흥미로웠고, ‘너만(?!)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사람을 수렁으로 이끌어간다고 표현한 부분도 놀라웠다.
이 외에도 미하엘 엔데가 천재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여러 장면이 있다. 알파벳 개수에 맞춰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점, 1부와 2부의 끝부분이 거의 동일한 점(물론 1부와 2부라고 언급하는 부분은 없지만), 완벽한 액자 구성, ‘네가 원하는 것을 해라‘가 어떤 의미인지 인물의 말과 행동, 배경을 통해 세심하게 표현하는 부분 등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을 했다.

˝.... 너는 지금 생명의 물을 찾고 있다. 넌 네가 속한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사랑할 수 있게 되길 바라지. 사랑한다...... 말은 쉽지! 생명의 물은 네게 물을 것이다. 누구를 사랑하냐고? 사랑은 그렇게 간단하게 어떻게든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넌 네 이름말고는 모든 것을 다 잊어버렸다. 그리고 네가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으면 그 물을 마시지 못할 거다. 그렇기 때문에 네가 잊어버린 꿈을 다시 찾는 것만이 너를 도와줄 수 있는 거야. 너를 그 샘으로 인도해 줄 그림만이. 하지만 그 대신 넌 네가 아직 가지고 있는 마지막 것을 잊어버려야만 할 거다. 바로 네 자신 말이다. 그건 힘들고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이란다. ...˝(642쪽)

자아를 찾으려면 자아를 잊어버려야 한다. 왠지 성경말씀이 생각난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자기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존하리라˝(요 12:24~25) 그리고 나는, 후에 읽은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에서 비슷한 맥락의 구절을 발견했다. ‘진정한 자아감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격을 부수어야 한다.‘(70쪽)

20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계속해서 ‘나를 찾는 여행‘을 했다. 나 혼자만의 여행이라고 생각했고, 누구도 가까이 오는 걸 싫어했다. 인격을 부수지 않으면서 자아감을 찾고 싶어 했다. 발타자르 바스티안 북스는 자신의 꿈이었던 아버지의 사진을 통해 ‘생명의 물‘로 갈 수 있었다. 자아를 잊는 것이 자아를 찾는 것이다. 가슴으로 깨닫게 되는 날이, 얼른 오기를. 그것이 ‘네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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