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호텔 대신 집에 체크인합니다 - 일상에 집중하는 공간 탐험 비법
해리어트 쾰러 지음, 이덕임 옮김 / 애플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호텔 대신 집에 체크인합니다](해리어트 쾰러/이덕임 옮김, 애플북스) 전자책/종이책 216쪽(누적 919쪽)
나에게 여행은 일탈의 하나이다. 코로나19로 여행을 못 가게 되었으니 집에서 여행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나 하고 이 책을 집어들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전개가 아니었다. ‘답정너‘를 바라고 이 책을 읽었던 걸까?
이 책은 여행의 해악성을 말한다. 여러 가지 통계 자료를 가져와서 여행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것을 계속 강조한다. ‘얼마전, 유럽에서 가장 큰 온실가스 배출기 순위에서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가 10위 자리에 올랐는데, 9위까지는 모두 석탄 화력 발전소가 차지했다. (그 중 7개가 독일에 있다.)‘(41쪽)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독일이 원전 대신 선택한 것이 화력 발전소인 줄 몰랐다는 데서, 언제 해결될지 알 수 없는 원전과 온실가스의 주범이 되는 화력 발전소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은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곤란하다는 데서 당황스러웠다. 우리 아기가 살게 될 머지 않은 미래는 과연 어떤 형국이 될까.
‘가장 환경 친화적인 교통수단은 많은 사람이 가장 심각한 대기 오염원이라고 본능적으로 믿는 이동 수단이며, 가장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은 대도시 속물인 우리가 경멸하는, 할인점에서 쇼핑하면서 죄책감 없이 비닐봉지를 가져가는 사람일 수 있다.‘(43쪽) 텀블러와 종이컵 중 어느 것이 더 환경적인지 모르겠다고 했던 내 글이 떠오른다. ‘결국 각국의 정부는 지구를 멸망시키는 광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우리의 세금을 사용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관광 산업이 오래전부터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산업 중 하나로 꼽혔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10분의 1의 일자리가 관광 산업에 의존하며, 독일에서도 기계공학이나 소매업보다 국민 총생산 GDP에 더 크게 기여하고 있다. 관광 산업이 없으면 많은 지역과 나라가 빈곤 상태로 전락할 것이다.‘(53쪽)
‘호텔 대신 집에 체크인‘해야 하는 까닭으로 환경적 이유 외에도 다른 이유를 여러 가지 말하지만(개인적으로 나는 글쓴이가 환경적 이유를 많이 강조하는 거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글쓴이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쓴이가 여행을 즐겨 다니다가 이제 와서 환경을 생각한다는 명목으로 여행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게 앞뒤가 안 맞다고 생각했다. 물론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게 최근의 일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리고 여행의 여러 가지 목적 중 관광에만 너무 초점을 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교사의 입장에서는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말을 간과할 수 없고, 또, 나에게 있어 여행은 관광의 이유보다는 ‘일탈‘의 표현이라서 글쓴이의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하기도 했다. 어쨌든, 환경오염 방지를 목적으로 여행을 안 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위의 통계를 쓰려면, 화력발전소를 규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먼저여야 할 거 같고, 저가 비행사들을 규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두 번째여야 할 거 같다(고가 비행사들의 순위는 몇 위쯤 되는지 궁금하다.).
책의 뒷부분은 여행을 가지 않으면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14일 일정으로 소개한다. 교사로서는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 있어 아쉬웠다. 언젠가는 그 방법을 써야만 하는 날이 오기도 하겠지만. 다음에 읽으면 다르게 읽힐 날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