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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은 어디로 갔나
서영은 지음 / 해냄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꽃들은 어디로 갔나](서영은, 해냄)
이 책은 2014년에 2013학년도 아이들을 졸업시키면서 한 학부모님이 선물로 주신 책이다. 이 책이 2014년에 나온 책인 것으로 봐서는 아마도 베스트셀러였거나, 신작이어서 고르신 책인가 싶긴 하다. 사실 이 책, 안 읽은 책인 줄 알고 읽었다. 읽다보니 이거 읽은 건데, 했다. 어떻게 알게 된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분명 아는 이야기인데, 하다가 이 책을 통해서 습득한 지식임을 알았다. 읽은 책이지만 내가 누군가,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읽어내는 성격의 소유자 아닌가. 끝까지 다 읽고 작가의 말 읽고 나서 아, 했다.
서영은은 김동리의 세 번째 부인이다(그런데 검색하면 왜 김동리의 부인으로 두 번째 부인의 이름이 남아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 소설은 자전적 소설이며, 그래서 어느 정도의 사실은 담고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가는 왜 김동리와 사랑을 시작했을까. 나이 차이도 많고, 불륜이었는데 말이다. 이 책의 박사장은(아마도 김동리일 것 같은데) 바람끼가 다분한 사람이었다. 두 번째 부인도 바람으로 만났고, 세 번째 부인도 바람으로 만났다. 이 책은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다. 작가는 담담하게 써내려 갔다고 말하지만, 나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암울한 기운이 느껴졌다. 소설을 끝까지 읽었어도 뭔가 해결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남편과 자신의 노모와의 나이 차이가 자신과 남편과의 나이 차이보다 훨씬 적은(심지어 남편은 노모와 동년배이다.) 주인공은 내가 느끼기엔 너무나 수동적이었다. 분명 직업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주체적으로 행동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어렸다고는 하지만, 첫 관계도 그러했고, 결혼도 그랬고, 그냥 끌려가는 느낌이었다. 여성의 지위가 낮은 시대여서일까(작가가 결혼한 것은 1987년이었다.). 생각은 주체적인 것 같은데, 행동은 그러하지 않았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환경의 문제일까, 개인의 문제일까. 혹, 그게 사랑이었나.
남편과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은 노모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와 아기, 나와 엄마를 떠올렸다. 30년 후를 생각하니, 아기가 서른이면 나는 예순이 넘고, 엄마는 아흔이 넘는다. 그때까지 내가, 엄마가 함께 하고 있을까. 그래서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원 마지막 수업에서 교수님이 나이듦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신 적이 있다. 3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내가 내 나이를 말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내 나이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듦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해가 갈수록 성숙해지는 것 같지 않은데, 나이는 먹어가고 있다. 그게 참 슬펐다. 나는 아직도 아이인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어른이 되어 있었다.
내가 자전적 소설을 쓴다면 어떻게 쓰게 될까. 후회하고 싶지 않고, 잘 살았노라고 고백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