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 걸 은그루 웅진책마을 121
황지영 지음, 이수빈 그림 / 웅진주니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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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걸 은그루](황지영, 웅진주니어)
-웅진주니어 티테이블 9월 도서

나는 어릴 때 정말 샤이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땐 더 했다. 어른이 다가오면 벌벌 떨었고,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관심 받는 것을 싫어했다. 초등학교 다닐 때 받은 유일한 상이 일기상인데, 선생님이 그 일기를 다른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 좀 부끄러웠다.-내가 동생과 논 걸 가지고 일기를 썼는데, 다른 아이들은 그렇게 안 노는 것 같으니까. 좀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해서.

아마, 내가 초등학생(국민학생) 때 칭찬하고 인정해주시던 선생님이 1학년, 6학년 선생님이었던 것 같다(내 기억에는 그렇게 남아 있다.). 6학년 때 현장체험학습 가서 아이들이 장기자랑 하느라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를 한창 보여줄 때, 나는 ‘저거 왜 추지?‘라는 생각을 했다. 춤에 관심 없었고, 아이들에게 관심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반에도 춤추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다. 급식 먹으러 가거나, 교과전담 수업 받으러 갈 때 가만히 서 있지를 못하고 춤을 춘다. 맞다, 이 책은 추억을 소환하는 책이다.

🏷그루는 춤이 좋았다.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춤을 출 때 재미있고, 신이 났다. 그러니 자꾸 또 추고 싶었다.(5쪽)

그러나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 춤추지 못하는 그루였다. 춤 잘 추는 시하 무리를 바라보면서도, 한 번도 춤을 같이 추고 싶다거나, 끼워 달라고 말하지 못했다. 수련회 장기자랑에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선생님 말씀을 듣고도 주저하다가, 시하의 비웃음이 도화선이 되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장기자랑에 나가게 됐다. 선택한 곡은 샐러드보울의 ‘샤이닝 걸‘.

춤에 존재감 없던 아이들이 모이니 연습이 잘 될 리 없다. 그루는 잘하고 싶었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그 와중에 그루가 줍게 된 ‘블랙홀‘. 알고 주운 것은 아니었지만, 블랙홀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마치 신수현 작가님의 ‘빨강연필‘ 같기도, 애런 레이놀즈의 ‘오싹오싹 크레용‘ 같기도 했다. 다른 점은, 블랙홀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빨강연필과 오싹오싹 크레용은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루가 블랙홀을 가지고 등교하자, 다들 그루에게 말을 걸었다. 블랙홀을 지니고 춤을 춘 영상이 SNS에 퍼지고, 샐러드보울 멤버에게서까지 칭찬을 받게 됐다. 그리고 그 춤 안무가인 아랑 쌤에게까지 연결된다. 그루가 존경해마지 않는 아랑 쌤에게! 만나자는 그 글이 얼마나 설렜을까!
그런데, 아랑 쌤은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 눈치였다. 라이벌인 시하도 뭔가를 눈치챈 것 같다. 결국 시하는 그루에게 블랙홀에 관련된 영상을 보낸다. 그 영상을 보고 그루는 생각이 많아진다.

🏷지금까지는 블랙홀을 가진 게 큰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블랙홀이 너무나 두려웠다.
‘다시는 쓰지 않을 거야.‘
블랙홀을 팔지 말지도 결심이 서지 않았다. 이렇게 무서운 물건을 돈을 받고 판다는 게 뭔가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혹시 이걸 산 사람이 나쁜 곳에 쓴다면? 블랙홀을 산 사람이 죽기라도 한다면? 그러면 그루는 평생 괴로울 것 같았다.(115쪽)

블랙홀 같은 아이템이 생기는 게 좋을 것 같다가도, 내 노력으로 뭔가를 이뤄나가는 게 더 재미있어서 딱히, 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블랙홀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는 아이템이라면, 관계의 진전을 위한 노력도 없이 금방 얻었다가 사라지는 걸 바라보며 허전한 마음이 들 것 같다. 과정의 중요함은, 노력하지 않은 결과를 생각하며 느끼게 될 수도 있겠다.

수련회에 블랙홀을 가져갈지 말지 고민하다가 결국 블랙홀을 가져간다. 블랙홀이 없어도 블랙홀을 가진 것처럼 사는 시하를 질투하며, 장기자랑에서 블랙홀을 사용하려 했다. 그러나 자신에게 솔직했던 그루는 정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았다.

🏷그루는 이 아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블랙홀을 가져왔지만 이제는 진짜 마음이 뭔지 헷갈렸다. 어쩌면 아이들은 핑계였을지도 몰랐다. 그루 자신이 ‘샤이닝 걸‘을 포기할 수 없었던 건 아닐까.
아이들에게 무대를 망치는 것보다 더 큰 실망은 그루가 그동안 몰래 블랙홀의 힘을 이용했다는 것일지도 몰랐다.
‘내가 울퉁불퉁을 망치고 있는 걸까?‘
그루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152쪽)

블랙홀을 가지고 무대에 섰지만, 라희의 재치로(?) 블랙홀 없이 장기자랑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울퉁불퉁 모두를 향한 응원의 박수를 만끽할 수 있었다.
라희가 숨긴 블랙홀은 아연이 가져가고, 시하가 낚아채가고, 시하가 가져간 블랙홀은 아랑 쌤이 가져가려 하지만 강물에 빠지고 만다. 아랑 쌤의 말은 너무 소름끼쳤다. 자기가 주운 것도 아니면서, 자기 것이라고 믿었다. 자기가 오랫동안 원했기 때문에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까지 생각했다. 얼마나 꿈을 이루고 싶었으면, 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자신이 잠식되면서까지 꿈을 이루어서 얻는 게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블랙홀을 가진 사람에게만 다른 사람들이 마음을 주는 게 아니라, 블랙홀 자체에도 사람들이 마음을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주객이 전도된 듯한.

그루가 블랙홀 없이 울퉁불퉁 아이들과 장기자랑을 마무리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블랙홀이 강물에 빠진 것도. 노력 없이 내가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 이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2024년 하반기 웅진주니어 티테이블 멤버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쓴 주관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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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이 실패가 되지 않게 - 반드시 결과를 내는 탁월한 실행의 기술
이소연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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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이 실패가 되지 않게](이소연, 다산북스)

이 책은 알라딘에서 대여 페이백으로 판매할 때부터 눈에 넣어두고 있었다. 구매 타이밍을 놓쳐서 한참 후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이 책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다시피 자기계발서다. 개인적으로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지는 않는데,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마다 실천할 것처럼 하다가 흘려버리기 때문에 그렇다. 설령 실천한다고 하더라도 곧 원래 내 상태로 돌아오기 일쑤여서, 이런 실천에 대해서는 자신감도 많이 낮아져 있다.

이 책은 OKR을 중심으로 설명한다.🏷OKR은 인텔에서 고안되어 구글 등의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널리 쓰이는 목표 달성 방법론 중 하나로,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야심찬 목표인 O-Objectives와 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달성해야 하는 수치인 핵심 결과인 KR-Key Results로 구성되어 있다.(6쪽)
생각보다 간단하다.-자고로 실천하기 쉬우려면 프로세스가 간단해야 한다.

목표를 정할 때는 큰 그림을 그린다. 약간 미라클모닝의.. 이미지화시키는 단계 느낌이 난다. 미라클모닝에서는 자기세뇌의 느낌이라서 거부감이 좀 들었는데, 이 책에서는 논리적으로 설명하니 받아들이는 게 훨씬 수월하다.

🏷꼭 해야 하는 일이지만 지금까지 미뤄왔던 일, 언젠가 해보려고 생각만 하고 있었던 일, 꿈은 거창하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던 일이 있다면 먼저 그 일을 하고 싶은 궁극적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그 목표를 성공적으로 실현하고 난 다음 1년 후, 3년 후, 5년후의 나의 모습은 어떻지 구체적으로 떠올리며 그림을 그려 본다면 내가 그 일을 하고 싶은 진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102쪽)

🏷목표한 일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성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적절한 기간 설정, 세밀한 계획 수립, 또 꾸준하고 성실하게 나의 성장을 확인해나가는 루틴의 구축이 단기간의 성과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다. (24쪽)

글쓴이는 철저하게 J 스타일의 사람인 것 같다.

신기하게도 글쓴이는 ‘사명‘이라는 단어를 쓴다. 크공에서 공부한 내용이 떠오르는데 아무튼.. 자신의 사명을 발견하는 데(?)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사명이란 말은 조금 거창하게 들리지만, 내가 인생에서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해두고 그를 향해서 나아가는 삶과, 그때그때 되는 대로 살아가는 삶은 결과에 큰 차이가 있다. 나의 사명을 찾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적어도 세 번은 연달아 ‘왜?‘라고 묻고 그 이유를 찾아내야 내가 정말로 영위하고 싶은 삶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141쪽)

목표를 정하고 실천을 했으면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 피드백을 이 책에서는 다른 말로 ‘회고‘로 표현한다. 회고할 때는 이런 점을 생각해야 한다.

🏷1. KR을 달성한 결과 O를 성취할 수 있었는가?
2. 전체적인 성과는 어떠했는가?(만족도, 필수 목표 설정)
3. 잘한 점은 무엇인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4. 잘못한 점은 무엇인가? 무엇을 바꿔야 더 잘할 수 있는가?
5. 열정과 의욕을 유지할 수 있었는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192~193쪽)

독서기록을 남기기까지 두 달 가량 걸렸는데, 아직 실천하고 있지 않은 걸 보면... 문제가 있다. 목표를 정하지 않으면, 목표를 이루지 않아서 생기는 자신감 저하를 겪지 않을 수 있으니 무의식의 저항인 건지 모르겠다.

전체적인 맥락에 대한 탐구를 게을리하며 편리한 하나의 교리에만 집착하는 태도는 복잡한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교조주의를 경계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경험하면서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을 줄 알아야 한다.(232쪽)

결국은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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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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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이꽃님, 우리학교)
-스포일러 주의

처음부터 끝까지 해주의 입장에서 기록된 책이다. [죽이고 싶은 아이]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느낌이어서, 결말을 보고 속이 답답해지기도 했다. 해주는, 그냥 이대로 살아야 하는 걸까. 해록이는, 평생 해주를 피해 살아야 하는 걸까.

해주는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있다. 부모님과의 소통을 거부한다. 아니, 친구들과의 소통도 거부한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기애가 넘치고, 남자친구 해록이가 자신에게 시킨 것처럼 상황을 조작할 수 있는 영악한 아이다. 어쩜 이렇게 거짓을 사실처럼 말할 수 있을까. 너무 뻔뻔하기도 하고,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됐는지 연민이 생기기도 했다.
실은, 이 책의 거의 끝부분에 이를 때까지 해주가 잘못했다는 것을 몰랐다. 해주를 믿었는데, 역시나 한쪽 말만 들으면 안 된다는 것을 또다시 깨닫게 된다. 소름이 돋을 만큼.

해주는 소유욕도 엄청났고, 그만큼 집착도 심했다. 🏷맞아. 나는 그렇게 점점 네 것이 되어 갔어. 네가 원하는 대로, 네가 좋아하는 대로, 난 그게 좋았어.
내가 네 것이 되어 가는 만큼, 너도 내 것이 되어 갔으니까.(82쪽) 그러나 이건 해주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해주의 옷, 화장, 이런 것도 해록이가 시켜서 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한 거면서 해록이 핑계를 댄 것에 지나지 않았다. 🏷˝엄마, 날 있는 그대로 좋아해 주는 것도 사랑이지만, 그 애가 좋아하는 대로 날 바꾸는 것도 사랑이야.˝(83쪽) 해록이는 이렇게 시킨 적이 없는데, 해주는 망상에 걸린 것으로 봐야 하나.

해주는 자신의 말과 행동이 들통났음에도 끝까지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너무 안타까웠다. 해주가 다른 사람도 존중해주는 사람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한참 동안 경찰이 했던 말을 생각해 봤어. 왜 그렇게까지 너와 헤어질 수 없었던 걸까. 왜 너에게 겁을 주면서까지 너를 불잡고 싶었던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하나더라.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사랑하니까.
사랑했기 때문이었어.
해록아. 나는 정말로 널 좋아해. 너무 좋아해서 온 마음을 다해 너를 대했을 뿐이야. 그게 잘못이었을까? 그치만 너도 분명 날 좋아했잖아. 좋았던 날들이 수도 없이 많았잖아.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이 모두 짓밟힌 기분이야. 싸운 적도 많았지만, 서로 소중하게 여긴 순간들도 많았잖아. 우리가 얼마나 좋았는데, 얼마나 행복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경찰이 우리의 시간을 오해하고 매도하는 걸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어.
나는 있잖아, 내 전부를 다해서 널 사랑했어. 그래서 그랬나 봐. 네가 내게 주는 사랑이 내 사랑보다 언제나 너무 작고 부족하게 보였거든.(201-202쪽)

📌내가 읽은 이꽃님 작가님 책
✔️죽이고 싶은 아이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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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할 수 있을까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36
문경민 지음, 정은규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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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할 수 있을까](문경민, 주니어김영사)
-스포일러 주의

문경민 선생님 책이기도 하지만, 용서라는 낱말이 들어간 책 제목은 쉽게 넘길 수 없었다.

지우와 영우는 쌍둥이 형제다. 그런데, 지우와 영우는 다른 학교에 다닌다. 영우가 양궁을 배우기 위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기 때문이다.
지우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그 병을 치료하기 위해 엄마는 독일에서 신약을 연구하고 있다. 몇 년 전에 지우를 포함해 지우와 같은 병을 앓는 아이 열 명이, 지우의 엄마가 소속된 연구소에서 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지우는 살았지만, 희귀병에 맞는 약 개발에는 실패했다.
게다가, 지우는 괴롭힘도 당했다. 성격이 순한 지우는 당하고만 살았다. 공교롭게도 지우를 괴롭힌 무리는, 그 전해에 지우의 쌍둥이 영우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민재를 우두머리로 삼고 있었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 셈이다. 이런 사례가 굉장히 많다고 들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사례. 피해자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으니 그만큼 가해자로의 전향도 빠르지 않을까. 어떻게 당했는지 본인이 제일 잘 아니까.

지우는 자신이 괴롭힘 당하는 것을 철저하게 숨긴다. 그러다, 어쩌다 영우와 학교를 바꿔가면서 영우가 지우의 생활을 알게 된다. 늘 밝고 활기찬 영우는 지우의 삶을 바꿔주겠다는 결심을 한다. 10대 때는 다 이렇지.. 자신이 제일 옳은 줄 아는 시기니까. 영우는 나름 지우를 도와주려 한 행동이었겠으나 지우는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민재는 영우와 지우가 서로 바꿔간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지우가 다시 학교에 갔을 때, 민재는 지우를 괴롭힐 궁리를 한다. 그리고 사고가 난다. 지우는 정신을 잃고,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소집되어 민재 무리의 행동이 드러난다. 영우와 민재의 갈등도 폭발한다. 영우는 자신이 민재를 괴롭혔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영우의 리더십이 민재를 괴롭게 한 것일 수도. 문득, 십수 년 전에 우리 반 반장을 했던 아이가 생각난다. 이 아이에게 상처를 받았다는 아이가, 내가 아는 것만 둘인데, 졸업한 이후에 그 사실을 알고 많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고작 5년차 때였다는 변명을 해보지만, 상처입은 아이들의 마음은 누가 위로해줬을까.
영우가 민재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민재가 지우를 괴롭혔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한편으로는 영우가 아니었어도 민재가 다른 아이한테 괴롭힘 당했을 수도 있겠지만.

민재를 용서하는 문제에 직면한 영우와 엄마의 대화가 마음에 남는다.

🏷˝엄마도 용서받아야 할 만큼 잘못한 적 있어?˝
이번에는 엄마가 입을 다물었다. 엄마의 얼굴을 보지 않았는데도 당황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영우는 엄마를 올려다보았다. 정면을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은 허공 어딘가에 퍼져 있었다.
잠시 뒤 엄마는 말했다.
˝엄마도 용서받은 적이 있어.˝
누구한테? 무슨 일로? 그렇게 물을 생각이었으나 입을 열 수 없었다. 말짱했던 엄마의 얼굴이 어느새 창백해졌다. 코끝이 빨개졌고 눈 안에 물기가 고였다. 엄마는 입술을 오므리고 호 하고 숨을 내쉬었다. 엄마의 입 가장자리 주름이 아래쪽으로 움찔거렸다.
엄마는 말했다.
˝독일에 있었던 아이들. 그 애들 부모님들에게.˝(178쪽)

용서받은 사람이, 용서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나는, 우리 딸에게 용서받은 적이 있다.

🏷˝그래서 엄마가...... 엄마가 너무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그랬거든.˝
영우는 병실에 누워 죽어 가는 메이와 그 옆에 앉아 고개를 숙인 엄마의 모습을 떠올렸다. 용서를 구하는 엄마의 얼굴과 겨우 이어져 온 생명이 사그라들어 가는 메이의 얼굴도 떠올렸다.
˝그때, 메이가, 메이가 엄마한테 그랬어.˝
영우도 눈가를 훔쳤다. 엄마는 메인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
˝다이죠부데스.˝(179쪽)

용서를 받아봐야, 자신을 용서할 길이 열리기도 한다.

🏷영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효과가 없으면?˝
한껏 울고 난 엄마의 얼굴은 투명했다. 슬프게 웃었는데 아주 슬프지는 않았다. 엄마는 한 손으로 영우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더운 숨결이 영우의 이마에 닿았다. 순간, 영우는 알았다. 지금 이 장면을, 이 시간을, 엄마의 얼굴과 목소리와 곧이어 나올 말을 평생 기억하게 되리라는 것을.
엄마는 말했다.
˝엄마도 엄마를 용서하려고.˝(180-181쪽)

📚내가 읽은 문경민 작가님 책
✔️훌훌
✔️화이트 타운
✔️열세 살 우리는
✔️나는 언제나 말하고 있었어
✔️딸기 우유 공약
✔️지켜야 할 세계
✔️우리들이 개를 지키려는 이유
✔️용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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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이 사는 집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42
이꽃님 지음, 조윤주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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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이 사는 집](이꽃님, 주니어김영사)
-스포일러 주의

등장인물이 돌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책이다.

조찬이가 이사한 옆집에 수상한 할아버지가 살고 있다. 뭔가를 쌓아놓고 만들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궁금하다.
조찬이는 학교에서와는 달리, 게임 공간에서는 히어로다. ‘무적 용사‘라는 아이디를 가진 유저와 함께 게임에서 항상 승리를 쟁취한다.

옆집 할아버지는 베트남 참전 용사셨다. 이것 저것 조립하고 제작하며 키덜트로 살고 있었는데, 옆집 조찬이가 그걸 수상하게 여긴 것이다. 인터넷 상에서 ‘무적 용사‘에게 조언을 구하며, 그 수상한 할아버지가 뭘 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급기야는 경찰이 출동하는 에피소드마저 벌어진다. 방학 동안 할아버지가 베트남 참전용사인 걸 알게 된 조찬이는, 할아버지와 친해진다. 할아버지의 취미생활을 인정해주는 사람이 조찬이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나도 안다.
전쟁은 잔인하고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전쟁은 내 젊은 시절의 모든 것이었다. 나는 젊은 시절을 온통 전쟁터에서 보냈고, 그 시절만이 오로지 세상에게 내가 필요했던 시절이었다. 모두 나와 함께 하길 원했으며, 나를 영웅처럼 받들어 주었다. 나는 적을 없앴고 내 동료를 살렸다. 나에게는 군인으로서의 긍지와 명예가 있었다. 그것은 피바람이 부는 전쟁터에서 나를 지탱해 준 유일한 것이었다.(116쪽)

노인혐오가 심한 지금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어르신들의 경험을 존중하고 싶다. 할 줄 모르는 게 많고, 모르는 사람에게 오지랖을 부리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만을 강요하시는 부분도 있지만, 어쨌든 지금의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이끌어 오시는 데 공헌하신 분들이니까. 특히 우리 부모님부터.
베트남 전쟁이나 6.25 같은 사건의 전말을 자세하게 알고 싶다. 위안부 이야기만큼이나, 잊혀지고 있는 이야기다.

개학 후 조찬이가 만난 할아버지 이야기를 학교에서 발표하게 됐다. 그런데 믿는 사람이 없다.

🏷˝할아버지 말이 맞아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아무도 안 믿을 거예요. 걔네들은 내 말이 아니라 나를 싫어하는 거니까.˝
(중략)
하지만 녀석의 마지막 말은 내 마음을 움직이고 말았다.
˝그래도 전 믿어요. 할아버지가 겪은 전쟁 말이에요. 그건 진짜잖아요.˝(138쪽)

조찬이를 싫어해서 조찬이의 말을 믿지 않는 거라니, 너무 슬프다. 조찬이는 반 아이들에게 받는 이런 상처를 할아버지를 통해, ‘무적 용사‘를 통해 치유받는 것 같았다.

🏷˝누가 뭔가를 믿든 믿지 않든 그건 그 사람에게 달린 문제지. 사람들은 과거의 일엔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거든. 내가 군인이었다는 것과 전쟁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 같은 건 사람들한테 아무 필요도 없어. 그냥 지금 눈에 보이는 그게 전부지. 설사 내가 총을 빌려준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거야. 그런 장난감 총 하나로 뭐가 바뀌겠니?˝(137쪽)

할아버지는 조찬이네 반에서 강연을 하게 됐지만, 조찬이네 반 우림이는 할아버지를 악당 취급한다. 할아버지는 그 말을 수용한다. 상처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냥 꼬맹이의 말로 치부했던 걸까.

할아버지의 정체에 이어, 드디어 ‘무적 용사‘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리고 조찬이는 편견의 안경에서 벗어난다. 편견의 안경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평생에 걸쳐 편견의 안경을 벗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적 용사는 정말 착하고 정의로운 친구였다. 무적 용사가 우림이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나는 절대로 우림이 같은 아이와 친구가 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와 우림이는 뭐랄까, 완전히 달랐다. 하지만 게임에서 우림이와 나는 절친이었다. 죽이 척척 맞았다. 할아버지도 그랬다. 나는 할아버지가 무시무시한 살인마나 범죄자쯤 된다고 생각했다. 근데 아니었다. 이제 눈에 보이는 것이 얼만큼 진실인지 잘 모르겠다.(146쪽)

조찬이는 대단한 아이다. 우림이를 용서했고, 받아들였다. 정말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칭찬하고 싶다.
조찬이를 통해 할아버지도 성장한다. 우림이의 손을 잡은 조찬이를 보며, 자신도 용기를 내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아니라 조찬이를 진짜 영웅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꼬맹이 녀석은 달랐다. 녀석은 전쟁을 선택하는 대신 진짜 용기를 냈다. 먼저 악당의 손을 잡는 용기, 화해를 선언하는 단 하나의 진심. 그것은 진정한 영웅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용기였다.
영웅과 악당의 차이는 단 하나, 진심이었다.(161쪽)

📌내가 읽은 이꽃님 작가님 책
✔️죽이고 싶은 아이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악당이 사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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