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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슨 선생님 구하기 ㅣ 내인생의책 책가방 문고 6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 김지윤 그림, 강유하 옮김 / 내인생의책 / 2004년 1월
평점 :
[랄슨 선생님 구하기](앤드루 클레먼츠/강유하 옮김, 내인생의책)
-스포일러 주의
🔑키워드: 언론의 자유
앤드루 클레먼츠의 책으로 제일 좋아하는 책은 [프린들 주세요]인데,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책을 꼽으라면 이 책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펼치면 제일 앞에 미국 헌법 수정 제1조가 나온다. 종교, 언론 및 출판의 자유와 집회 및 청원의 권리에 대한 항목이다. 🏷‘연방 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또는 자유로운 신앙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또한 언론, 출판의 자유나 국민이 평화로이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및 불만 사항의 구제를 위하여 정부에게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6쪽)
이 글을 읽는 순간, 종교의 자유와 관련한 내용이 나오면 어쩌지, 하고 잠시 걱정을 했다. 미국의 종교는 주로 개신교일 테니까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생각하다가 이후의 걱정은 밀어넣고 책장을 넘겼다.
랄슨 선생님은 예전에는 아이들 지도에 열심인 선생님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실 붕괴 일보 직전이다. 랄슨 선생님은 학급 아이들을 그냥 방치한다. 교실 한구석에는 신문들이 산처럼 쌓여 있는 공간이 있지만 활용도는 0%다. 이 반에 배정된 우리의 주인공 카라는 이 사태를 그냥 두고 볼 수가 없다. 이 사태에 대한 칼럼이 실린 미니 신문을 붙이기에 이른다. 물론, 카라는 이전 학교에서 날선 말투로 이런 대자보를 붙였다가 인간관계가 힘들어진 경험이 있었다. 여기에서는 그렇게 행동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지만, 결국 카라는 행동했다. 카라는 이전 학교의 일처럼 될까봐 두려워한다. 엄마의 조언이 인상깊다.
🏷˝이건 시편에 나오는 말인데, 자비와 진리가 함께 만났고, 의와 화평이 서로 입맞추었도다. 진리가 땅에서 솟구쳐 나올 것이요. 의가 하늘에서 굽어보리라.˝
엄마가 웃었다.
˝진실은 좋은 거야. 그리고 진실이 알려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래도 그런 진실을 발행할 때는, 반드시 자비와 함께해야 한단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좋지.˝(52쪽)
성경을 찾아보니 시편 85편 10~11절 말씀이다. ‘그래도 그런 진실을 발행할 때는, 반드시 자비와 함께해야 한단다.‘ 대학원 때가 생각난다. 기독교 상담의 이론과 실제 수업 때 교수님이 이야기하신 내용이다. ‘사랑 안에서 진리를 말하라.‘ 사랑 참 어렵다.
아무튼, 카라의 칼럼에 랄슨 선생님이 발끈했다. 이제 랄슨 선생님 차례다. 아이들에게 기사와 관련된 과제를 내기 시작한다. 기사를 아무 생각 없이 읽었던 내게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이 있었다.
🏷˝기자들이 선택하는 단어들은 긍정적, 부정적, 혹은 중립적으로 나눌 수 있다. 가사가 뭔가를 생산했다! 그럴 때는 긍정적인 기사라고 한다. 뭔가를 찢어발겼다! 그걸 부정적인 풍자라고 한다. 만약 기자가 그냥 탐색만 할 때는, 그 기사거리를 주위에서 구경만 할 때는 말이다. 그걸 우리는 중립적인 표현이라고 한다.˝
카라가 손을 들었다. 랄슨 선생님이 말했다.
˝좋아. 카라. 뭐지?˝
˝만약 편집인이 전쟁이나 마약 같은 것을 부정적인 투로 다룬다면, 그걸 긍정적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요?˝
랄슨 선생님이 말했다.
˝그렇기도 하고 안 그렇기도 해. 효과는 긍정적이지. 그러나 그 표현법은, 그들이 대화하는 단어 자체나 이미지들은 부정적이라고 해야 하겠지. 자, 모두들 여러분이 오린 사설들을 살펴보자. 여기 표들을 만들어 보자. 긍정적, 중립적, 부정적.˝(102-103쪽)
카라는 신문을 만든다. 처음에는 혼자 편집과 기자 일을 다 했지만, 아이들이 모여 들어 서로 돕겠다고 한다. 이제, 혼자의 신문이 아니라 여러 명의 신문이 되었다. 발행 면도 점점 늘어났고, 제보하는 내용을 기사화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어엿한 이름도 생겼다. ‘랜드리 뉴스‘. 학급에서 발행된 신문은 전교로 퍼져 나갔다. 마침내 교장선생님 반즈 박사도 그 신문을 보기에 이르렀다. 평소에 랄슨 선생님을 안 좋게 생각하고 있던 터라, 이 신문으로 랄슨 선생님을 쫓아낼 궁리를 했다. 그리고 랄슨 선생님을 부른다.
🏷˝하젤우드? 물론입니다. 1988년에 학교의 교장이 학교신문을 발행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연방대법원에서 판결한 것 말입니까? 전원일치된 결정은 아니었지만 다섯 명의 대법관이 학교 교장 선생님이 전권을 가진다고 동의했죠. 어떤 사람들은 대법원의 결정이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에 위배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가 발행인이 된다면 신문사 사주처럼 학교가 최종 결정권을 가지니까요.˝
반즈 박사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랄슨 선생님이 얼마나 많은 신문을 보는지, 또 정보에 능통한지! 여태껏 랄슨 선생님을 지나치게 깔보고 있었던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박사가 말했다.
˝선생님은 그 결정을 아주 잘 알고 있군요. 그럼 랄슨 선생님, 선생님은 대법원의 결정에 동의하시오?˝
랄슨 선생님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건 마치 ‘만유인력의 법칙에 저보고 찬성하시오.‘ 하고 물어 보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찬성을 하든, 안 하든 상관없이 그건 지켜야 하는 법이죠.˝
반즈 박사가 싱긋이 웃었다.
이 상황은, 교장이 학교신문 발행권자이니 학급에서 학교신문이 발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나는 신문 발행에 반대하니, 발행하지 말라고 말한다. 법을 들먹이면서 아이들의 ‘언론의 자유‘를 뺏으려 했다. 이 꿍꿍이를 알게 된 랄슨은 열은 받았지만 다른 생각을 했다.
🏷랄슨 선생님은 잠시 조용했다. 고함을 치고 싶은 마음을 꾹 눌렀다. 필립 반즈 박사와 큰 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되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랄슨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을 존경했다. 반즈 박사는 항상 아이들의 최고의 관심거리가 무엇인지 찾아왔고,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라 왔으며, 선생님들과 학부모 그리고 교육위원회, 교육감과 함께 일해 온 동료였다. 그러나 반즈 박사는 좋은 선생님은 아니었다. 랄슨 선생님은 반즈 박사가 랜드리 뉴스와 관련이 생긴다면, 뭔가 아주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다고 확신했다.(118쪽)
나는 이런 부분이 랄슨 선생님의 훌륭한 점이라고 생각했다. 반즈 박사의 장단점을 잘 판단하고, 문제 해결에 감정을 섞지 않았다는 점, 아이들 신문을 보호하려고 했다는 점, 그리고 반즈 박사가 자신을 싫어하는지 알았을지는 모르겠지만 반즈 박사를 존경했다는 점.
랄슨은 아이들에게 신문을 발행하지 못한다고 알렸다.
🏷˝여러분은 학교가 주인이라고 했어. 그리고 학교의 가장 큰 어른은 교장 선생님이야. 그런데 교장 선생님은 또 교육위원회에서 고용했고, 교육위원회 임원들은 여러분의 부모와 칼튼 시의 사람들이 투표로 뿜거든. 여러분의 부모와 칼튼 시민들이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들에게 지급될 월급과 종이와 컴퓨터와 프린터를 살 경비가 되는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고.˝
잠시 뒤 랄슨 선생님은 말했다.
˝여러분들이 신문을 발행할 때, 생각할 것이 많습니다. 그렇죠?˝(130쪽)
랜드리 뉴스는 변모했다. 신문 이름을 바꾸었고, 학교에서 신문을 만들지 않았다. 학교 물건은 집에 있는 물건으로 대체했다. 학교에서 신문을 배부하지 않고, 길가에서 배부했다. 반즈 박사는 여전히 신문이 돌아다닌다는 것을 알았고, 아이들에게 적절하지 않은 내용이 신문에 실린 것을 확인했다. 이 내용으로 랄슨 선생님을 해고하려고 청문회를 열려고 했다. 랄슨 선생님의 대처가 매우 훌륭했다.
🏷선생님은 자신의 문제는 잊었다. 이 추악한 상황에서 학생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만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학생들 중에 하나라도 어떤 식이라도 해를 입거나 상처를 입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원했다. 아이들을 생각하자, 모든 수고와 부담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갑자기 랄슨 선생님은 기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의자에 똑바로 앉았다.
그러자 생각이 분명해졌다. 생각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단순해졌다.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고, 또 반즈 박사를 보호하는 것이다.
모든 상황이 한 단어로 요약되었다. ‘가르침.‘(144-145쪽)
반즈 박사가 자신을 몰아내려고 해도, 모두를 보호하기 원했던 랄슨은 아이들에게 청문회 과정을 알렸다. 🏷‘랄슨 선생님은 반즈 박사를 악독한 사람으로나 자신을 고귀한 희생자로 채색하지 않았다. 옳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최대 다수를 위한 최대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한 두 생각의 다툼으로 가르쳤다.‘(149-150쪽) 공리주의가 항상 옳은 건 아닐 테지만.
카라는 청문회에서 기가 막히게 응수했다. 너무 멋졌다.
🏷˝교장 선생님은 이 신문이 이름만 바꾼 랜드리 뉴스라고 생각하시죠? 그건 아닙니다. 첫째로, 랜드리 뉴스는 학교 시설을 이용해서 수업 시간에 기사가 쓰여졌고, 그 기사를 편집하여 인쇄하였습니다. 그러나 가디언은 학교 밖에서 쓰여졌습니다. 그리고 개인 시설과 용품을 이용하여 발행된 것입니다. 둘째로, 랜드리 뉴스는 학교 안에서 수업 시간 중에 다른 학생들에 의하여 학생들에게 배포되었습니다. 가디언은 등교 전에 아이들의 동네에서 배포되었습니다. 셋째로, 랜드리 뉴스는 2호부터 마지막 호인 9호까지 랄슨 선생님의 감독을 받았습니다. 랄슨 선생님은 매 호 그걸 검토했습니다. 가디언은 여기 발행인 명의란에 있는 친구들이 독립적으로 발행했습니다. 어떤 선생님도 여기에 감 놔라 밤 놔라 하지 않았어요.˝(157쪽)
사실, 가디언에 실린, 반즈 박사가 아이들에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한 내용은 ‘부모님의 이혼‘이었다. 이혼 가정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었고, 카라도 깊이 공감했다. 카라도 이걸 싣는 게 문제될 수 있다는 걸 알았기에 선생님과 의논한다. 그러나 선생님은 편집장은 카라라는 걸 분명하게 말했다. 카라의 결정을 지지한다고도 말했다.
랄슨 선생님과 카라가 만나지 못했다면, 랄슨 선생님은 여느 해처럼 그냥 무기력하게 지냈을 거다. 카라도 신문 발행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해 아이들에게 배움이 없었을 수도 있다. 누구와 만나는가가 이처럼 중요하다. 혼자 힘으로는 해낼 수 없다. 물론 역량도 중요하겠지만.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위해
언론의 자유는 계속 지켜 내야 합니다.(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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