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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리으리한 개집 ㅣ 그림책이 참 좋아 38
유설화 글.그림 / 책읽는곰 / 2017년 1월
평점 :
[으리으리한 개집](유설화, 책읽는곰)
-스포일러 주의
🔑키워드: 반려동물, 반려견, 가족
📌찬반토론 주제: 반려동물은 가족일까?
읽을 생각이 없었는데, [슈퍼 토끼], [슈퍼 거북] 쓰신 분 책인 걸 알고 냉큼 집었다.
집에서 기르는 동물에 ‘반려‘라는 말을 붙인 건 얼마 되지 않는다. 10년도 안 된 것 같다. 그 전에 기르는 동물들은 그냥 ‘애완 동물‘이었다. ‘애완‘이라는 말 때문인지, 사람들은 동물을 소유로 여기고 마음대로 취급했다. 물론 안 그런 집도 있지만 말이다. 요즘은 너무 모시고 사는 집이 많다. 장난감 취급하지도, 모시고 살지도 않게 딱 중간 정도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주인공 월월 씨는 어릴 때 사람 가족을 만났다. 나이가 들면서 모습이 변하자, 이 사람 가족들이 월월 씨를 갖다 버렸다. 월월 씨는 (누가 풀어줬는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모은다. 그리고 혼자 살겠다는 꿈도 키운다. ‘근사한 집을 지어 혼자 살겠어, 아무도 날 버리지 못하게!‘
월월 씨는 으리으리한 집을 짓는다. 사람 집보다 더 좋다. 혼자 지내니 쓸쓸했는지 같이 살 동물을 구한다. 사람은 빼고, 라고 적었는데 도착한 건 사람 가족이다. 월월 씨는 같이 살고 싶지 않았고, 사람 가족의 부모도 월월 씨와 같이 살고 싶지 않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 아이들이 월월 씨를 좋아했고, 월월 씨도 아이들의 손길이 그리웠던가 보다. 6개월만 같이 살자고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있는 집은 알겠지만... 월월 씨는 힘들어 했다.
어느 날 월월 씨가 아이들과 놀면서, 육아가 월월 씨 몫이 되는 날이 많아졌다.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 정이 붙는 법. 사람 가족이 이사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이사하게 되었을 때 월월 씨는 부모에게 온갖 참견을 했다. 아빠가 듣다 못해 ˝아, 그렇게 걱정되면 따라와서 직접 돌보시든가!˝라는 말을 듣자마자 신나게 따라나선다. 월월 씨는 으리으리한 개집이 필요했던 게 아니라 가족이 필요했던 거다. 월월 씨는 신났지만, 막상 자동차 앞에 타고 있는 엄마와 아빠의 표정은 썩 그리 밝지 않다.
그 으리으리한 개집은 누구의 집이 되었을까?
우리 집에는 이제 만 2년을 넘긴 달팽이(백와로 추정)가 산다. 어린이집에서 가져와서 어쩔 수 없이 돌보고 있다. 신랑이나 나나 집에서 기르는 동물에 ‘반려‘라는 말을 붙이기 싫어하는데, 생명이 왔으니 책임감을 가지고 돌본다(대부분 신랑이). 이 달팽이는 천적도 없고, 원래 집(또는 학교)에서 기르는 동물은 밖에 함부로 풀어두지도 못해서 죽을 때까지 돌봐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 아이 말에 따르면, 어린이집 다른 친구들 달팽이는 죽었다는 아이도 있고, 도망쳤다는 아이도 있다고(헉) 한다.
우리 집 달팽이는 얼마나 살게 되려나? 이 달팽이가 죽을 때 우리 아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