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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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어제밤, 아니 오늘 새벽 2시까지 이 책을 붙잡고 있었을까.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도 놓을 수 없는, 정유정 작가의 소설을.

결국, 다음날 출근이라는 압박과,

28 처럼 내가 원하는 결말이 아닐것 같은 씁쓸한 예감에

몇십페이지만 남겨두고 책장을 덮어 버렸다.

 

요즘 세상이 너무 무서워서, 저질체력에 몸뚱아리도 왜소한 데다,

성과주의 심하고 종종 야근도 하는 직장에 다니는 여성인

나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종종 시달리곤 한다.

특히 부모님이 암으로 모두 돌아가신 후에 막연하게 나를 짓눌렀던 공포는

여혐이니 과로사니 하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생생하게 다가 오는데,

이 소설은 그보다도 좀더 생생한 공포를 안겨주었다.

(소설을 덮고 자리에 누워서도 그 생생함 덕에 잠을 설쳤다)

 

전작보다는 서사가 좀 덜하다는 느낌(7년의 밤과 28이 너무 강했던 탓?)은 있지만,

역시 정유정은 정유정이라는 생각.

하지만 이제 그만 읽고 싶다.. 이런 무서운 소설은.

현실에서의 두려움과 공포만으로도 하루하루를 살아내기가 버겁다.

요즘 날마다 아침에 떠오르는 한마디가 있다.

 

예전 우리집 대문에 동네 교회 아줌마가 붙여놓은 스티커속에서

기도하는 천사(?)와 함께 쓰여져 있던 한마디.

"오늘도 무사히... "

부디 오늘도 미친X 만나지 않고, 과한 스트레스로 쓰러지지 않으며,

독성물질 마시지 않고, 땅꺼지는데 가지 않으며, 지하철이나 버스 사고 없이,

무사히 귀가할 수 있기를.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무사한 하루를 더 살아낼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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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6-06-08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섭다고 표현을 너무 적나라게 하시니 이거 읽어야 할 지 무쟈게 고민되어요 ㅠ 전 고시원에서 생활 중이라 이거 읽을 수 있을지 너무 겁나네요

비공개 2016-06-08 13:15   좋아요 0 | URL
아 원래 제가 무서운걸 싫어한답니다. 공포영화도 여고괴담2 이후로 끊었다는. 그래도 흡입력은 상당한 소설입니다^^

루쉰P 2016-06-08 14:24   좋아요 0 | URL
저도 공포는 어후...근디 여고2는 너무 오랜전 영화인디요 ㅋㅋㅋ 연배가 느껴지는 답변이었습니다. ㅋ

흡인력이 대단하다니 왠지 읽고 싶기도 하고, 공포를 생각하면 왠지 망설여 지고, 아 복잡한데요 ㅋ 흠...

비공개 2016-06-08 15:36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하 너무 나이가 드러났나요. 저도 어렸을때 본 영화랍니다 라고 뒤늦게 변명해도 늦었지요? 망설여질땐 하는게 낫죠 ㅋㅋㅋ

루쉰P 2016-06-08 23:54   좋아요 0 | URL
ㅋㅋ 괜찮습니다. 연배야 아무렴 어떨까요. ㅋ 전 어린시절 봤다는 것을 믿겠습니다.

흠 망설일 때는 하는게 낫군요. 한국 작가들 책은 왜이리 손이 안 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