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비가 내린다고 해서 연차를 냈다. 덕분에 출근시간이 지나서 일어났고 쇼핑몰을 어슬렁거리며 당장 구입하지는 않을 물건들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 아몬드 몇 줌, 커피 한 잔, 삶은 달걀 두 개를 먹었다. 꽤 큰 비를 기대했으나 시시하고 되레 기분이 상할 정도의 강우량이다. 마음이 그냥 좀 차가워지는 정도의 강우량. 이런 날 누군가 나에게 부탁을 해오면 그것이 아무리 사소하고 수월한 부탁이라 해도 간단하게 거절할 수 있을 것 같다. 식탁 위에 작은 얼룩을 슥 닦아내듯이.   


벽에 못을 박아 큰 거울을 벽에 거는 계획이 있긴 했으나 나는 지금껏 살면서 벽에 못을 한 번도 박아본 적이 없기에 얼른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차하면 주말로 미룰 것이다. 오늘의 일을 내일로 그리고 더 나중으로 미룰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신나는가. 내일의 일은 내일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오늘의 나보다 조금 더 피곤하고 지쳐 있을 내가. 흥! 그러거나 말거나. 그러고 보면 무책임하면 재미있는 것 같다. 마음이 가벼워서 짐승처럼 거침이 없다. 


고양이는 잔다. 고양이는 비가 오는 날이면 거의 하루종일 잔다. 아기는 잘 때가 제일 예쁘다고 하던데 고양이도 그렇다. 말 못하는 애들 특인 듯. 자는 모습이 귀여워 고양이를 가만가만 쓰다듬어주면 곧 갸르릉갸르릉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천천히 눈을 뜬다. 그럼 얼른 손을 치워야 한다. 잘 자고 일어났으니 이제 맛있는 걸 좀 먹자고 틀림없이 보챌 테니까. (보호자가 있는 경우) 고양이의 삶은 인간의 삶보다 훨씬 수월하다. 고양이는 귀여움으로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하긴 귀엽자고 태어난 동물이니까 그 정도쯤이야. 



저녁에는 미역국을 끓였다. 마늘, 국간장, 들기름으로 끓인 미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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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2-04-14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미역국 사진에 눈을 빼앗깁니다@_@; 맑게 잘 끓이셨네요. 요리도 잘 하시는 Joule님^^ 들깨 안 넣은 미역국 좋아욧!
저도 모처럼 비 온다고 해서 기대 많이 했는데 제가 사는 곳엔 거의 안 왔어요. 대실망ㅠㅠ 바람은 굉장히 불었고요.

Joule 2022-04-14 16:58   좋아요 0 | URL
저도요! 들깨 안 넣은 미역국 좋아해요 저도^^ 물을 조금씩 여러 번 나눠서 부으면 좀더 맛있게 끓여지는 것 같아요. 단순한 재료로도. 주말에는 소고기 넣은 미역국 끓여 먹으려고 마케컬리에서 소고기 양지 주문했어요. 아티제 롤케이크랑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