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놓아줄게 미드나잇 스릴러
클레어 맥킨토시 지음, 서정아 옮김 / 나무의철학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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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아동과 관련한 학대,살해 사건 및 사고가 빈번하기만 하다.자식 키우는 입장을 떠나 사회 치안이 너무 허술하다는 생각마저 들어 불안하기만 하다.엊그제 타이베이시에서 발생한 아동 참수 사건은 경악을 넘어 할 말을 잊게 만들었다.어린 아이들이 맘껏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주어야 한다.특히 힘있는 정치 권력자들이 입법시켜 사법이 살아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이번 『너를 놓아줄게』는 유아가 자동차에 치여 죽는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난데없이 자동차 한 대가 나타난다.젖은 브레이크가 끼익 소리를 내자 다섯 살배기 소년이 쿵 하고 차창에 부딪혀 빙그르르 돌더니 땅에 내동댕이쳐진다.엄마는 아들을 쫓아 아직 멈춰 서지 않은 자동차 앞으로 달려간다.그러다 미끄러져 손바닥을 펼친 채 넘어진다.그 충격으로 숨이 막힌다.모든 것이 눈 깜짝할 새에 끝났다. p10

 

 이 작품은 영국 소설로 뺑소니 사건 이후 수사진의 수사 과정과 진범이라고 하는 자와 내연남의 독특한 심리 묘사가 펼쳐지고 있다.기동성과 휘발성 넘치는 분위기는 기대 안해도 된다.피해자인 제이콥의 어머니는 두드러진 역할은 없다.대신 경위이면서 사고 현장,피해자 어머니의 진술을 듣는 한편,경위의 부부 관계의 원만하지 않는 환경과 자녀들마저 나태한 모습 등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뺑소니 사건의 진범이라고 스스로 밝히는 자와 내연남과의 관계가 범상치 않게 흘러간다.왜 자신이 뺑소니 사건을 일으켰다고 자백했던 것일까.이러한 부분을 유심히 놓치지 않는다면 진범은 누구인가를 알아챌 수가 있다.

 

 경관 레이는 부하 여경 케이트와 가끔은 앙증맞는 스킨십을 주고 받는다.부부 관계가 삐걱하니 집보다는 밖에서 맴도는 꼴이다.설상가상 십대 후반에 있는 경위의 두 자녀들도 화기애애 없기는 마찬가지다.용수철과 같이 언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어린이의 행동반경은 다섯 살 제이콥에게 눈깜짝할 사이에 자동차에 치이고 어스름한 차도를 재빨리 도망치는 뺑소리 차량 번호마저 눈여겨 볼 틈도 없었다.그리고 스스로 범인이라고 자처하는 자는 해변가 오두막에 은신하면서 또 다른 사람과 사랑을 엮어 나간다.또한 움츠려지고 음울한 마음도 조금씩 누그러지게 되면서 마음을 열게 된다.그 사람에겐 사건 당시 이전을 거슬러 살아온 깊은 사연이 숨겨져 있었다.이것을 기회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게 되고 반전의 묘미를 선사한다.과연 진범이라고 자처하는 자가 어린이 제이콥을 치여 죽게 했을까.

 

 업무상 호흡을 잘 맞추는 레이와 케이트 경관,뺑소니 범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과 그 사람의 인생 전력(前歷)을 접하면서 사람의 심리를 이리 저리 뒤흔들게 하는 멋진 작품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스스로 진범이라고 밝히면서 밝혀지는 당사자의 삶의 이력 속엔 갖가지 사연이 숨겨져 있고,어린이를 치여 뺑소니 사고를 일으킨 당일의 상황도 고스란히 잘 나타나 있다.비록 법정의 심판대에 서게 되고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녀의 사건 당일의 심리 상황은 비정상적 그 자체였다.참고 견딜 수 없었던 가정폭력의 그늘이 그 사람 깊은 곳에 멍들어 있었다.그 사람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매력적인 심리극이 아닐 수가 없다.영국 소설답게 정중동(靜中動)의 연출을 잘 소화시킨 작품으로 각인된다.영화 시나리오로 각색되어 영화팬들의 애정을 듬뿍 받는다면 어떨까 한다.이 작품은 등장인물의 심리를 잘 직조하고 있는 점이 특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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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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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읽었는데 채미와 유익함의 극치였다.글의 소재를 어떻게 요리해 나가느냐에 따라 독자들의 수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그의 후속작 『셈을 할 줄 하는 까막눈이 여자』도 전작(前作)과 거의 흡사하게 전개되었다.비록 현실 세계와는 좀 거리가 멀게 허무맹랑하게 다가오지만 읽는 재미는 나무랄 데가 없다.전작의 주인공이 남자 노인이고 백인이었다면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흑인 소녀이면서 흑인이라는 점이다.전작이 100세를 앞두고 양로원을 탈출하는 스릴 넘치는 이야기라면,이번 작품은 두뇌가 명석한 소녀의 입지전적과도 같은 희망찬 이야기다.

 

 196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웨토에서 태어난 까막눈이 소녀 놈베코는 공중변소 관리소장으로 발탁되면서 인생은 180도로 바뀌어 간다.학교에도 가본 적이 없는 놈베코는 다섯 살부터 분뇨통을 메고 부지런히 일했다.그런데 누구의 영향을 받은 지는 모르지만 분뇨통을 메고 다니면서 셈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 나갔다.나도 한 수 배웠는데 95×92는 95는 100 빼기 5이고,92는 100 빼기 8인데,100에서 5와 8을 빼면 87이고,5 곱하기 8은 40이다.87에 40을 붙이면 8,740이 나온다.각자 셈을 해보면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그런데 놈베코 소녀는 늙은 호색한 타보에게 성추행을 당하게 된다.타보는 글을 읽을 줄 알게 되고 놈베코에게 글자와 낱말을 해독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게다가 타보는 알부자였다.빈민 구역인 B 섹터 공동변소를 탈출하게 된 놈벸코는 타보가 죽게 되자 유산으로 다이아몬드를 손에 거머쥐게 된다.

 

 뒤이어 놈베코는 교통 사고를 당하게 된다.술이 떡이 된 사내의 차에 치인 것이 죄가 되면서 놈베코는 도형수 생활을 한다.남아프리카공화국은 한때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과 제도) 정책으로 흑인들은 거의 노예나 다름없었다.놈베코는 그녀의 운명과 정면으로 충돌하게 되는 사람은 잉마르 크비스트다.스웨덴 사람으로 왕정 추종자로 스웨덴 왕과 악수하는 일이 평생의 사명이란다.놈베코는 잉마르를 따라 스웨덴으로 가게 된다.잉마르와 부인 헨리에타는 그녀의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다.잉마르 부부는 일찍 세상을 떠나고 아들 홀예르 둘은 놈베코와 친하게 지낸다.활달한 성격의 홀예르 Ⅱ와 삶의 동반자로 거듭나게 된다.놈베코는 신문 사업,통역가로 삶을 열정적으로 산다.

 

 이 글을 읽다 보면 20세기 굵직굵직한 정치 이슈들을 전하고 있다.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미국 정보국 CIA부터 아프리카 개발을 두고 중국 후진타오의 남아공 방문 등을 실감있게 그려 내고 있다.스릴 넘치는 감각은 없지만 놈베코의 행로가 주변 상황 등과 연관되면서 언제 어떻게 바뀌어갈 지를 놓고 은근 기대를 낳게 했다.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글을 배우지 못했던 놈베코는 주위 사람들을 잘 만나 글 해독은 물론 난해한 계산법까지 척척 풀어내는 명석한 두뇌를 발휘한다.게다가 중국어 및 영어,스웨덴어까지 구사할 수 있게 된다.시간이 흐르면서 홀예르 Ⅱ는 놈베코를 삶의 이상형이요 미래를 함께 할 동반자로 결심하게 된다.공중변소 분뇨통을 메고 다니던 놈베코의 인생은 만인의 귀감이 될 정도로 삶다운 삶을 이어가게 된다.그녀에게 찬란한 햇살이 내리쬐는 봄날이 이어진다.놈베코에 대한 한 편의 드라마틱한 인생 이야기를 관람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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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문화심리학
김정운 글.그림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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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사십 후반부터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보다는 있는 친구라도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관심과 애정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그렇다고 자신에게 이상적인 친구를 찾고 만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그 나이대는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 부딪혀 가면서 순수함보다는 이해관계에 더 치중하여 살아갈 수 밖에 없었기에 새롭게 사람은 만나 우정을 다져간다는 것은 쉬운 문제도 아니다.설혹 그러할 시간과 의지가 있다면 삶의 자산이라할 오래된 친구에게 더 정을 주고 만나면서 삶의 깊이를 더욱 깊게 엮어가는 것이 바람직하고 현실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인간은 누구나 부모의 슬하를 떠나게 되면 대부분의 시간이 타인과의 만남,접촉의 연속이다.내가 삶의 정글의 법칙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모하게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해야 할 때도 있다.삶의 현장은 늘 다양한 경우의 수와 부딪히면서 스스로 시험대에 맡겨진 몸이다.그것도 일정 시간이 지나게 되면 물거품과 같이 꺼지면서 사라지고 만다.삶이 극히 유한할 뿐더러 사람의 욕망도 정비례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사람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 가고 명예와 권력을 쟁취하기도 하지만 결국 혼자 남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혼자가 되어 있다는 자신을 잘 다독이면서 기쁘게 즐기고 버텨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한국인의 의식 구조상 혼자,홀로 된다는 것은 사회에서 배제된 낙오자를 일컬을 정도로 별로 좋은 의미는 아니다.그런데 인간이 혼자가 되어봐야 자신을 성찰(省察)하고 그것에 익숙해져야 타인을 십분 이해하면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나 역시 사회생활을 하다 잠시 쉬면서 느끼는 점은 혼자가 되니 왠지 외롭고 궁색하고 흐르지 않던 눈물도 날 때가 종종 있다.낮엔 식구들이 모두 떠나고 횅한 집에 혼자가 되었을 때는 '왜 나는 혼자가 되었을까,혼자가 되어 너누 외롭고 쓸쓸한 삶을 못견뎌 죽고 마는 것은 아닐까'라고 여린 마음을 갖었던 적도 있다.다행히도 책이라는 벗이 있어서 때와 상황에 맞는 도서를 골라 읽는 시간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희열(喜悅)을 만끽한다.높은 산을 허덕이며 오르다 목이 마르던 참에 누군가 내게 건네는 한모금의 생수와 같은 맑고 상쾌한 느낌이라고나 할까.그래서 인간은 혼자가 되어 자신을 되돌아 보고 앞날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시간은 자신과 타인 사이의 윤활 작용을 해 주기에 충분하다고 믿는다.

 

 '한국여가문화학회'를 만들고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 저자는 나이 50을 넘기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려고 잘 나가는 교수직을 던지고 그림을 그리려고 일본으로 건너갔다.교토사가예술대학 단기대학부에서 일본화를 전공하고,2015년 수료했다고 한다.그의 꿈은 화실을 마련하고,진돗개를 기르며 그림 그리고 글 쓰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삶의 전성기에 있고 가족 부양,노후 준비에 여념이 없는 한국의 50대 중장년층은 김정운 저자와 같은 약간 삐딱한 삶도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일 수도 있다.

 

 이 글은 저자가 일본 유학 생활 가운데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특히 고독에 대한 문제를 비교해 놓은 점이 인상적이다.한.일 양국 공히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지만 고독에 대한 인식과 수용법은 사뭇 다르다.일본 사회는 고독이 보편적이고 순응적인 반면 한국 사회는 고독이라는 낱말은 실패한 삶을 반영하고 상징하는 말로 들린다.고독하면서도 고독하지 않은 체를 하는 셈이다.그래서 여기 저기 열심히 다니고 움직인다.몸과 마음은 고달프지만 고독하지 않은 체를 하지 않기 위해 치뤄야 하는 대가인지도 모른다.우리는 결국 모두가 죽음 앞에 평등한 존재이면서 필연적으로 혼자가 되야만 하는 존재이다.그래서 혼자가 되어 살아가는 법을 스스로 익히고 즐길 줄 알아야 제대로 된 삶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게슈탈트(하나의 통합된 형태,Gestalt)를 바꾸는 방법은 누구에게든 유용한 삶의 팁이라고 생각한다.동창회,산악회 같은 항상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사람'바꾸기,생각과 태도가 바뀌는 '장소'바꾸기,전혀 몰랐던 세상에 대해 흥미를 더하고 공부까지 하게 되는 '관심'바꾸기다.남의 눈치보고 기존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가 바뀌려는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하다.

 

 행복이란 강가의 부드러운 물결에 기분 좋게 흔들리는 배와 같다.내면 깊은 곳의 가볍고 즐거운 리듬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다가올 내일의 작은 변화에 대한 기대로 오늘의 삶에 잔잔한 리듬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이 같은 기분 좋은 마음의 리듬을 '설렘'이라고 한다. -P135

 

 이 글을 읽다 보면 심리학 용어가 꽤 많이 등장한다.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관련 심리학 용어를 소개하고 있어 문맥 이해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또한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들도 인간 심리학적 차원에서 감상해 볼 수가 있었다.때론 내면 깊숙이 살아있는 잠재력을 밖으로 끄집어 내어 살려야 한다.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온전히 거듭나기 위해서 말이다.외롭고 불안하고 우울하다면 삶의 게슈탈트를 바꿔 보는 것이 어떨까.그리고 후회없는 삶을 살았노라고 후일 되새길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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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 - 잊혀진 전쟁, 반쪽의 기억
박태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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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전쟁에 대한 기억과 지식은 매우 단편적이고 편협되어 있다.국민학교가 끝나갈 무렵 봄(1975년 4월 30일) 베트남이 멸망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중학교에 들어가 반공.도덕 시간에 배운 강재구 소령이 보여준 살신성인의 정신과 베트남 상이 용사들의 고엽제 후유증 등에 관한 것이 전부인 것이다.왜 베트남 전쟁이 일어났고 한국은 왜 이 전쟁에 참여했으며 베트남 전쟁의 후유증은 무엇을 남겼는가에 대해서는 관심 사항이 아니었던 터라 잊고 지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전쟁 당사국도 아닌 한국 입장에서 베트남 전쟁에 한국의 젊은이들을 파병시키고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전쟁에 대한 의미를 되살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 즉 1950년대 이후 베트남 정세 및 미국과의 충돌 등(통킹 만 사건) 그리고 한국군 파병,베트남 전쟁에서 얻은 교훈 등을 정치,군사,경제,사회학적 관점에서 잘 서술한 이 도서는 베트남 파병 50돌(2014년)을 맞아 기획.출간된 것으로 정치.군사.경제.사회적 관점에서 한국과 베트남 전쟁과의 관계를 되짚어 보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1964년 9월 22일 한국군 제1이동외과병원 및 태권도 교관단을 필두로 1973년 3월 철수할 때까지 네 차례의 파병이 이루어졌다.총 32만 5,000여 명이 파병됐고,5,000여 명이 전사했다.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50여 년이 흐른 지금도 고엽제로 인한 질병 판정을 받은 장병들은 먼 이국에서 죽어가고,전쟁의 후유증으로 아직도 몸서리나는 고생을 하고 있다.베트남과 한국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지만 미국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베트남 파병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또한 유사 이래 한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역에 파병된 첫 번째 사례다.미국의 우방국이었던 영국과 프랑스가 베트남 참전을 거부했음에도 한국은 파병을 결정했다.그것은 1964년부터 1973년까지 한국 사회가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한 시기로 경제 성장을 위한 특수(特需)효과를 기대했던 까닭이다.

 

 

 베트남 전쟁은 통킹 만(Gulf of Tongkin)에서 북베트남 경비정과 미군 구축함의 해상 전투 사건으로 미군이 전쟁을 시작한 것이 베트남 전쟁의 발단이다.베트남 전쟁 파병을 결정한 당시 박정희 정권은 존슨 미 대통령의 환대를 받으면서 베트남 전쟁 특수에 크게 의존했다.유지비가 싸고 전투력이 뛰어나며 베트남인과 비슷한 용모를 지닌 한국인이 미국 정부가 궁극적으로 베트남 전쟁에 파병을 요청한 이유였다.네 차례에 걸쳐 베트남 파병을 진행하게 된 한국 병사들은 기상 악조건 속에서도 미군보다 더 맹활약을 했음에도 미국 정부의 농락에 의해 한국군의 이미지가 저울질되기도 했다.즉 한국군이 필요로 할 때는 효율적이라고 하고 그렇지 못할 때는 비효율적이라고 평가받았다.한국 병사들만 정치적 이유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이다.결국 미국은 지나친 전비 지출로 달러가 세계 유일의 기축통화 자리를 지킬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고,조기에 베트남 전쟁에서 손을 들어야 했다.존슨 후임인 닉슨 대통령은 실사구시 정책을 쓰면서 비수교국이었던 중국과 핑퐁 외교를 구사하면서 미.중 수교(1972년)를 성사시켰다.

 

 

 베트남 전쟁에 파병했던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한국은 커다란 경제 성장을 이룩한 반면,정치적으로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 일로를 걸었다.베트남 파병과 관련이 있는 1968년 청와대 습격 사건이나 푸에블로호 사건은 북한이 국방.경제 병진노선을 펼치면서 국방비가 급증하면서 북한 사회가 경제적인 문제를 노정(露呈)하게 되었다.사회.문화적으로는 미니스커트가 등장하고 통기타 가수들이 인기를 얻었으며,베트남을 통해 미국과 일본의 전자제품이 국내에 유입되었던 시기다.나아가 중산층이라는 낱말과 부동산 투기가 시작되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베트남은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대치상태가 이어졌는데,미국에 의존하면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남베트남과 베트콩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면서 베트남 통일을 달성하려던 북베트남,그리고 남베트남 정부를 지키려는 미군들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놓여 있었다.또한 베트남은 1950년대 말 남베트남의 게릴라들(베트콩)이 응오딘지엠 정권에 반대하여 무장 투쟁을 시작하면서 베트남 전역의 정세가 불안정했다.미국은 통킹 만(미 어뢰정이 북베트남에 의해 침공당함) 사건으로 전쟁의 구실을 삼았다고 하지만,미국 사회는 베트남 전쟁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미군만의 제한적 전쟁으로 비쳐졌던 베트남 전쟁은 결국 북베트남에 의해 사이공이 함락된다.1976년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이 건설되었다.전쟁 특수 효과를 기대하고 젊은 한국 병사들을 베트남 전쟁에 동원하다시피하고 베트남 전쟁에서 죽었거나 전쟁 후유증으로 고생을 하고 있는 상이용사들에 대한 트라우마를 풀어주어야 마땅하다.또한 베트남 전쟁에서 희생된 밀라이 학살 사건은 한국군이 개입된 것으로 민간인 학살의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기도 하다.이들은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했다.

 

 

 베트남 파병 이후 악화된 남북관계 해결,파월 장병들과 돈을 벌기 위해 떠난 근로자와 민간들의 무사 귀국 시키는 일도 난제였다.닉슨 정부가 들어서면서 주한 미군의 감축,철수 문제도 한반도 안보 공백을 우려해야만 했다.설상가상으로 미군이 베트남에서 철수하더라도 한국군이 베트남에 주둔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는 것을 제기했다.당시 한국 국방부는 안절부절하는 상황이었다.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남베트남 피난민들은 보트 피플이 되면서 세계 각지로 흩어지게 되었다.베트남 전쟁 특수는 한국 경제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경부고속도로 건설,부동산 투기 바람이 일어났다.전쟁 특수로 돈 재벌들이 탄생하기도 했다.박정희 정부는 파월을 통해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군사 동맹국의 위치에 서려고 했다.이제 베트남 전쟁을 기억하려고 하는 사람도 없고 굳이 베트남 전쟁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하지만 전쟁 특수를 통해  반사 이익을 크게 얻었다.그 안에는 반드시 애꿎은 희생이 뒤따랐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나라의 경제 이익을 위해 동원된 파월 장병들의 트라우마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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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보기 - 절실하게, 진지하게, 통쾌하게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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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가게 맨앞에는 양의 머리를 내놓고 안에서는 개고기를 판다는 의미다.이것을 민주주의로 비유하자면 겉으론 민주주의를 표방하되 속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난장판에 가까운 정치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너무 확대 해석했다고 억울할 것도 없다. 실상이 그러하니 어떻겠는가.총선을 앞두고 연일 여.야 정치판이 대의 민주주의라는 속성을 망각하고 일신상의 안위와 권력만을 좇아 이합집산하는 꼴을 보노라니 고개가 절레절레한다.오로지 선거판에서 이기기 위한 싸움에만 혈안이 있다.지역의 대표를 뽑는 선거를 앞두고 주객이 바뀐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지긋지긋하고 숨막히는 군사 독재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정치 민주화가 이루어지는가 했지만,아직까지 한국의 정치판은 유신시대로 되돌아간 듯한 정치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국가의 중차대한 사고(세월호 침몰 사건)가 발생했어도 아직까지 그 원인과 진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무한책임이 있는 국가 통수권자도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다.유가족들의 억장이 무너지는 비애를 누가 씻겨줄 것인다.사실 국가의 안전망 부재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신자유주의의 잘못된 관행과 상행위가 세월호 참극을 불러 일으켰다고 생각한다.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면 그것으로 끝이라는 안이한 생각이 국가 전반에 걸쳐 팽배해 있는 것이 민주주의로 가는 길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 아닐까 한다.사공만 많지 구심점이 되는 지도자는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길이 없다.

 

 정치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대한민국에 봄날과 같은 민주주의 시대를 기대했지만 시대는 신자유주의에 깊게 침윤되어 모두들 돈과 자본에 목말라 있다.있는 사람은 더 갖으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없는 사람은 기본적인 삶을 이끌기 위해 악전고투를 마다하지 않는다.한국이 OECD국가 가운데 자살율 최고,삶의 지수는 꼴찌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이유는 극심한 양극화와 사회 구성원과의 위화감을 들 수가 있다.현 정권을 쥐고 있는 세력은 단연 친일파,유신 세력,자본가 세력에 다름 아니다.그들은 대기업 친화를 표방하면서 대기업이 이윤의 극대 창출을 도모케 하여 근로자들에게 보다 나은 노동 임금이 가도록 하고 있지만,실상은 기업의 이윤이 근로자들에게 돌아가기보다 노동자들에 의해 발생한 이윤은 기업이 '꽁꽁' 숨겨 놓고 투자 및 근로자들에게 풀지를 않는다.

 

 한국은 해방 이후 수많은 비민주적 행사,절차를 거쳐 오면서 수많은 민주 인사들이 희생되어 왔다.군사 정부와 같은 1인 독재는 당사자의 말이 헌법 위에 있기에 비위에 거슬리고 정권에 걸림돌이 되는 것들은 모두 무 자르듯 싹둑 잘라 버렸다.군사독재 시대의 종언을 외치면 그것으로 민주주의가 될 것이라 여겼지만 비민주적인 세력들은 '양두구육'과 같은 사이비 민주주의를 교묘하게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라는 말을 만든 사람이 손녀뻘인 캐디의 몸을 더듬는 행위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겠는가.사회 지도자급의 인사들이 솔선수범해야 마땅한데 실상은 나쁜 행위를 더 많이 하고 있다.위장 전입,성 접대,성추행,부동산 투기,병역 기피 등등이다.법이 사실,근거를 원칙으로 하다 보니 물증이 없으면 처벌을 받지 않는 풍토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잘못을 해서 들키면 재수 없어서 들킨 것이고 그냥 넘어가면 '살았다'라고 스스로 죄책감에 무뎌지는 것이다.그래서 늘 생각하는 것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점이다.(上濁下不淨)

 

 전례없이 시대의 흐름과 사람의 의식이 바뀐 만큼 사회적 제도 역시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나와 남이 갖고 있는 생각과 감정 역시 다름을 인정하고 경청하고 수용할 줄 아는 아량을 갖춰야 한다.그런데 현 정권의 동태를 살펴보면 내 생각과 이념이 다르다고 남의 생각과 이념을 싹둑 자르는 행위를 서슴없이 획책하고 있다.분명 이것은 대의 민주주의라는 원칙에 어긋난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애써 자신들이 한 행위를 합리화,조장(助長)하고 있다.민주주의를 등에 업고 살아가는 존재들인데 현실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행태를 버젓하게 보이고 있다.미래의 꿈을 펼치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무한 경쟁 교육에 휘둘리게 하는 것도 결국은 신자유주의에 체제에 옭아매는 것에 다름 아니다.그래서인지 학생들의 표정은 늘 불안하고 피곤하기만 하다.대학을 나와도 제대로 된 정규직은 거리가 너무 멀기만 하다.미래가 불투명한 젊은 세대들이 왜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겠는가.정치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입만 열면 경제 민주화가 어떻고 복지가 어떻다고 떠들어 대지만 이젠 양치기 소년보다 못한 구역질 나는 존재들이다.게다가 국정 교과서 채택,테러방지법 도입 등은 정권 유지,국민 호도용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의 민주주의 현 주소를 신랄하게 적시하고 비판하고 있는 이 도서는 현 시대의 60여개의 험로(險路)를 통찰력 있게 그리고 있다.강신주 저자는 빼앗긴 삶과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 것인가를 생각케 한다.총 5부로 구성된 이 도서는 위풍당당한 파시즘 행진곡,대한민국,그들만의 나라,자본주의 인간을 위한 진혼곡,거침없이 민주주의 재장전,당당한 삶,그 첫걸음을 위한 찬가로 나뉘어져 있다.이제 총부리를 겨누고 살상하는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현재의 잘못된 민주주의 모습을 바꾸기 위해서는 참신하고 신뢰할 만한 정권 탄생을 바라는 사람들끼리의 강한 연대만이 참된 민주주의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대기업 친화주의적인 신자유주의는 대기업의 배만 부르게 하고 일반인들의 삶에는 '간에 기별도 없는'꼴이다.즉 낙수물 효과(Trickle Down Effect)는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 글은 왜 현재의 민주주의가 잘못 되었고 삶다운 삶을 빼앗겼는지를 제대로 짚어 주고 있다.100% 딱 입에 맞는 집권 세력은 없다.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소박한 꿈이 이루어지는 시대라도 사는 동안 누려 보는 것이다.그것은 돈과 자본으로 모든 것을 측정하려는 집권자가 아닌 상식과 정의가 바로 세울 수 있는 집권자의 강한 힘에 의해 민주주의가 제대로 꽃을 피울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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